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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싹 Oct 13. 2024

커리어 바코드 인정하기

첫 회사 생활 6년차(대리 3년차)에 퇴사했고, 모 제약회사 해외의학자 지원업무를 3개월 간 수습으로 하다 잘렸다. 이후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다 대학교 봉사단에서 계약직으로 2년을 근무했고 이후에 다른 대학 경력개발부서에서 2년 반을 근무했다. 7년을 근무할 자리였는데 작년 여름에 퇴사해 상담심리대학원의 남은 학기 1년을 다니면서 또 다른 대학에서 인턴 상담 수련과정을 마쳤다. 그렇게 올해 8월, 대학원을 졸업하고 상담수련 과정을 마쳐 현재는 어디에도 적을 두고 있지 않다.


애초에 내가 원하던 길은 아니었다. 첫 직장에서 안착했을 무렵, 지금처럼만 평탄하게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사람이 나였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상황은 그렇게 굴러가지 않았다  똑같이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존경하던 상사에게 억울하게 크게 혼나는 사건도 생겼고 팀원들이 바뀌며 팀 분위기도 나를 소외시키는 듯 요상하게 흘러갔다. 그러다 생각도 못한 부서로 발령이 난 날, 계획없이 퇴사했다. 이후 직장에서도 적응을 잘 하며 일하다 퇴사 시점에는 이상하게 힘든 상황들이 생겼다. 업무 과부하가 되거나 크고 작은 상황들로 빈정이 상하며 불만이 폭증했고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아졌다.


그렇게 퇴사 후 공백기를 거쳐 새로운 커리어 여정을 시작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나라는 사람의 고유성을 서서히 인정하게 된 것 같다. 사람마다 타고난 소질과 적성이 다르듯 커리어 바코드도 다른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닐 수 있었다. 누구는 첫 직장에서 터줏대감처럼 전문성을 쌓으며 성장하고 누구는 더 다양한 조직과 직무, 인연들을 접하며 성장하기도 한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나는 후자에 속해서, 어딘가에 적응할만하면 새로운 것을 흡수하러 다시 이동해야 했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상황이 나를 그렇게 몰아갔다.


그러니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하되  내가 이룬 결과물이든 소속된 조직이든, 함께한 사람들이든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고 떠날 때가 되면 홀가분히 떠나면 된다. 그렇게 쌓인 경험의 구슬들을 하나의 실로 꿰어갈 수 있는 통찰을 축적하면서. 그럴 때 조금 더레벨업된 환경이 주어지고 나의 방식대로 성장할 수 있음을, 이제는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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