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를 위한 병원 검진

1년 전 예약한 CT촬영을 마치고...

by Rosary

1년 전에 예약한 복부 CT 촬영을 했다. 작년에 검진을 할 때 1년 뒤 예약을 미리 하는 게 마뜩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1년은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긴 시간이라고 생각해 왔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건강했던 부모님이 두 분 모두 돌아가신 이후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1년 후 CT 촬영 예약을 미리 한다는 게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런데 오늘 벌써 약속된 1년이 된 것이다.


병원에 가기 앞서 이것저것 검색해 보는 편이었는데 이번 CT 촬영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가 벌써 1년이 되었나 싶었던 놀라움에 정보 검색할 여유가 없었다. 마음의 준비 없이 CT 촬영을 하러 가면서 어머니가 CT 촬영 전 주사를 놓는데 너무 아파하셔서 옆에서 엉엉 울었던 것이 기억나서 조영제 주사가 들어가겠구나 생각만 하고 병원에 갔다.


생각보다 단출한 주사를 맞고 기다리는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촬영이 시작되고 “숨 들여 마시세요, 숨 내쉬세요, 숨 참으세요, 숨 쉬세요” 두 번 반복한 후 “조영제 들어갑니다.”하는 안내를 받은 후 온몸 전체로 뭔가 확 퍼지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와아, 이건 뭐야… 메슥거리고 머리도 좀 아픈 것 같고 기분이 이상했다. 다시 “숨 들여 마시세요, 숨 내쉬세요, 숨 참으세요, 숨 쉬세요”를 하고 난 후 “끝났습니다.” 응? 벌써 끝났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몸을 일으켰다.


생각보다 금세 촬영을 마치고 살짝 어지러움이 느껴져 잠시 앉아있다가 집에 돌아왔다. 이사할 때 고려한 건 아니었지만 엎드려 코 닿는 곳에 상급종합병원이 있었고, 병원 갈 일이 있으면 대부분 이곳을 이용한다. 나이 들어 병원 가까운 곳으로 이사 가는 이유를 알 것 같고, 가능하면 여기서 오래 살아야겠다는 마음까지 든다. 휴우, 병원에 다녀오는 건 심신이 고단하다. 크게 아픈 데가 없어도...

20230308_s.jpg 아... 안내 문자가 가지 않으니...

그런데 1년 전 안내문을 찬찬히 다시 보는데 아뿔싸, 혈액검사를 했어야 했다. 혈액검사 안내 문자는 따로 가지 않는다고 쓰여있었으나, 1년 전에 받은 안내문을 다시 읽어보는 건 무리였다. 전화로 문의를 했더니 수화기 저쪽에서 오늘 내원해서 채혈 가능하냐고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걸어서 3분 거리의 장점을 발휘해서 후딱 다녀왔다. 이제 다음 주에 의사를 만나서 검사 결과를 듣는 제일 두근두근한 과정만 마치면 한동안은 마음의 평화가 깃든다.


병원에 가면 누구나 느끼는 거겠지만, 아픈 사람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아플수록 받아야 하는 검사도 많고, 검사-결과확인-처방-검사-결과확인-처방의 무한루트를 매우 잦은 간격으로 하면서 지친다. 나이가 들면 병원에 갈 일이 잦아지고,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날이 올지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최대한 그 일을 미룰 수 있도록 평소에 건강을 잘 돌보는 일밖에 없다. 하지만 미리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살다 보니 ‘人命은 在天’이라는 말에 동감하는 순간이 많다. 사는 동안 삶에 충실하는 것이 내가 할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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