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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낭이 Apr 23. 2024

오후 6시가 되면 불을 끄는 회사

AMD 첫 출근 소회

미국 퀄컴에서 AMD로의 첫 번째 이직 과정이 모두 완료되고, 

나의 두 번째 이직 관련 브런치 북인 어쩌다 이직, 갑자기 실리콘밸리 역시 얼렁뚱땅 잘 마무리되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sanjosero 


입사날에 약간의 해프닝(?)은 있었지만, 다행히도 문제없이 마무리되었고 

이제 벌써 새로운 오피스로 출근한 지도 1주일이 다 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AMD에 다니면서 느끼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첫 출근 감상평을 해보고자 한다.


1. 오전 9시에 불 켜고 오후 6시에 불을 끈다

두 번째 날 출근 때에, 나름 여유롭게 출근한답시고 8시쯤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사무실이 어두컴컴한 게 아닌가.

물론 당연히 내가 가장 먼저 온 사람이었다.

어떻게 불을 켜야 하는지 몰랐던 나는 내 자리에서 그렇게 1시간을 어둡게 노트북을 사용해야 했다.


아침뿐이 아니었다.

며칠 전에는, 내 개인적인 멘토링을 사무실에서 하느라 회사에 저녁 6시까지 있었는데

갑자기 불이 꺼져 버렸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회사는 빨리 출근하는 것도, 늦게 퇴근하는 것도 그리 반기지 않는 모양이다.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후 8시까지 회사에 있어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던 삼성전자 근무 시절을 떠올려 보면

참으로 낯선 광경이라 할 수 있겠다.


2. 월요일 금요일은 회사에 사람이 없다.

AMD는 공식적으로 주 3회는 On-site 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 말인즉슨,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재택을 주로 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회사가 참으로 조용하다.


다들 분명히 어디선가 열심히 일 하고 있는 거겠지...?


어찌 되었든 주 5일 출근을 할 나에게는 이 조용한 회사 분위기가 싫지만은 않다.


3. 주간보고서가 없다니...

첫 출근 후에 내 매니저인 C에게, 기본적인 사항들을 물어보았다.

기본적인 환경 셋업부터, I9, 회사 혜택, 근태 시스템 등...

그리고 자연스럽게 물어본 주간보고서.


내가 근무했던 삼성이나 퀄컴이나 모두 이 주간보고서에 시간을 들이느라 최소 일주일에 하루정도는 

소요했던 것 같은데,

놀랍게도 이 팀은 주간보고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우리 팀의 Sr.Director인 J와 매주 weekly sync-up을 하면서 각자의 진행상황을 보고한다는데..


주간보고서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좋지만,

앞으로 내가 맡게 될 프로젝트들에 대한 평가 분석, ROI 등 

그 결과에 대해 어필할 수 있는 나만의 metric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게 들었다. 


4. 드디어 뭔가 미국 회사에 근무하는 느낌적인 느낌

퀄컴 근무시절에는, 아쉽게도 매니저 M이 같은 지역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의 팀으로서 내가 활동하고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각자가 자신의 office room이 있어, 팀원들을 거의 보지 못한 혼자 근무하다시피 일을 했었다. 

(회의도 대부분 원격으로 참여)


이곳은 큐비클로 되어 있어 이전에 사무실이던 시절보다는 프라이버시가 좀 떨어지긴 하지만,

매일 아침과 오후마다 매니저와 팀원들과 함께 티 타임도 가지고,

업무나 개인적인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더 많아졌다.

각각의 방식이 장-단점이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지금의 생활이 조금 더 만족스러운 것 같다.


5. 드디어 사라진 저녁 근무!

이건 매우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이전 퀄컴에서 근무하던 당시에는 주로 인도 친구들과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일주일에 최소 2번 이상은 미팅이 저녁 9시, 10시에 끝나곤 했다.


이 미팅시간에 맞추느라 오후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지 못한다거나,

때로는 다음날 이른 오전 미팅이 잡히는 경우에는 피곤이 누적되곤 했었는데

일단 현재 우리 팀은 따로 인도팀과 같이 협업해서 일을 하는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6. 배울 것이 많고 어렵지만 재미있을 것 같은 기대감

이전 퀄컴에서는 주로 업무가 협력사 관리라던지, 다른 간의 프로젝트 조율 같이

엔지니어링과 조금 거리가 먼 일들이 많았다.

퀄컴에서의 매니저 M도 주로 기술적인 것보다는, 프로젝트 관리, 팀 시간 관리에 좀 더 초점이 되어있어

기술적 역량을 키우는 것에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곳 AMD에서는, (이미 매니저가 인터뷰 당시에 말했었지만), 

기술적인 노동들.. 이른바 삽질을 많이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아직 받지 못했지만, 각 엔지니어들 마다 기본적으로 테스터 보드가 하나씩 주어져서

자신의 자리에서 검증 업무나 테스트 플랜들을 직접 설계할 수 있고,

조금 더 심화된 실험의 경우에는, 같은 건물에 있는 LAB에 방문해서 실험을 진행할 수도 있다.


관련 문서들을 열심히 읽으면서 문득,

'아니 대체 나를 왜 뽑았지... 나는 이런 거 하나도 모르는데....'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내가 하던 업무들을 뭔가 실제로 구현해 보고 배워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일단은 설레하는 중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AMD로의 이직이 마음에 드는 편이다.

아직 회사 내에 아는 한국인도 없고, 친해진 사람도 없어서 밥도 혼자 먹는 신세지만.. 

조금 더 적응하다 보면 또 좋은 인연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새로운 시작은 항상 설레는 법.

이번의 설렘은 조금 더 오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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