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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다양성연구소 Nov 04. 2022

모두를 위한 화장실, 어떻게 만들까?

"나의 오줌권에 대하여" 인터뷰 03. 최현주

안녕하세요, 최현주님.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과천시 장애인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를 하고 있는 최현주입니다. 장애인분들을 만난 지 20년이 되었고요. 과천에서 근무한 지는 10년이 됐고 서울에서 근무를 10년 정도 했어요.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장애인분들이 지역 안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들을 지원을 하고 있어요. 직업이 필요하신 분들도 있고,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신 분들도 있고, 치료가 필요하신 분들도 있거든요. 그리고 저희 복지관에서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라는 것을 만들게 됐는데요. 감사하게도 이러한 것들이 알려지고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 대해서 궁금해서 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저희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활동도 최근에는 같이 하고 있습니다.          


화장실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나요?  

   

화장실에 대한 기억이 많이 있더라고요. 제가 13살짜리 딸이 있는데 쪼그려 앉기가 안 돼요. 발의 구조상 약간 발등이 높아요. 그래서 저희 남편도 그것 때문에 군대를 못 갔어요. 아빠를 쏙 빼닮아가지고 저희 딸도 쪼그려 앉기가 안 돼요 그래서 저희 남편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전에는 재래식 화장실이었잖아요. 쪼그려 앉아서 이용해야 할 텐데 화장실을 어떻게 썼냐고 물어보니까 시아버지가 방 문고리를 화장실에 달아 줬대요. 빠지면 안 되니까. 그래서 이렇게 문고리를 잡고 어중간하게 서서 화장실에 썼다더라고요. 근데 저희 딸도 똑같아 가지고 집에 있는 화장실 말고 왜 아직도 공중 화장실 어떤 곳은 쪼그려 앉은 채로 변기를 써야 하잖아요. 거기를 못 가요. 그래서 어렸을 때는 제가 안은 채로 눕혀서 일을 보게 했는데 조금 크고 나서는 그게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앞에서 넘어지지 않게 손을 잡아줬죠. 그런 어려움을 개인적으로도 우리 딸이 겪고 있어서 어디 나갈 때 얘가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면 그런 화장실인지 아닌지 앉을 수 있는 화장실인지 아닌지, 아니면 집에서 화장실을 들렀다 가게 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신경을 썼던 적이 있어요. 그리고 자폐성 장애 자녀 부모님하고 해외 연수를 간 적이 있어요. 그분께서 정말 성토하듯이 말씀하셨던 게 기억이 나네요. 자폐성 장애인분들이 바깥에 와서 나와서 활동하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용기도 필요하고 훈련도 필요하고 화장실을 가는 데 있어서도 물 내리는 법, 손 닦는 법, 화장실에 휴지를 적당량을 쓰고 버리는 것 등의 행위들을 하나하나 습득해야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그 자폐성 장애인 부모님께서 해주신 이야기가요. 우리 애가 이제 바깥 활동을 하기 위해서 화장실 가는 법을 가르쳐 줄 때 물을 이렇게 내리고, 소변을 볼 때는 어떻게 보고 이런 것들을 가르쳤는데, 변기 물 내리는 게 화장실의 디자인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예요.   


맞아요. 보통은 변기 옆에 있지만 변기 뚜껑 뒤에 있는 곳이나 벽에 붙어 있는 곳도 본 적이 있어요. 대변과 소변 버튼을 구분한다거나, 내리는 방향이 다르게 해놓은 곳도 있고요.  

   

그렇죠. 그래서 이걸 하나하나 가르쳐 주고 주는 게 너무너무 힘들다. 그래서 나는 모든 화장실이 규격화 되었으면 좋겠다. 디자인도 좋지만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거였으면 좋겠다. 이런 걸 말씀해 주셨는데 그때까지 저는 화장실이라고 하는 공간이 그렇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고 생각을 못했었거든요. 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화장실로 저렇게 불편함을 겪을 수 있겠구나. 나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되게 불편한 공간일 수 도 있겠다는 걸 깨우치는 순간이었어요. 그게 이제 저에게는 또 화장실 하면 생각나는 장면 중에 하나예요.


마지막 이야기의 경우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다룰 때에도 잘 나오지 않는 사례인 것 같아요.


인식을 못 하는 거죠. 하지만 생각보다 화장실을 이용함에 있어서 불편함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많고 다양할 수 있다는 거죠. 어쨌든 화장실이라고 하는 건 모두가 계속 가야 하는 곳이잖아요.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복지관의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소개해주세요.


