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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Oct 23. 2023

최고의 노을 맛집, 무르만스크 허스키 파크

러시아/무르만스크ㅣ나니아 연대기 스튜디오와 같았던 그곳을 소개합니다.

무르만스크에서의 셋째 날!

오늘의 메인코스는 허스키파크다.


하루종일 할 게 있으려나? 싶었는데 생각 외로 너무 다채롭고 즐거웠던 코스다.


이곳도 역시 약 2시간을 차를 타고 갔다. 역시 아침 하늘이 아름답다.



이곳까지 우리를 태워준 가이드, 사샤 아저씨와 잠시 작별한다. 아저씨는 우리를 여기에 내려주고, 허스키파크에서의 일정이 끝나는 저녁에 돌아왔다.


우린 여기서 잠시 대기하다, 스노모빌을 타고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간다.



다른 투어에서 온 중국인 투어리스트들과 모여 스노모빌을 타고 들어갔다. 정말 폭신폭신해 보이는 눈 숲과, 청명한 하늘 아래, 나무에 쌓인 눈이 어우러져 눈이 참 즐거웠다. 보고 있자니 나니아 연대기 세트장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입구에 다 와서, 화장실에 한번 들르게 해 주었다. 화장실도 깔끔하니 매우 좋았다. 무르만스크에선 한국인을 당연히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은 참 많았다. 허스키공원이 중국인들에게 유명한 코스인지 대부분의 관광객이 중국인이었다.



저런 옷을 준다. 우리가 입고 있는 겉옷 위에 하나 더 입는 것이다. 방한에 최고였다. 장화도 신고 저런 옷을 입고 나면, 아저씨가 오늘의 코스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다. 직원들이 영어도 매우 유창했다.


여기서 다시 스노모빌을 타고 우리 썰매를 태워줄 허스키 강아지들을 만나러 간다.



강아지들이 말라 보여 뭔가 친구들이 고생하는 것 같아서 갑자기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아저씨가 가자! 하면 아이들이 우르르 일제히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훈련을 하는 건지도 신기했고, 첫 번째 줄에 선 강아지들은 방향을 어떻게 잡는 건지도 신기했다. 강아지를 훈련시키는 아저씨들도 전문가 같았고, 이 강아지들도 자기 할 일을(?) 척척 해내는 게 대견하기도 했다.

 


그렇게 강아지들과의 한바탕 질주 후(?) 다시 평원에서 허스키공원 안쪽으로 들어왔다.



허스키 강아지들이 쉬는 장소로 와서 아이들과 마음껏 접촉해 볼 수 있었다. 훈련사들이 밥도 잘 먹이고 강아지들과 매우 친근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안심이었다. 강아지들도 사람을 너무 좋아했고, 나도 얼굴에 흠뻑 뽀뽀 세례를 받고 나왔다. 동물과의 교감은 아드레날린을 확 분비시켜 주는 것 같다. 강아지들과 웃고 시간을 보내며 행복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코스는 바로 순록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산타클로스와 함께 등장하는 그 아이들을 이런 눈밭에서 만날 수 있다니!


설레는 마음을 안고, 메인 건물들에서 조금 도보로 걸어갔다. 20여분을 걸었는데, 눈길을 친구들과 걷자니 그 자체만으로도 참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하얗고 맑고 깨끗한 눈밭, 청명한 하늘과 코끝을 스치는 찬 공기가 머리를 맑게 해 주었다.



순록들은 묶어두지 않는다고 한다. 넓디넓은 무르만스크를 자유롭게 떠돌다가, 출근 시간이 되면 이쪽으로 오는 것이라고 한다. 빵을 잔뜩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그렇다 하는데, 매우 재밌는 개념이었다. 빵을 먹으려면 순록도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사람이나 순록이나 빵을 먹으려면 열심히 돈 벌러 와야 하다니! ㅎㅎ



우리 안에 있는 순록들을 구경할 수도 있고, 밖으로 나온 순록들과도 접촉해 볼 수 있었다. 순록이 원래는 그리 사람들과 친하지는 않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과 그나마 좀 잘 지내는 녀석들을 우리 밖으로 꺼내둔다고 한다. 허스키파크 직원 분이 빵을 나눠줄 수 있게 우리한테도 빵을 줬고, 우리도 직접 줘봤다.


