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인생 자유이용권

검진 결과 이상 없음이 의미하는 것

by Rosary

지난주 수요일에 했던 CT 촬영과 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 진료실 앞에는 역시 많은 환자들이 대기 중이었다. 접수를 하고 조금 앉아있으니 이름을 부르고 체중을 재 달란다. 헉… 아, 1년보다 2kg 늘어서 창피한데… 그래도 어쩌겠는가. 체중과 키가 측정되는 신체계측기의 측정값을 확인해 보니 키가 조금 늘어나 있었다. 나이 들면 키가 줄어든다는데 건강검진할 때 키가 조금씩 크게 측정되는 걸 확인하면 젊은 시절 내 자세가 얼마나 좋지 않았나 싶다. 스트레칭과 운동으로 원래 키를 되찾은 것이다.


길지 않은 대기 시간 후 간호사에게 이름이 불려서 진료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그때부터 가슴이 두 방망이질을 시작했다. 1년 동안 음식 조절 제대로 안 하고 매일 디저트와 커피를 즐겼던 것에 대한 후회가 들고, 죄지은 사람처럼 한없이 땅속으로 꺼지는 기분이 들고 있는데 내 차례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섰다. 1년 만에 마주한 교수님 얼굴이 낯설기만 하다. 이런 얼굴이었었나 싶다. 교수님이 보고 있는 CT 사진 속에 내장지방 모습을 보니 창피함이 밀려왔다.


“어떠셨어요? 그동안 괜찮으셨어요?”

“네, 뭐, 별로 아프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허, 담낭에 돌이 있고, 이 정도면 수술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식사도 잘하고 이상이 없으셨다는 거죠?” “네, 뭐 특별한 이상은 없었어요. 혈액검사 결과는 괜찮나요?”

“네, 아주 정상입니다. 다 좋습니다. 아프지 않으셨다면 뭐… 이 정도면 식사를 잘 못하셨을 것 같은데… 기름기 있는 음식 드셔도 소화시키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는 거죠?”

“고기를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 제가 원래 먹는 양이 많지 않아요. 왜 살이 찌는지 모르겠지만.”

웃기려고 한 말이 아니었는데 이 말에 교수님이 빵 터졌다.

“하하, 제가 뭐라고 했나요? 아프지 않으시다면 수술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과를 계속 지켜보시는 걸로 하죠. 그럼 1년 후에 다시 보시는 걸로.”


이렇게 짧은 문답을 마치고 진료실을 나왔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했다. 1년 뒤 다시 CT 촬영 하는 것을 내가 꺼려하는 것을 보고 다음엔 초음파 촬영으로 보자고 했다. 처음 교수님을 만났을 때는 많이 피곤하고 차가워 보였는데 두 번째 만남에서는 훨씬 부드럽고 쾌활해 보여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대기실에 기다리고 있는 다른 환자들에 비해 나는 그저 가벼운 담낭 이상 증세에 불과한 나이롱환자였다. 그래도 경과는 꾸준히 확인하고 지켜봐야 할 것 같아서 작년 봄 병원을 찾았고, 1년 뒤 복부 CT 촬영을 예약한 것이었다.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으니, 봄여름가을 그리고 겨울 다시 1년은 마음 편히 삶에 충실하면 된다.


어차피 인생은 시한부인데 건강검진을 하고 이상 없음을 확인하면 마치 1년 자유이용권을 얻은 기분이다. 그래도 조심하면서 작년보다 올해 몸관리를 좀 더 잘하고 살아야겠다. 한 살 더 나이를 먹었으니 심신이 쇠약해지고 있는 건 분명하니까…

keyword
이전 04화5초 철봉 매달리기 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