저희 지하 공간에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마련이 되어 있는데요. 남자 장애인 화장실과 여자 장애인 화장실을 합쳐서 하나의 화장실로 만들었어요. 화장실  지판은 저희가 스웨덴의 작가가 작업한 걸 가지고 온 건데요. 통상적으로 여자를  징하는 그림, 남자를 상징하는 그림, 그리고 두 그림은 반반 섞어놓은 그림,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는 그림, 휠체어를 탄 사람의 그림 이렇게 다섯 가지가 표지판에 그려져 있어요. 화장실 안에는 침대, 아이들이나 신장이 작은 분들을 위한 높낮이 조절이 되는 세면대, 장루장애인이 대변 주머니를 세척할 수 있는 세면대, 뒤처리를 할 수 있는 샤워기를 부착했어요. 변기는 아이가 앉을 수 있는 양변기, 일반적인 양변기, 서서 소변을 볼 수 있는 남성 소변기가 있고요. 세면대나 벽면 같은 곳에는 안전 손잡이들이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바닥과 벽의 색깔을 다르게 해놨는데요. 저시력 장애인분들이나 시력이 안 좋으신 분들은 벽과 바닥을 구분할 수 있게 하려면 색깔이 달라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영국에 가봤더니 그쪽에서는 세면대 손잡이도 되게 신경을 써서 부착을 했더라고요. 손이 없으신 분들, 팔뚝이나 도구를 활용해서 손잡이를 이용하시는 분들을 위해 손잡이를 돌려서 온수 냉수를 조절하는 게 아니라 밀어서 조절할 수 있게 해놓았더라고요. 다른 화장실의 손잡이보다 길이도 더 길게 해놨고요. 그래서 저희도 그렇게 설치를 했어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이 배변 주머니를 세척하는 세면대인데요. 원래 배변 주머니를 세척하기 위해서는 물이 내려가는 부분이 커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걸 찾지 못해서 기존 세면대에 깊이만 더 깊은 것으로 설치를 했어요.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희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여자 직원들이 많아요. 복지관을 이용하는 발달 장애분들이나 자폐성 장애인 같은 분들은 때로는 옆에서 가르쳐드려야 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여자 사회복지사가 남자 이용자분들에게 이렇게 화장실에 대해서 가르쳐 드려야 될 때 옆에 가서 봐드려야 될 때가 있는데 그걸 못 하는 거예요. 저희가 복지관이 장애인분들이 쓰시기 때문에 화장실이 되게 넓어요. 그런데 여직원은 바깥에서 그냥 멀리서 “어떻게 하세요, 어떻게 하세요”라고 소리치면서 가르쳐 드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 왜냐면 다른 분들이 불편해하시니까요. 아무리 직원이라도 남자 화장실에 여자가 들어오는 거는 불편하잖아요. 그리고 저희는 활동 지원사라고 말하고 어르신들은 요양보호사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러한 부분들이 이제 몸이 신체적으로 불편함이 있어서. 휠체어에서 변기에 앉도록 도움을 드리거나 이러한 일을 할 때도 이성의 지원사들이 훨씬 많거든요. 그래서 이성의 지원사라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러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시작이 내가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만들면서 내부 공간을 어떻게 조성할지 고민하기도 하고, 직원 분들이나 복지관 이용자분들의 의견을 듣기도 하셨을 거잖아요. 그런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주실 수 있나요?


일단은 제가 감사하게도 유럽의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보고 오게 됐어요. 그리고 교육 시간을 따로 마련해서 직원들한테 보여줬어요. 외국에 갔더니 이런 화장실이 있는데 이런 화장실에 있으니까 편하더라. 그 장애인 당사자도 편하고 지원하는 사람도 편하더라. 사진 중심으로 사례들을 보여드리면서 우리 복지관에도 이러한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요. 그러면서 기존의 화장실을 부수고 그 화장실을 모두를 위한 화장실로 변경하게 됐어요.

