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편견' 바꿀 수 있을까요?

원래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2)

by 마음회복실


세상을 배우는 첫 번째 창


갓난아기였던 우리는 부모의 시선과 말, 행동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동시에 '나'라는 존재를 인식합니다. 생존의 열쇠를 쥔 부모는 아이에게 신과도 같은 존재이지요. 이 관계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첫 번째 창이 됩니다.


아기가 갑작스럽게 울음을 터트리는 경우를 상상해 볼까요?


어떤 부모는 재빠르게 반응해 아이를 달래주고, 어떤 부모는 이유를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아이가 지쳐 울음을 멈출 때까지 헤매기도 합니다. 드물게는 방치되는 경우도 있지요.

이 경험으로부터 아이의 마음에는 이런 믿음이 새겨집니다.


세상은 내 필요를 금세 채워주는 곳이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끝없이 애써야만 한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는 존재다.


이처럼 '주양육자의 반응'을 통해 아이가 인식하는 세상은 점점 분명해집니다.


아이가 점차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시기가 되면, 부모와 아이는 '말'을 통해 본격적으로 소통하게 됩니다.


말의 힘은 강력합니다.

부모가 어린 시절 반복적으로 들려준 말은 우리의 무의식에 자리 잡습니다.


"우리 딸은 뭐든 알아서 잘해요."

이 말을 들으며 자란 아이는 '나는 스스로 모든 걸 해내야 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지기 쉽습니다. 그 덕분에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작은 실수와 실패를 지나치게 두려워하게 됩니다. 실수는 곧 자신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들은 정말 착해요."
이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착해야 사랑받는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욕구를 표현하는 것조차 죄책감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결국 남의 요구에는 늘 친절하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가장 불친절한 사람으로 자라기 쉽습니다.


"네 형 좀 닮아봐라."
이런 비교의 말을 들은 아이는 '나는 늘 부족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품게 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남과 비교하며, 아무리 성취해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더 더'를 외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의식은 '나에 대한 편견'이 되어 현재까지 우리 뇌의 신경 회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회로는 지금도 비슷한 상황을 만났을 때 같은 감정을 반복하도록 이끕니다.


심리상담을 시작하면 항상 유년기를 살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상담을 받다 보면 지금 직장에서 겪는 갈등, 연인 관계에서의 불안, 혹은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습관 등이 사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반복되었던 패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변화는 '알아차림'으로부터


하지만 유년기의 경험이 우리의 운명을 완전히 결정짓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뇌는 평생 변화할 수 있는 가소성(plasticity)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위한 첫 시작은 '알아차림'입니다. 관계에서 갈등이 있을 때 내가 순간 느끼는 감정을 포착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숨어있는 나의 믿음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내 안에 어떤 핵심 신념이 자리잡고 있는지, 그 신념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차리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입니다.


두 번째는 '믿음'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입니다. 생각만으로는 뇌의 회로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반복된 행동이 쌓여야만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집니다.


이를 설명하는 한 연구를 살펴볼까요?


Bezzola 등(2012)의 연구에서는, 골프 경험이 거의 없는 성인들에게 '골프 스윙'을 상상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뇌 영상(fMRI)을 촬영했습니다. 그들의 뇌에 여러군데 불이 들어오며 비상상황인 것처럼 과활성화되었습니다. 우리의 뇌가 상상만으로도 실제처럼 움직인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 후 연구진은 이들에게 약 40시간의 집중적인 골프 연습을 시켰습니다. 그 후 다시 뇌 영상을 촬영했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연습 전에는 뇌의 여기저기 과활성화 되었다면, 연습 후에는 '딱 필요한 부분'만 효율적으로 활성화되었다고 합니다.

즉 무언가를 행동하는 상상만으로도 뇌가 활성화되기는 하지만, 그것이 '잘' 이루어지려면 행동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뇌에 새로운 길을 내는 '신경가소성'


1편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란, 뇌가 새로운 경험에 따라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능력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성인이의 뇌는 더 이상 변화하지 않는다"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성인의 뇌도 평생 새롭게 연결을 만들고, 기존의 회로도 재조직할 수 있다"라고 확증되고 있습니다.


혹시 바꾸고 싶은 '나에 대한 편견'이 있나요?

6개월 뒤, 변화된 자신을 잠시 그려 보세요. 그리고 오늘, 변화를 위한 아주 작은 행동 하나를 시작해 보세요. 그 작은 반복이 쌓일 때, 뇌는 새로운 길을 내기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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