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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은영 Nov 14. 2022

여우의 짝사랑



#11.


“그거 알아? 하루가 짧아질수록 점점 행복해진다.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것만 하면 바로 다음 날이 되거든.”

태랑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게 오늘이면 끝이라는 거 알기는 하는 거야?”

은비는 목이 메어 주먹을 꽉 쥐고 소리쳤다. 태랑이 아프게 웃었다. 

“알아. 40분 남은 날이 마지막이라고 시간의 용이 말해줬어. 오늘이 지나면 모두가 나를 잊어버리겠지.”

“그래. 그러니까 얼른 눌러. 이 바보 같은 짓 그만두자고!”

“하아, 네가 그렇게 나올까 봐 도깨비 눈꺼풀까지 구해서 붙였는데. 모든 게 끝나고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말이야. 하지만 역시 뜻대로 되는 건 없다니까.”

“신이 도운 거지! 널 구하라고 말이야.”

“좋아. 그렇다면 말해 봐. 너 아빠 용서할 수 있어?”

“절대 못 해.”

“그럴 줄 알았어.”

태랑은 다 이해한다는 듯 방긋 웃더니 뒤로 물러섰다. 은비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우 태랑. 쓸데없는 동정 따위 집어치워. 이건 내 문제야.”

태랑이 눈을 끔뻑거리더니 씩 웃었다.

“네 웃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거든. 난 소원을 이뤘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은비가 성을 내자 태랑은 갑자기 뒤로 재주를 넘었다. 순간 시냇물 소리가 들려왔다. 어찌할 틈도 없이 태랑이 휙, 사라졌다. 

“태랑아!”

은비는 절규했지만 들려오는 답은 없었다. 은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아빠를 용서할 순 없어. 하지만, 이건 아니야.”     




뎅, 뎅, 뎅-

별안간 괘종시계 소리가 들려왔다. 은비는 눈을 가린 손을 떼고 앞을 바라봤다. 

어느 틈에 용의 거실에 앉아 있었다. 민지와 나래는 기다리다 서로 머리를 기대고 잠들어 있었다. 용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이제 진자는 원래대로 느릿하게 오가는 중이었고 창밖으로 유성이 긴 꼬리를 그리며 빛줄기를 수놓고 있었다. 

‘어떡하지?’

은비는 찬란하게 빛나는 별 무리를 바라보며 고인 눈물을 닦았다. 인기척에 나래와 민지가 부스스 눈을 떴다. 

“잘 다녀왔어?”

나래가 기지개를 켜며 물었다. 

“세상에, 너 손이 왜 그래?”

민지가 황급히 수건을 꺼내 들었다. 그제야 은비는 제 손이 상처투성이인 걸 알았다. 

“진실이란 게 온통 열받을 일뿐이더라고.”

“너 보기보다 거칠구나.”

나래가 혀를 차며 민지의 수건으로 은비의 손을 붕대처럼 감아주었다. 은비는 힘없이 웃고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도대체 태랑이 왜 이런 건지 모르겠어. 기억이 다 떠올랐는데 나 태랑이랑 그렇게 친한 사이 아니었잖아. 너희랑 친했지.”

“아, 그건 아마도….”

나래가 머뭇거렸다. 그러자 민지가 입을 열었다. 

“은비야. 여우족은 잔꾀도 많고 가벼운 사람 투성이지만 딱 하나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아주 진지해. 사실 그들만큼 온 마음을 다하는 종족도 드물지.”

은비가 뭔가 싶어 바라보자 민지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앞뒤 가리지 않고 행동하곤 해. 좀 무서울 정도지. 그게 설령 짝사랑일지라도 말이야.”

은비는 너무 당황해 숨을 크게 들이켰다. 심장이 콩콩 뛰었다. 

‘그러니까 우 태랑이 날 좋아해서 이런 거라고?’

그때 용이 나타났다. 손에는 길고 긴 시곗줄이 달린 콩알만 한 시계를 들고 있었다. 용은 그걸 은비에게 건넸다. 

“이게 뭐예요?”

은비가 묻자 용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시계 도둑을 잡을 때 쓰려고 만든 거란다. 그냥 공중에 던지기만 하면 돼.”

은비는 눈을 끔뻑였다. 

“그러니까 가서 태랑을 잡으라고요?”

“그래. 네가 슬퍼할 것 같아서 주는 거다. 물론 대가는 받아야겠지만. 큰 건 안 바라고….”