그러고 난 다음에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분들의 상황들을 관찰했던 것 같아요. 그분들이 실제로 바깥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불편했던 점들을 글로 써주신 게 있었거든요. 한 분은 외부에서 화장실을 갔는데 오랜만의 나들이에 너무 기분이 좋다 보니까 장애를 가진 남편이 바깥에서 대변 실수를 하신 거예요. 여행지에서 그것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겪은 불편함을 이야기해 주셨어요. 다 큰 성인 남자분을 부인이 따라가지 못하고 혼자서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여행이 다 망쳐진 거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해 주셨을 때 성인, 장애인, 어린 아이 누구든 언제든지 어떤 상황에서든지 실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간단하게라도 뒤처리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샤워기를 넣게 됐고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던 배변 주머니를 세척하는 세면대를 둔 것은 장루장애인분들을 위한 거였는데요. 우리나라에 열다섯 가지 종류의 장애가 있어요. 그런데 제가 많이 만나는 장애는 사실은 자폐성 장애인, 지적 장애인 그리고 이렇게 뇌출혈이나 뇌졸증으로 쓰러지신 분, 이런 분들을 많이 만나지 장루장애인분들을 많이 만나지는 못 해요. 그래서 저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모두를 위한 화장실 사례를 보러 해외에 갔을 때, 체인징 플레이스라는 화장실의 변화를 도모하는 단체에서 장루장애인들이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우리 복지관에 목욕탕이 있는데 거기에 장루장애인들이 들어오는 걸 다른 장애인분들이 너무 싫어하던 게 생각났어요. 장루장애인 분들은 배변 주머니가 몸 밖에 나와 있잖아요. 다른 장애인분들이 그걸 보기 싫어하고, 물이 지저분해질 거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목욕탕 직원이 그 장루장애 있는 분이 미안해서 안 들어오려고 하는 걸 괜찮다고, 여기는 선생님을 위한 공간이니까 오셔도 된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장루장애인분이 오시려고 용기를 냈다가도 그냥 안 오겠다고, 미안하다고, 얼굴 빨개져서 가시더라고요.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지금 과천시에 등록된 장애인 이천명 중 장루장애인분이 열아홉 명인데, 저희 복지관에 오시는 분들이 한두 명 계시는데요. 그 한 두분이라도 화장실을 이용할 때 조금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변 주머니를 세척할 수 있는 곳을 넣게 됐어요.


이런 사례들에서 장애인분들이 많이 말씀하시는 감정이 미안함과 죄책감인 것 같아요. 예전에 ‘모두를 위한 화장실 토론회’에서 말씀해주셨던 사례 중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주변 분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던 이야기도 있었고요.


그래서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부분은 보이지 않는 장애,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에 관련된 부분이에요. 어른인데 신체적으로도 멀쩡하지만 교통사고 같은 일들로 뇌 손상이 와서 치매도 아니고 지능이 그냥 조금 낮아진 분들도 많이 있거든요. 그런 분들은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해 사람들한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잖아요. 그래서 장애인 화장실을 가도 멀쩡한 사람이 왜 들어 오냐 그래서 손가락질을 받기 쉬워요. 그래서 보이지 않는 장애도 있습니다, 라고 표시해 놓고 장애인 화장실이든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든 그분들도 마음 놓고 편히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복지관의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변기가 성인용 변기, 아동용 변기, 남성 소변기, 이렇게 총 3개가 설치가 되어 있잖아요. 만드는 과정에서 남성 소변기를 꼭 넣어달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네. 저는 소변기보다 큰 침대를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왜냐하면 장애인 복지관이다 보니까 귀저기를 차시는 분들이 꼬마 아이들만 있지 않거든요. 큰 덩치가 큰 분들이나 성인분도 계시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저는 그 공간에 벽에 부착했다가 내리기도 하는 이동식 접이식 침대를 놓거나 휠체어에서 변기로 이동해야 하는 분들의 골격계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하는 보조기기를 설치하고 싶었어요. 그랬는데 나이가 많은 직원분들이 남성 소변기를 꼭 설치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남자는 그거 아니면 어디 가서 소변을 보냐. 그리고 지저분해진다. 이런 목소리들이 너무 강력해서 제가 졌죠. 시설 관리하는 선생님들의 의견이 되게 컸었거든요. 제가 청소를 하는 입장이 아니다 보니까 절충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앉아서 보시라고. 왜 서서 봐서 튀기냐고. 앉아서 보시면 되는 거 아니냐, 대변 볼 때는 어떡하시냐고. 서서 소변본 다음 앉아서 대변보시냐고. 앉아서 보면 지저분해지지 않을 것 아니냐. 그런 이야기들을 옥신각신하면서 하긴 했었죠.


보이지 않을 때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보니 더욱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걸까요? 단순해보이면서도 잘 해결되지 않는 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저희 소장님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씀하시거든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위해서는 ‘앉아 싸 운동’을 해야 한다고.


그러니까요. 그게 어릴 때부터 교육이 돼야 될 텐데요. 저희는 워낙 어르신 그룹이 많기도 하고, 깨끗함을 유지해야 하는 역할을 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남성 소변기를 넣게 되었답니다. 소장님이 말한 것처럼 그냥 앉아서 싸는 게 당연한 게 되면 그렇게 공간을 잡아먹을 일은 없을 텐데요. 그 아쉬움은 지금도 남아 있죠.


공사가 어떻게 진행되었던 건지도 궁금해요. 사업이나 예산이 따로 잡힌 게 있었나요? 


