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은 많고

존경은 기억에 의존된다.

by 얼세이

오늘 11월 14일은 성우학원에서 처음 만난 이지선(성우) 선생님의 생일이십니다. 제가 자신감을 찾게 많은 도움 주신 이지선(성우) 선생님 한만중(성우)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다시 만나는 날까지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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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소품으로 칠 수 있나요."


항균 스티커입니다. 성우학원 선생님께서 제게 열심히 훈련하라며 제 마스크에 붙여주신 스티커를 책상 옆 기둥에 붙여놨습니다. (무서우시다면 죄송합니다.) 당시에는 그리고 지금도 생각하건대 선생님이 주신 것에 큰 의미가 있어 버리기보단 그 당시 상황을 간직하고 싶어 고개를 돌리면 볼 수 있는 위치에 붙여두었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성우학원에 등록하고 1일 차 처음 선생님분들을 본 날은 잊히지 않는 제 인생의 도약 중 큰 발자국을 남겨주신 분들입니다. 유쾌하고 활기찬 성격의 선생님은 학생들의 특징을 쉽게 기억하고 더 자세히 다가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셨고 학원생들은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가르치기 위해 나오는 말씀 한마디에 모든 에너지가 태양처럼 따듯하게 느껴졌고 해가 진 저녁에 듣는 수업임에도 교실엔 파란 하늘이 보였습니다. 저는 짧지만 함께했던 그 수업시간이 지금도 잊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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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있으면 실망도 있다."


수업을 받은 지 2주 정도가 지났습니다. 선생님은 그날 저희에게 내레이션 읽기를 가르쳐주었고. 끝나기 30분 전 각자 내레이션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긴장 속에 뱃속에 공기를 넣고 복식호흡을 유지하며 천천히 숨을 내쉬며 지문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다큐멘터리나 광고에서 들을 수 있는 내레이션들을 상상해봤습니다. 점잖고 흐름의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 저는 그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배운 대로 발성을 냈지만 결과는 아쉬웠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과 선생님의 생각한 것은 당연히도 달랐습니다. 잘 한 거겠지?라는 생각은 틀렸고 저는 결국 잠깐 남아서 피드백을 듣고 가라는 말씀에 속으로 당혹했습니다. (당연하지) 처음 한 거라 당연히 잘한 것은 아니었지만 혼자 남아서 추가로 들어야 할 만큼 남들보다 부족한 게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늦은 시간 제게 시간을 더 내주신 선생님께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 그렇게 본의 아니게 죄인이 된 느낌으로 선생님의 피드백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이 보였습니다. 훈련되는 것은 소리고 듣는 것은 내레이션인데 신기하게도 눈이 열렸습니다. 선생님은 펜으로 내레이션 대본에 물결표를 그으며 어느 곳에서 소리를 더 길게 내야 하고 짧게 간결하게 말해야 하는지 잡아주니 대본의 글자가 마치 악보가 되었습니다. 그제야 소리가 보이고 이상적인 내레이션이 들렸습니다. 무엇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악보가 된 대본을 제게 주신 선생님께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15분 정도 늦게 자리에서 일어난 저는 선생님께 연신 감사인사를 전하며 꼭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나머지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은 항균 스티커 한 장을 주시며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셨습니다. 일회용 향기가 담긴 스티커였지만 그 작은 한 장이 오늘의 모든 일상을 담은 것 같아 보여 좀 더 특별해 보였습니다. 내가 잘했을 거라는 기대심도 느꼈고 내레이션을 잘하지 못한 실망감도 있었지만 다음엔 더 잘할 거라는 기대심이 또 한 번 차오르는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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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을 보류하고 있는 현재"


아직 학원에 다시 갈 수 있는 사정이 아니지만 학원에 몸이 없어도 배움에는 장소의 한정이 없듯 혼자 책을 읽을 때 소리 내서 읽으면서 발성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때 그어주신 물결표는 마치 마법처럼 앞으로 많은 글들을 읽을 때 눈에 보여 이상적인 소리를 어떻게 내야 할지 감을 잡아주는 요령이 되었습니다. 선생님분들은 제가 혼자서도 연습을 멈추지 않게 도와주신 큰 스승님이십니다. 학원이 그리워서 선생님들이 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급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기다립니다.



20221111_114345.jpg 카탈로그를 읽으며 내레이션 연습을 합니다.



"논스톱"


(분명 저장해놨는데 이 부분이 통째로 날아가있었다.) 다시 만나는 날 까지 문장을 놓지 않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돌아갈 수 있게 종이로 돛을 올리고 글자로 노를 저으며 목소리로 항해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방황하며 길을 잃을때는 학원에 다녔을때를 추억하며 다시 기둥에 붙인 스티커를 한번 보고 2022년 가장 잘한 선택임을 되짚고 다시 그 선택을 위해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저의 꿈을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리며 선생님 두분 다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며 생일축하드립니다. 가장 좋은 기억만 드리고싶은 기초반 제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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