“거짓말. 애초에 여덟 번째 소녀의 일기장이 목적이라 태랑이 이렇게 나올 줄 몰랐던 것이겠죠.”

민지가 용의 말을 자르며 끼어들었다. 

“맞네. 그거네. 태랑이 홀라당 버튼을 누를 줄 안 거야. 분명.”

나래도 맞장구를 쳤다. 용이 퉁방울눈을 데구루루 굴리더니 입을 삐죽였다. 

“쳇. 알았다. 알았어. 그 시곗줄은 공짜다.”

은비는 안도하며 시곗줄 끝을 잡고 휙, 던지며 물었다. 

“저기 이거 이렇게 하면 돼요?”

그러자마자 용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여기서 던지면….”

말소리가 뚝, 끊어졌다. 은비는 시곗줄에 휙, 몸이 딸려 앞으로 날아갔다. 세찬 바람이 온몸으로 불어 들었다. 

“으악!”     




은비는 그대로 앞으로 미끄러졌다. 황급히 일어서고 보니 동쪽 시장 한복판이었다. 

우당탕퉁탕!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지?”

반사적으로 바라본 은비는 눈을 부릅떴다. 저만치 설아가 걸어오고 있었다. 며칠 전 봤던 대로 검은 한복 차림이었는데 얼굴이 유달리 창백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긴 생머리가 하늘로 날아올라 빙빙 돌며 회오리바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찌나 세찬 칼바람인지 주변의 돌멩이와 꽃들이 뽑히듯 날아올랐다 바닥으로 내동댕이치며 길을 엉망으로 만드는 중이었다. 신기한 건 그중 어느 하나 상점으로 튀어 들어가는 건 없었다. 

“야! 그러고 있지 말고 빨리 이거 풀어!”

별안간 발치에서 태랑의 고함이 들려왔다. 그제야 은비는 태랑이 시곗줄에 꽁꽁 묶여 넘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줄의 끝은 여전히 은비의 손에 감겨 있었다. 

“태랑아. 설아 언니가 여전히 네 뒤를 쫓고 있는 거야?”

은비가 황급히 묻자 태랑이 울먹거렸다.

“내 말이 그 말이야. 준서 형은 뭘 한 건지. 어쨌거나 이거 좀 풀어줘. 나 저 누나 정말 무섭다고! 마지막을 꽁꽁 얼어붙은 얼음으로 세상을 끝내고 싶지 않단 말이야.”

“아, 그러고 싶지만 푸는 법을 몰라.”

“어째서?”

“듣기도 전에 내가 와버렸거든.”

은비는 미안해하며 태랑을 일으켜 세우려 애썼다. 시곗줄이 어찌나 단단하고 두툼한지 태랑의 몸은 꼭 통나무 같았다. 

그러는 사이 설아가 점점 다가왔다. 태랑이 마구 고함을 질러댔다. 결국 은비는 태랑을 뉜 채 힘껏 앞으로 밀었다. 

데굴데굴-.

태랑은 잘도 굴러갔다. 

“으악! 그만둬!”

태랑이 비명을 질러댔다. 은비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엎드리다시피 해 태랑을 굴리고 또 굴렸다. 

언젠가 아빠랑 체육대회에서 하던 공 굴리기 경주가 떠올랐다. 이길 생각에 앞만 보고 달리는데 아빠는 산책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고개를 들며 말했다.

‘하늘이 참 예쁘네.’

그때 저도 모르게 아빠를 따라 올려다본 하늘을 진짜 아름다웠다. 구름 한 점 없는 쪽빛 하늘이 은비의 마음을 파랗게 물들였다. 

결국 그날 경기에선 졌다. 엄마는 경기 중 바보 같은 짓을 했다며 어이없어했지만 은비는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그 아줌마는 멋지다고 해주는 걸까? 아빠가 그럴 때마다 함께 웃어주는 걸까?’ 

“야! 야! 고 은비. 정신 차려! 이대로 가면 강이라고. 강!”

태랑이 노랗게 뜬 얼굴로 말했다. 그제야 은비는 멈췄다. 어찌나 열심히 태랑을 굴렸던지 숨이 가빴다. 앞을 보니 진짜 강이었다. 

“아, 어쩌지.”

그 순간 두 개의 그림자가 은비에게 달려들었다. 

헉-.

은비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다 민지와 나래인 걸 알아보고는 반색했다. 

“나래야. 민지야!”

민지는 은비에게 웃어 보이더니 나래에게 말했다. 

