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치우지 않으면 누가 치우리

마음이 심란하고 걱정거리가 있다면 청소 한번 해보세요.

by Rosary

가족수가 많은 집의 주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1인 가구의 집안일 역시 해도 해도 티도 안 나고, 끝도 없는 건 마찬가지다. 물론 방바닥에 뒹구는 머리카락과 먼지가 만나 공을 여러 개 만들어내거나, 먹다 남은 배달음식이 냉장고 안에서 곰팡이들을 키우고 있어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은 심드렁할 수 있지만 보편적인 수준의 청결과 위생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라면 집안일의 고단함에 공감할 것이다.


집안을 호텔 수준으로 관리하는 살림 유튜버 채널을 보면 그들도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겠지만 그 또한 일상적으로 보이지 않고 언감생심 따라 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수준의 집안꼴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브런치에 여러 번 언급했지만, 배달음식을 먹지 않기 때문에 식사 준비와 설거지를 하는 시간도 꽤 소요되는 편이다. 그런데 요리와 설거지는 좋아하기 때문에 크게 번거롭지 않다. 빨래도 소소한 손빨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세탁기가 하니 집안일에 포함시키기도 민망하다.


혼자 살다보면 웬만큼 깔끔하지 않으면 청소는 미루고 또 미루기 쉽다. 하루만 건너뛰어도 먼지는 왜 그리 쌓이는지 모르겠지만 애써 외면하고 오늘 청소를 내일로 미루곤 한다. 항상 짧은 머리를 하는데도 머리카락은 왜 그리 떨어져 있는지, 청소를 하다 보면 이렇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데 아직 탈모 걱정 없는 게 미스터리로 느껴질 정도다. 일상적인 청소는 대수롭지 않은데 주방 개수대와 화장실 배수구도 생각보다 자주 청소해야 불쾌한 냄새와 장면을 마주하지 않을 수 있다. 어머니가 부지런하고 깔끔한 덕분에 함께 살 때는 내가 쓰는 방 청소만 했었는데 어머니가 얼마나 수고로우셨는지 뒤늦게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오전 내내 청소하고, 브런치라고 하기에도 너무 늦은 식사를 하고 책상에 앉아 한숨을 돌리고 있자니 새삼 무한루프 집안일이 싫증이 난다. 한편으로는 청소를 할 생각이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정신상태가 건강한 증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세상에 이런 일이>나 <궁금한 이야기 Y> 같은 프로그램에 간혹 등장하는 쓰레기집을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는 환경에 대한 통제력을 얻고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깨끗이 쓸고 닦고 하는 동안 잡념이 사라지고, 오직 청소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과 청소를 하고 말끔해진 모습을 보며 성취감을 느끼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마음이 심란하고 걱정거리가 있다면 집안의 묵은 때를 청소해 보는 건 어떨까. 마침 날씨도 청소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화창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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