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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Nov 12. 2023

나대로 살아온 365일

세월이 빠르긴 해도 공평해서 좋지 아니한가.

사람들이 나이 들면 입버릇처럼 즐겨하는 말이 있다. “세월이 벌써? 세월 참 빠르다.” 보통 어릴 때 본 사람이 어느새 어른이 되었거나,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미인의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보일 때, 한창 들었던 인기곡이 수십 년 지난 옛 노래가 되었거나 시대를 앞서간 영화가 추억의 영화가 되었음을 발견했을 때, 이런 말이 툭 튀어나오곤 한다.


그런데 이 말처럼 스스로 늙었음을 정직하게 털어놓는 말도 없는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할 만큼 추억이 쌓이지 않아서 세월의 덧없음을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세월이 빠르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청춘은 끝났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브런치에 매일 글을 올린 지 이제 딱 1년이 되었고, 365개의 글이 남았다. 중간중간 고비도 있었지만 어쨌든 매일매일 1시간 정도 글 쓰는 것에 성공했다.


오늘은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하나 고민하는 날들이었고, 때로는 하기 싫은 숙제 하듯이 꾸역꾸역 억지로 글을 쓰는 날도 있었지만 처음 결심한 대로 1년을 채운 스스로가 대견해서 칭찬해주고 싶다. 무엇인가 하려고 결심하는 게 어렵지, 일단 결심이 서면 무슨 일이 있어도 스스로와 한 약속은 지키는 편이어서 이번에도 소소하게나마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브런치를 하면서 대략 한 달에 한번 꼴로 브런치 메인에 글이 소개되었던 것 같은데 무슨 기준으로 선정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상당히 공들여서 쓴 글보다 그냥 휘뚜루마뚜루 생각나는 대로 썼던 글들이 메인에 선정되는 일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1년 정도 매일 글을 쓰다 보니 브런치 운영자나 독자들의 취향을 대충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메인 선정 기준은 모르겠다.


1차 목표인 무조건 1일 1 글은 달성했으니 2차 목표는 좀 더 방향성 있는 글쓰기로 나아갈 수 있길 희망한다. 개성을 중시하면서 자기만족을 위해 사는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남의 이목을 의식하면서, 눈치를 보면서, 체면을 차리면서 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울 때가 있다. 남들이 대학을 가니까, 남들이 명품백을 드니까, 남들이 아파트에서 사니까,... 남들처럼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자격지심에 시달리게 되는 건 아닐까?


그저 내가 즐겁고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가지고, 내가 살고 싶은 집에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나대로 살아간다면 삶의 만족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시간조차 불공평하게 주어지는 미래 사회가 아직 도달하지 않은 관계로 아직은 시간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지만 누구에게라도 공평하게 주어지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내게 얼마나 시간이 남아있는지 알 수 없지만, 365일을 꽉 채워서 1년을 살아낸 것처럼 또 다른 1년을 그렇게 살아낸다면 “세월이 빠르긴 해도 공평해서 좋지 아니한가.”


지난 1년 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메인 이미지 영화 <인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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