“나래 너 태랑이 들 수 있지?”

“물론이지.”

나래가 태랑을 번쩍 들어 어깨에 멨다. 민지는 태랑에게 다가가 물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어?”

“무슨 상관이야!”

태랑이 짜증 난 듯 외쳤다. 보고만 있던 은비는 버럭 소리쳤다. 

“우태랑! 얼마 남았어!”

태랑이 깜짝 놀란 듯 대답했다. 

“10분 정도.”

은비는 입술을 깨물었다.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자 민지가 나래를 보며 말했다.

“준서 선배 말 기억나지? 공방으로 가. 내가 막을 동안 너흰 뛰는 거야. 있는 힘껏.”

“뭐? 하지만 민지야. 저 사람은 서기관이고….”

나래가 놀라서 외쳤지만, 민지는 휙, 돌아섰다. 설아가 무시무시한 눈보라를 이고 저만치 앞까지 와있었다. 

“가자!”

나래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은비도 마지못해 뒤를 따랐다. 대체 저 가냘픈 몸으로 어떻게 설아 언니를 막겠다는 건지 상상조차 되질 않았다. 하지만 나래 뒤를 따라 막 모퉁이를 돌던 은비는 보고 말았다. 

어느 틈에 그곳에 민지가 아닌 용이 서 있는 것을. 그림자 거리의 용만큼이나 작고 아담했지만 치켜든 손톱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날카로워 보였다.

“민지 원래 모습은 용이야?”

은비는 나래 뒤를 쫓으며 물었다. 

“용족에게는 둘 다 원래 모습이야. 하지만 민지는 용이 되는 걸 싫어해.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래는 태랑까지 지고 뛰는데도 가벼운 목소리로 답하더니 어깨 위 태랑을 툭, 치며 말했다.

“우 태랑. 이 빚은 300배로 받아 낼 거다.”

“아, 젠장. 나 좀 내버려 둬. 대체 왜들 그러는 거야! 그냥 내버려 두라고!”

태랑이 악을 써댔다. 하지만 그도 잠시, 요란한 눈보라 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민지가 졌나 보네.”

나래가 중얼거렸다. 태랑이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은비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래가 은비를 흘끔 보더니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휘이익, 휙!

다음 순간 저쪽에서 쑥, 이쪽에서 불쑥 도깨비들이 나타났다. 태랑의 재판 때 봤던 그 도깨비들이었다. 

“공주님, 부르셨습니까?”

“넌 이 녀석을 내가 공부하는 공방으로 데려다줘. 저 여자애도 데려다주고.”

나래가 가장 덩치 좋은 도깨비에게 태랑을 넘겨줬다. 

“관둬!”

태랑이 악을 썼지만, 그 도깨비는 태랑을 어깨에 지더니 두다다다, 뛰어갔다. 은비는 당황해 태랑을 묶은 시곗줄을 손에 꼭 쥔 채 멍하니 바라봤다. 줄이 점점 길어졌다. 길고 길어지는데도 끊어지질 않았다. 

“2급 서기관 나 설아가 곧 이리로 들이닥칠 거다. 우리가 할 일은 최대한 오래 그 사람을 이곳에 묶어두는 거야. 다치게는 하지 마라. 그리고 다치지 마라. 하나 더….”

나래는 도깨비들에게 말하다 말고 은비를 바라봤다. 

“뭐해. 어서 가!”

은비는 고맙다는 눈짓을 하고 저만치 뛰어가는 도깨비를 쫓아 달렸다. 

“이 애도 데려가!”

나래가 등 뒤에서 소리쳤다. 그 순간 도깨비가 걸음을 멈추더니 휙, 돌아와서 은비를 빈손에 안아 들었다. 

으앗!

은비는 깜짝 놀랐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느 틈에 은비는 도깨비의 어깨 위에 앉아 있었다. 다른 쪽 어깨에는 태랑을 지고 있으면서도 힘들지도 않은지 성큼성큼 잘도 뛰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고치는 이의 공방이 나타났다. 도깨비는 둘을 문 앞에 내려놓더니 휙, 돌아서서 날 듯이 가버렸다. 

“역시 도깨비야.”

태랑이 질렸다는 듯 읊조렸다. 

“야! 우 태랑. 이제야 나타난 거냐?” 

준서였다. 그 뒤로 공방에서 일하는 몇몇 소년들도 보였다.

“형. 나중에.”

