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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좀 아는 언니 Jun 27. 2024

뇌이놈! 과 친해지기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공부를 읽고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공부를 읽었다. 설렁설렁 독서를 하는지라 일반적인 도서는 보통 몇 시간 길어야 하루 이틀이면 봤다 셈 치는 데, 이건 보기 드문 하드코어였다. 도서 초반 전문적인 용어가 너무 많아 도저히 읽기 어려운 부분은 넘기면서 볼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내 존재 자체라고 보아도 무방할 뇌는 어떻게 기능하는지 문득문득 궁금할 때가 있지만 마음먹고 책으로 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에서 스스로 성실하고 집요하게 깨우친 수년간의 뇌과학 연구를 진정성 있게 나누고자 하는 박문호 박사의 강의를 들으면서 듣기만 할 것이 아니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벽돌책의 마지막장을 넘기면서 '책을 읽은 사람은 그전과는 다른 사람이다'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관점을 크게 변화시켰다. 책을 읽으면서 뇌가 자기 이야기인 만큼 좀 더 집중했던 것인지 모르겠다.






뇌의 메커니즘과 실체를 접하니 뇌 자체에 대한 지각과 더불어 뇌의 활동에 대한 자각이 일어난다.

먼저 물리적인 뇌를 인지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녀서 그런지 뇌에 대한, 즉 나의 생각과 감정이 어떻게 생기고 사라지고 변화하는지에 대한 자각이 없었는데 책을 읽고 이상하게도 1.5kg 정도 되는 쭈글 한 단백질 덩어리가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내가 달고 다니면서 늘 보는 손이나 발처럼 뇌 역시 실체로 다가왔고 게으른 주인과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생각은 기존의 경험을 토대로 한 기억과 현재의 감각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뇌의 시스템에 기반한다. 매일의 자극은 뇌신경의 결합을 변화시키고 생각의 구조가 되며 이것 자체가 자기(self)라는 시스템이다. 기존의 기억이나 개념에 오류가 있으면 그것과 결합하는 생각은 날이 갈수록 큰 각도로 왜곡되고 따라서 부정적인 자기상을 만든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린 나의 뇌구조 그림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보기 안쓰러운 지못미 이미지로 다가왔다. 셀프는 주관적 왜곡된 이미지가 아닌 메타인지를 기반으로 현실에 가까워야 건강해질 수 있다. 근거 없는 기준에 따라 두려움과 분노, 자기 위안을 오가는 인지오류를 벗어나 객관적으로 자기를 보는 것이 필요함을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고 무엇보다 뇌공부를 통해 뇌의 역동을 이해하면 더 쉽게 자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것 같앗다.




  

독서를 하면서 생각과 사고에 있어 두 가지의 변화를 감지한다. 생각의 변화는 뇌의 변화이고 뇌를 알고 나니 감각들이 나의 기억과 개념에 착붙하는 과정이 실질적인 지각으로 다가온다.  


책을 읽고 사유하는 이유는 진리에 다가서기 위함이다. 책을 읽으면서 더욱더 알게 되는 것은 궁극의 것은 모든 것을 아우르기 때문에  복잡하던 극과 극은 통하여 담백해해 지고, 자아를 넘어서는 것이므로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던 것을 맛볼 수 있기에  더욱 풍성해진다.


내가 아는 것이 어떤 하나의 지식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 그 자체로 보이면서 스스로에 대한 감정이 줄어든다. 이 모든 것이 뇌의 물리적 화학적 기능이고 그것이 쌓인 것이 나라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지적 우월감이나 열등감이 없이 담백해진다. 각자 인간의 뇌에서 주조된 개념임이 옳다고 주장했던 과거를 보니 절대적 지식은 없으며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빨강, 노랑과 같이 세상에 '색'이라는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뇌에서 일어난 전기적 반응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환기되면서 무언가를 다수의 기준으로 규정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는 사색을 다시한번 하게 되었다. 색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 인간과 다르게 세상을 보는 동물 등 정답 오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세계, 다양성을 인정하는 자세를 가지게 한다. 그러한 열린 자세가 풍성한 세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담백해진다는 것은 근거 없는 나의 기준을 주장하지 않는 것이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는 자세로 인정하고 내버려 두는 것이다. 지식, 경제, 가치  등 뇌 속에서 내가 만들고 받아들인 기준은 비교의 틀을 만들고 우월감과 열등감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한다.

     

오늘 급 친해지게 된 뇌라는 녀석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이해하라고 그리고 풍성해진 만큼 친절하게 나누라고..  생긴것 같지 않게 다정한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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