예산은 복지관에 설비 공사비가 책정이 되어 있어요. 공사는 우선순위를 어떤 걸 둘지가 문제인데요. 예산이 정해져 있잖아요. 2천만 원이라는 예산이 있는데 체육관을 먼저 고칠 거냐. 화장실을 먼저 고칠 거냐. 우선순위에 따라서 그 해의 공사 계획이 나와요. 화장실은 사실 그 해의 제일 마지막 공사였어요. 우선순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조금 후순위였지만, 다행히 화장실 공사를 할 정도의 예산이 연말에 남았어요. 다른 일반 기업이라든지 이런 곳보다는 덜 힘들게 공사를 한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우선순위는 아니더라도 이 공사를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하기도 했고, 그 시기에 계속적인 화장실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있었고, 제가 해외의 화장실들을 보고 오기도 했고요. 이런 타이밍들이 다 맞았답니다.          


그 해에 앞서 했던 다른 시설 공사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벌써 그게 3년 전 일이네요. 그때 식당과 치료실 일부를 고쳤던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공간을 우선순위로 고치거든요.          


설치 후 이용자분들의 피드백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연구소랑 미니다큐를 찍었을 때에 나왔던 사례이기도 한데요. 저희 직원분 중에 쌍둥이 엄마가 있어요. 그분이 엄마와 아이 두세 명이 들어가도 여유 있는 공간이니까 마음이 편하다고 말씀을 해 주시기도 했고요. 그리고 개인적인 공간이고 종종 도움을 줘야 하는 순간에 눈치 보지 않고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직원들도 예전 같으면 바깥에서 소리치면서 했던 것들, “이거 하세요, 저거 하세요. 물을 내려 보세요. 이건 뜨거운 물이에요. 이건 찬물이에요”. 이러한 훈련을 마음 편히 할 수 있게 됐어요. 내가 먼저 이용하는 법을 가르쳐 줄 수 있고요. 저희 복지관 입장에서는 훈련의 공간이 되기도 해요.

다행히 아직까지 불편함을 표현하시는 분들은 없었어요. 저희 화장실의 구조가 예전에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 자리가 장애인 여자 화장실이었고 그 안쪽에 장애인 남자 화장실과 일반 화장실이 있었어요. 근데 요의가 급한 남자 분들이 안쪽에 있는 화장실까지 못 들어가고 제일 첫 번째에 있는 여자 장애인 화장실을 들어갈 때가 있어서 그에 대한 민원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거기에 여기는 ‘여자 화장실입니다 남자 출입을 금합니다’ 라고 글 쓰고 여자 그림 그려놓고 남자 그림에 엑스를 치는 등 궁여지책을 해 놨었는데요. 지금은 그냥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맨 앞에 있으니까 그냥 급한 사람, 화장실 가야 되는 사람 누구나 그냥 편하게 갈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오히려 이런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또 만들 일이 있다면 어떤 점들을 더 생각할 것 같나요?


제가 화장실을 더 만들게 된다면 저는 풋스위치를 넣을 거 같아요. 풋스위치는 유아차를 미는 부모들에게도 굉장히 필요하고요. 손을 사용하기 어려운 분들에게도 풋스위치가 있으면 참 편리한 거 같더라고요. 그때는 그 생각을 못했는데 하고 난 뒤에 생각이 나서 아쉽더라고요. 그리고 지금보다 침대 크기를 키워서 성인 분들도 이용할 수 있는 걸로 할 것 같아요. 설비를 구축함에 있어서는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 이렇게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만든다고 했을 때 어떤 가이드를 해야 되는지, 어디에 중점을 둬야 되는지, 이런 게 없잖아요. 장애인 영역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모델 외국의 사례라든지 이런 것들을 지금으로서는 많이 봐 볼 수밖에는 없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선행 사례나 프로젝트가 너무 적은 것 같아요.