그리고 옆 쪽에 사미라는 원주민들이 지냈던 공간을 볼 수 있는 오두막이 있었다. 가이드 아저씨가 옛 시절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았던 원주민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들은 의식주를 모두 순록으로 해결했다 한다. 옷과 모자, 신발 모두 순록 가죽으로 지었고, 밥도 순록 고기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동도 순록으로 했다고 한다. 심지어 집까지 나무와 순록 가죽으로 지었다 하니, 이 정도면 순록 민족이 아니었나 싶다.



순록으로 지었다는 옷이 걸려있었다. 옆에는 곰 가죽이 걸려있었다. 이거 설마 진짜냐 하니까, 그렇다 한다. 지금은 겨울잠에 들어가서 곰이 없지만 무르만스크 지역에 봄이 되면 불곰들이 많이 출몰한다고 한다. 실제로 사냥한 불곰 가죽을 저기에 걸어놓은 거라 한다.


설명해 주는 가이드 아저씨가 매우 유쾌해서 즐겁게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영어도 유창해 이해하기 한결 수월했다. 아저씨는 귀여운 순록 귀 모양의 모자를 쓰고 줄담배를 피우셨는데 그 괴리감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나중에 투어가 끝날 무렵 아저씨와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이 전쟁 상황에 대해 매우 슬프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더불어, 무르만스크가 '춥기만 한 곳'으로 인식되다 이제야 관광지로서 빛을 발하려 하는데 이 사태가 터져 아쉬운 마음도 전했다.


낮에는 신나게 본인의 일을 즐기며 모습만 봤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며 슬퍼하는 가이드 아저씨의 눈을 보자니 나도 덩달아 마음 한편이 아팠다. 본인의 나라와 고향, 본인의 일을 사랑하기에 이런 사태에 더 마음 아파하는 것이겠지 싶어 더더욱 안타까웠다.



이런 풍경을 보며 걷자니 왜 사람들이 무르만스크에 흠뻑 빠지는지 알 것 같았다.


지리적으로 북쪽에 가까울수록 하늘이 아름다운 것인가? 모스크바의 해질 무렵 하늘도 참 아름다운데, 무르만스크의 하늘은 더욱더 역대급으로 아름다웠다.


허스키파크에 허스키만 보러 오는 게 아녔구나!

모든 코스들이 완벽했는데, 바로 이 아름다운 노을 하늘이 이번 여행의 정점을 찍어줬다



평생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하늘을 만끽했다. 그리고 귀여운 오두막 집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식사가 첫 끼였다. 무르만스크 여행, 다 좋았는데 밥을 1번밖에 안 줘서 강제로 다이어트가 됐다. 나처럼 3시 3끼 다 챙겨 먹는 사람에겐 다소 고역이었던지라,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빵 같은걸 좀 사가야겠다 싶었다.


이곳에서는 물고기 수프, 빵, 고기 덮밥과 케이크를 줬다. 허기가 시장이었던 것도 있지만, 음식 자체가 매우 따뜻하고 맛있었다. 집밥 느낌이랄까? 정성이 느껴졌다.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저 고기 덮밥이 상당히 맛있었는데, 그 고기가 무엇인고 하니


우리가 귀엽다며 좋아했던 순. 록.


충격에 점원에게 "혹시.. 순록 파크에 있던 그 순록을.. 사냥해서 먹는 것인가요..?"라고 물어봤는데, 그건 아니라고 했다. 요리해 먹기 위해 잡는 순록들이 따로 있다고 했다. 그래도 영..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괜스레.


하지만 불고기 덮밥처럼 맛있게.. 요리돼 있어서, 맛있게 먹고 허스키파크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시 사샤 아저씨와 만나 무르만스크 시내로 이동!



마지막날 밤이 아쉬워, 친구들과 시내에 가서 맥주를 한잔 하기로 했다.

마침 친구 생일이라 케이크를 주문하며 '생일이에요' 했더니 센스 있게 글자를 새겨왔다.


치즈 퐁듀에 맛있는 해산물,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행복한 무르만스크의 마지막 날 밤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다음날.

모스크바로 복귀하는 날이었다. 친구 1명은 비행일정으로 먼저 떠났고, 나머지 친구 하나와 마지막 식사를 했다. 맥주 맛이 일품인 곳이었다. 무르만스크의 마지막 코스까지 매우 완벽한 기억으로 남길 수 있었다.


모든 게 완벽했던 그곳, 무르만스크를 뒤로 하고 모스크바로 향하던 길, 그 아쉬움을 달래주려던 걸지 비행기 안에서 본 하늘도 믿을 수 없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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