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 철봉 매달리기 되시나요?

본인의 체중을 확실하게 느끼려면 철봉에 한번 매달려 보세요.

by Rosary

얼마 전 어떤 커뮤니티에서 철봉 매달리기(턱걸이가 아니라 봉을 잡고 팔을 늘어뜨린 상태로 버티기) 5초도 버티지 못하는 성인 남자가 많다는 글이 올라온 걸 보고 ‘에이 설마’ 나도 5초 이상은 매달릴 수 있는데 싶었다. 말도 안된다는 댓글도 있었고, 해보고 말하라며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댓글도 있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확실히 5초 이상은 매달렸었다. 2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철봉에 매달리기를 해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오늘 산에서 내려오다가 철봉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매달리기를 시도해 봤는데… Oh My Godd… 5초는커녕 0.5초도 버티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조금 낮은 철봉에서 재시도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중년을 넘기면 정말 몸이 한해 한 해가 다르다는 게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동나이 평균 이상의 체력은 된다고 생각했었고, 평소에 거의 매일 아침 등산…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동산에 오르기를 하고 스트레칭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내가 생각하고 있는 몸 상태와 실제 몸 상태의 간극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따지고 보면 팔힘은 원래 약한 데다가 따로 팔운동을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지만 채 1초도 매달리지 못하는 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영화 <엑시트>처럼 어딘가에 매달려서 버텨야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마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 그냥 바로 황천길이구나' 생각은 했었지만 이 정도의 저질 체력일 줄은 몰랐다.


팔힘도 팔힘이지만 더 심각한 건 과체중이다. 양팔이 견디기엔 내가 너무 육중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젊은 시절에도 요요가 두려워 다이어트를 시도해 본 적이 없는데(돌이켜 보면 다이어트가 필요 없는 날씬한 시절이었다.) 다이어트하다가 훅 가는 게 걱정돼서 중년이 된 후에는 그저 현상유지가 목표였고, 욕심을 조금 내면 5kg 정도 감량하면 좋겠다는 소망이었지만 현실은 2kg이 늘어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철봉에 매달려 보니 10kg 이상은 감량해야겠다는 자각이 들었다.


이 나이에 10kg을 무슨 수로 감량할까. 막막하기만 하다. 복부 CT 촬영을 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며칠간 중단했던 정제 탄수화물을 섭취해 버렸는데… 그래도 인간적으로 철봉 매달리기 5초는 해내는 몸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다이어트나 피지컬 트레이닝 관련해서 연재하는 브런치 글을 몇 개 보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 대체 뭘 먹고 이 지경까지 몸이 무거워졌는지… 10년 동안 10kg이 증량된 장면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어어 하다가 앞자리가 바뀌었고, 다시 앞자리가 바뀔 위기에 처했을 때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싶어서 급브레이크를 밟아서 불안한 현상 유지 중이었는데 방심하는 사이 또 체중이 불어난 것이다.


더 물러설 곳 없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기분이다. 그동안 신체 관리에 관해서는 너무 수세적이고 관대한 태도였던 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 철봉에 매달려보니 내 몸무게가 확실하게 느껴졌고 어느 정도 감량을 해야 하는지 감은 잡혔는데 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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