화장실 같은 경우에는 장애인 쪽에서도 이슈가 많은데요. 신문 기사를 몇 개를 찾아봤는데, 같은 신문사임에도 불구하고 상반된 이야기를 하기도 하더라고요. 장애인 화장실을 가족 화장실로 변경을 한 경우가 있었어요. 그랬더니 장애인 그룹에서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우니 다시 장애인 화장실로 돌려달라고 요구했어요. 여러 사람이 이용하다 보니 장애인들이 많이 기다려야 되고 장애인을 위한 물리적인 공간들에 대한 구비가 별로 되지 않아가지고 다시 보수해 달라는 요구를 한 거죠. 제가 생각했을 땐 모두를 포함하는 곳이면 장애인도 편리해지고 다른 사람들도 편리해질 것 같은데, 이런 의견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편 유니버셜 디자인 조례에 맞춰가지고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을 만든 곳이 있었는데요. 저는 장애인 화장실이라는 표현보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라는 더 포괄적인 개념의 단어를 쓴다면 조금 더 포용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장애인 화장실에 여성 남성이 구분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장애인은 성도 없냐’, ‘성별 구분을 해달라’고 요구해서 성별 구분이 생긴 사례도 있는데요.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화장실을 요구해야 될 때인 것 같아요.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모두를 위한 화장실로 바꿔달라고 우리끼리 말할 게 아니라 되든 안 되든 계속적으로 제안해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관련 규정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이런 다양한 화장실들이 있고 기존의 화장실에서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제안해야 될 것 같습니다.


외국의 다양한 화장실을 보고 오셨잖아요. 보고 오신 곳의 화장실 이용 문화 중 에서 인상 깊은 점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제가 갔던 곳은 남자 여자가 같이 화장실에 줄 서 있는 게 이상한 문화가 아니었어요. 저만 신기하게 보고 있더라고요. ‘이건 남겨놔야 해’라면서 사진을 찍곤 했죠. 그리고 영국에서 체인징 플레이스가 적용이 된 큰 박물관의 화장실이 있었는데요. 화장실을 이용할 때 키를 받아 간대요. 되게 불편할 것 같잖아요. 그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기도 하고요. 이유를 물어봤더니 화장실을 누군가 이용한 뒤에 그 공간을 다시 깨끗하게 하려고 그렇게 했대요. 화장실이 안내 데스크 뒤편에 있었는데, 누군가 화장실을 이용한 뒤 키를 반납하면 청소하는 사람이 바로 들어가서 거기를 치운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불편한 게 아니라 깨끗함을 유지하는, 다음 사람을 위한 절차로서 인식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불편함이 아니라 배려가 될 수 있는 거죠.          


복지관에서 복지사로 20년 일하셨다고 하셨잖아요. 복지사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너무 오래 전 일이에요. 그냥 저는... 글쎄요. 어렸을 때부터 우리 옆집 아줌마가 소아마비가 있었는데요. 그 아줌마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 집에 가서 그 분이 해주는 밥이 맛있었고. 그분이 저보다 한 살 많은 자녀분을 키우셨는데 저는 그 언니를 참 좋아했고 그 언니의 엄마를 참 좋아했어요. 그리고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장애인 영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고, 그분들의 삶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업으로 삼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당연히 이쪽을 전공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고 지금까지 장애인 영역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접근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물리적, 정서적으로 접근이 쉬워야 해요. 표지판, 픽토그램을 만들거나 턱을 없애는 등 여러 방법이 있죠. 저희 복지관의 경우 메뉴판 같은 곳에 글을 모르는 분들도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림도 함께 표기를 했거든요. 아직도 개선이 되어야 될 것들이 많아요. 내가 내 돈 내고 커피 먹으려고 카페를 갔지만 불편하거나 것 같지 않거나 눈치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공간들이 있단 말이죠. 요즘 많이 나오는 이야기인데, 키오스크에 문제가 많잖아요. 장애인이나 어르신들은 메뉴 주문할 때부터 마음이 편치가 않아요. 키오스크에 충분한 설명이 되어 있든, 도와주는 사람이 있든, 누구든 공간을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들이 필요해요.          


제가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못 다한 이야기가 있나요?


저는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한 세상이 된다고 생각해요. 장애인들이 편한 물리적 공간이 되면 노인들도 편해지고 그리고 임산부도 편해져요. 그래서 편의시설에 관한 법도 장애인, 노인, 임산부를 위한 편의 증진법이라고 명칭이 되어 있거든요. 예를 들면 저상 버스라든지 엘리베이터라든지 이러한 것들이 생겨져야 된다고 열심히 주장하고 운동했었던 게 사실은 신체적 장애인들 그룹이었어요. 지하철에서 쇠사슬을 내 몸에 묶은 채 이동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를 했거든요. 그러면서 지하철마다 엘리베이터가 생겼고 또 저상 버스가 생기는 변화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화장실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장애인들이 편리한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된다면 그 화장실은 성소수자든 노인이든 누구든 편리한 공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은 있죠. 그리고 사람들이 밖으로 많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까지도 밖으로 못 나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안 보였던 것뿐이죠.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들이 보통의 삶을 어떤 곳에서든지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꿈꾸고요. 그런 사회를 위해 저도 나름의 역할을 미약하게나마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 2020 랜선 토론회의 최현주님 발표 영상 ⓒ 한국다양성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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