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여린 소녀였던 엄마를 떠올리며
제비꽃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면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너머 먼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조동진의 “제비꽃”을 처음 들었던 건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정확하게 언제 어디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왔을 때였을 듯한데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물론 사춘기 시절, 깊은 밤 수많은 음악을 들으면서 감성 터져서 눈물 흘렸던 기억은 꽤 여러 번이었지만 들을 때마다 눈물이 흐르는 노래는 “제비꽃”이 유일하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난 뒤 “제비꽃” 눈물버튼이 더 강력해졌다. 눈물이 흐르다 못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눈물, 콧물을 흘려도 멈추지 못할 때가 많다. 오늘 유튜브에서 우연히 장필순 라이브 버전의 “제비꽃”을 듣다가 고운 엄마 얼굴이 떠올라 목이 메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장필순 - '제비꽃' |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8회. '동아기획' 편)
“제비꽃” 가사를 들으면 대부분 첫사랑 소녀의 이미지를 떠올리겠지만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나는 언제나 엄마가 떠오른다. 내 기억 속 중년의 엄마를 떠올려보면 다정하지만 무섭고, 유쾌하지만 엄격한 이중적인 면모를 가진 사람이었다. 엄마의 소녀 시절은 상상할 수 없는 그저 태어날 때부터 엄마였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열서너 살 무렵의 엄마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내 머릿속 이미지와 전혀 다른 여리고 앳된 소녀의 모습을 한 엄마의 얼굴을 보고 그냥 눈물이 터져버렸다. 이렇게 작고 수줍은 소녀였던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 1년 동안 그때 그 소녀의 모습으로 내 곁에 머물렀었다.
혼자 있으면 견디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짧은 외출에서 돌아온 나를 원망과 안심이 겹쳐진 눈망울로 쳐다보던 모습은 지금도 어제처럼 생생하다. 엄마와의 이별이 코앞에 닥쳤으면서도 낯선 엄마의 모습을 보는 게 그저 버겁고 힘겨워서 외면하기 일쑤였던 그때를 생각하면 회한이 가득하다.
아주 멀리 새처럼 자유롭게 훨훨 날아가버린 엄마를 그리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