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지금부터!

“내일부터”라고 미루는 순간, 이미 그 결심은 반쯤 무너진 것

by Rosary

3월부터 다시 매일 아침 등산을 시작했는데 밤잠을 설치는 바람에 늦잠을 자버린 관계로 고비가 찾아왔다.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신 9시가 넘어서야 눈을 뜬 것이다. 아, 산에 가기엔 너무 늦은 시간인데 그냥 오늘은 건너뛸까? 미세먼지 많다는데 오늘은 나가지 않는 게 좋겠지? 내일 월요일이니 내일부터 깔끔하게 시작하는 걸로…


아, 이것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변명이다. 다이어트할 때 오늘은 일단 먹고 내일부터 시작하자. 이게 보통 우리의 일상이다. 그런데 경험상 “내일부터”라고 미루는 순간, 이미 그 결심은 반쯤 무너진 상태라고 보는 게 옳다. 생각을 하고, 결심을 했다면 바로 그 순간부터 실행에 옮기는 것이 목표 달성의 가능성을 높인다.


늦잠을 잤고, 미세먼지가 있다지만 머뭇거리지 않고 운동화를 신고 문밖을 나섰다. 일단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오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햇빛이 조금 따가웠지만 선글라스를 썼으니 상관없다. 신선한 공기는 아니었지만 공기질이 생각보다는 양호했다. 그래, 오후에는 미세먼지가 더 나빠질 수 있으니 지금 나온 게 잘한 일이야. 스스로 격려하고 늘 다니던 등산로로 향했다.


시간도 늦고, 일요일이라 그런지 오가는 사람이 많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단숨에 정상의 산스장에 도착했더니 교회 전단지를 든 여사님이 다가오신다. 아… 힐링을 하러 오는 산에서도 마음 놓고 시간을 보내지를 못하다니… “잠시 쉬는 동안 이것 좀 읽어보세요. 예수님께서…” “아 저 안 쉴 건데요.” 하면서 잽싸게 운동기구에 올라섰다. 무안하긴 하셨겠지만, 예수님 말씀 들으러 산에 온 게 아닌 제 사정도 좀 이해해 주시길…


‘역시 산에는 일찍 와야 하는 거구나’ 깨달음을 얻고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하고 나서 천천히 산에서 내려왔다. 내일은 도서관이 쉬는 날이니 도서관에 들릴까 하다가 배가 고파서 일단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몇 주 사이 2kg이 빠져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2kg이 쪘다.. 중년에는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살이 찐다. 음식양이 늘거나 운동량이 줄어든 것도 아닌데 환장할 노릇이다.


이사 온 후 즐겼던 애증의 디저트도 싹 다 포기하고, 가끔 하는 야간 편의점행도 뚝 끊었다. 정제 탄수화물과 가공식품은 당분간 쳐다도 보지 않을 것이다. 다음 주에 병원 검진인데 어느 정도 양심은 지킨 몸상태를 만들어놓아야 할 텐데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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