태랑이 도망치려는 듯 폴짝 뛰어올랐다. 깜짝 놀란 은비는 손에 쥔 시곗줄을 확 잡아당겼다. 

“어이쿠!”

태랑이 바닥을 굴렀다.

“히야. 고 은비. 그 줄은 웬 거냐? 대단한데!”

준서가 손뼉을 쳤다. 은비는 멋쩍게 웃었다. 일부러 태랑을 굴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힘이 너무 들어갔다. 

“야. 나 좀 그만 놔주라.”

태랑이 애원하는 사이 매서운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저 멀리 설아가 눈으로 만든 말을 탄 채 달려오고 있었다. 

“여우 몰이를 하면 결국 여우는 여우굴로 돌아간다더니 정답이었네.”

힘차게 달려온 말이 코앞에 멈춰 서자 설아가 말했다. 

“감히 어딜!”

준서가 팔짱을 끼며 앞으로 나섰다. 다른 소년들도 병풍처럼 좌우로 늘어섰다. 

“은비야! 태랑이 데리고 들어가.”

준서가 살짝 고개를 뒤로해 말했다. 은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태랑을 공방 안으로 밀었다. 

데구루루-.

태랑이 공방 안으로 굴러 들어가며 있는 대로 툴툴댔다. 

“아, 진짜. 제발 좀 그만해. 토할 것 같다고!”

은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방 가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 준서가 설아가 투덕거리며 맞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치는 이는 고치는 이가 책임진다!”

준서의 외침에 설아의 코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감히 날 이기겠다고?”

그러더니 문이 쾅 닫혔다. 곧바로 소리가 뚝, 끊겼다. 




이제 둘만 남겨졌다. 은비는 잽싸게 태랑의 주머니를 뒤져 시계를 꺼내 들었다. 시계 뚜껑을 열어보니 5분 전, 12시다. 

“다행이다. 안 늦었어!”

은비는 시곗줄 사이로 태랑의 손가락만 끌어내 시계를 가져다 댔다. 

“당장 버튼 눌러.”

태랑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난 괜찮아. 은비야. 난 사라지고 싶어.”

“그런 말 하지 마. 아빠를 다시 봤을 때, 아빠가 살아있다는 걸 알았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아빠가 딴 여자랑 결혼까지 했고 배다른 동생까지 생겼고 그래서 이제는 나만의 아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냐고!”

은비가 절규하듯 외치자 태랑이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다시 떠올리게 해서.”

“이 바보 멍청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살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아빠가 죽지 않아서, 생생하게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모습 그대로 살아 있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고!”

은비가 주르륵, 눈물을 흘리자 태랑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아빠를 용서할 수 없다고 했잖아.”

“그래. 용서 못 해. 하지만 다시 시작할 순 있을 것 같아. 새로운 아빠를 새롭게 만날 순 있을 것 같아. 난 너와도 그러고 싶어. 친구가 되고 싶다고. 나 좋아한다며. 그러니 죽지 마. 죽지 말라고.”

은비는 간절한 눈빛을 담아 말하고는 태랑의 손가락에 시계를 가져다 댔다. 

“제발.”

태랑이 심호흡을 하더니 딸깍,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잊고 있던 감정이 돌아왔다. 지워졌던 기억들은 이제 보니 탈색되어 있었다. 가슴이 무너질 듯 아팠다. 차라리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온갖 밤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견딜 만했다. 아빠가 살아 있고 태량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했다. 

“다행이다.”

불쑥 민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지는 문가에 민지와 나래가 선 것을 보았다. 둘 다 흙투성이였지만 다행히 무사해 보였다. 

두 사람 뒤로는 머리끝에 고드름이 달린 준서가 화난 얼굴로 서있었다. 설아를 물리쳤는지 눈보라 치는 소리는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태랑이 이 녀석! 너 벌로 공방 청소 10일이야!”

태랑이 입을 삐죽였다. 

“형은 만날 나만 미워해.”

풋-.

은비는 웃음을 터트렸다. 민지와 나래도 따라 웃어댔다. 덩달아 준서와 태랑도 웃음에 휘말렸다.  

공방 안에 웃음이 물결쳤다. 다들 태랑을 살렸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신나게 웃어댔다. 하지만 민지도 나래도 눈빛은 침울했다. 은비는 그들과 눈으로 말을 주고받았다. 

'여덟 번째 소녀의 일기장을 한 달 안에 찾아야 해.'


                                                                        <2편. 눈아이의 성 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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