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무르만스크ㅣ최북단 마을과 얼지 않는 바렌츠 해
이 세상에 있는 곳 중, 여행 가능한 가장 북쪽 마을이라니. 테리베르카는 무르만스크 시내에서 위로 약 두 시간 반을 차로 달려가면 나오는 마을이다. 지구상 가장 북쪽에 있는 다른 마을들도 있다곤 하지만, 도로가 뚫려있어 외부인이 관광할 수 있는 곳 중에선 테리베르카가 지구상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무르만스크 여행 2일 차,
우리를 가이드해 주는 사샤 아저씨가 친구들과 나, 셋을 픽업하러 아침 8시 반에 숙소 앞으로 왔다. 남녀 커플 두 쌍이 이미 타 있었다. 하루종일 우리와 같이 다닐 사람들이었다.
(재밌는건, 나중에 좀 친해져서 이 일행들과 말을 해봤는데, 그 4명 중 여자 한분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이었다. 모스크바 S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런 외진 곳에서 만나는 사람도 한국어를 하니.. 외국이라고 한국말로 막말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무르만스크 여행에는 차량과 기사가 꼭 필요하다. 테리베르카까지 가는 길에 네비도 잠깐 끊겼고, 살벌한 눈보라에, 제설차가 왔다 갔다 하긴 했지만 눈 때문에 도로가 가려져있는 구간도 있어서 이 길에 익숙하지 않으면 위험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우리의 가이드 사샤 아저씨. 눈 감고도 갈듯이 운전을 잘해서 안심이었다.
사샤 아저씨는 중간중간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은 스폿에 차를 잠시 대주기도 했다. 그리고 테리베르카 입구에서는 한동안 화장실이 없다며 한 호텔에 내려주며 화장실에 들르거나 물을 사 먹을 수 있게 해 줬다.
테리베르카는 범고래를 볼 수 있는 지역으로 매우 유명하다. 4-6월에 가면 잘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볼 수도 있다며 호텔 주인이 찍은 영상을 자랑했다. 흥미로웠지만 우리 코스엔 빠듯하기도 하고, 사샤 아저씨가 우리가 재밌어하는 눈치라 출항되는 배편을 즉석에서 알아봐 줬는데 그날 탈 수 있는 배가 없었다. 그리하여 이번엔 영상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패스!
북극해지만 얼지 않는 바다
우리가 여기서 보는 바다는 바렌츠 해. 바렌츠 해에 대한 간략 정보는 이러하다!
바렌츠 해(러시아어: Баренцево море, 노르웨이어: Barentshavet, 영어: Barents Sea, 문화어: 바렌쯔해)는 북극해의 일부로 북서쪽으로는 스발바르 제도, 북동쪽은 젬랴프란츠요세프 제도, 동쪽은 노바야제믈랴 제도에 둘러싸인 바다다. 서쪽으로부터는, 노르웨이해와 연결된다. 명칭은 네덜란드의 탐험가 빌럼 바런츠의 이름을 딴 것이다. (출처 : 위키백과)
북극해의 일부인데, 우리가 보는 바다는 얼어있지 않았다. 사샤 아저씨 말이, 물에 따뜻한 난류가 흘러 그렇다고 한다. 참으로 신비한 대자연이다.
우리는 차를 타고 좀 더 바다 쪽으로 갔다. 차에서 다 같이 내려, 스노모빌을 타고 바다를 더 가까이에서 보러 갔다. Waterfall, 즉 폭포를 여름엔 볼 수 있는 곳이라 하는데 겨울에도 아름다운 절벽과 함께 눈+바렌츠 해 콜라보를 볼 수 있어 절경이라 한다.
스노모빌에서 내려 눈길을 10분간 걸어갔다.
정말 북극 한가운데 있는 기분!
사진으로 보기만 해도 춥고 힘들어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하얀 눈 덕분인지, 이색적인 풍경 탓인지 마음이 고요하면서도 장엄해졌다.
붉은 바위 절벽, 색이 깊은 바렌츠 해, 설경의 조화가 대자연을 느끼게 해 주었다.
한 가지 기억에 남을 것이 또 남았다. 여기서 산 지 얼마 안 된 액션캠을 잃어버렸는다. 카메라에 스트랩 끈 걸어 논걸 팔목에 걸고 가다가 아마 스트랩이 끊어진듯한데, 누가 주워간 건지 눈에 묻힌 건지 왔던 길을 찾아봐도 안 보이는 것이었다.. 사샤 아저씨는 아마 눈에 묻혔을 거라며, 여름에 다시 오면 녹아서 보일 테니 찾아가라고(?) 도움 안 되는 위로를 건넜는데.. ㅎㅎ 그냥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코스!
공룡알 바다라 불리는 곳이다. 몽돌 해변 이런 느낌인가. 돌들이 정말 동글동글했다. 바다에 깎인 거겠지? 돌의 크기도 뭔가 그리 작지 않아서 딱 ‘공룡알’이란 표현이 적절했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온 친구.
추위가 무섭지 않다며 운동복 하나 덜렁 입고 와서는, 춥다고 스노모빌 위에 있던 가죽털옷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완전 무장한 나는 생각 외로 견딜만한 추위라 생각했는데, 역시 내복 하나의 위력은 어마어마한가 보다 느꼈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는.. 춥다 생각하고 무장해 오시길! 하고 추천하게 만드는.. 친구의 모습이다. ㅎㅎ
차에 다시 탄 우리.
사샤 아저씨가 차를 세운 곳은 길거리에 있는 어떤 해산물 가게였다. 마치 여행사 끼고 가면 언제나 있는 기념품 사는 구간처럼 들러야 하는 곳인가 하고 내렸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들릴만한 재밌는 곳이었다.
바렌츠 해에서 갓 잡아온 해산물을 맛볼 수 있었다. 조개를 그 자리에서 해체해서 주시는데 세상에 그런 싱싱한 바다맛은 처음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도 해산물이 유명한데, 블라디보스토크 조개보다 작은데 맛있다고 했다.
염분이 있단다. 짜고 달달하다면서 이렇게 “옵!” 하고 먹으라며 조개 위에 조갯살을 깔끔히 까서 준다. 맛보니 정말 짭조름하고 달달했다. 사갈까 했지만 그 자리에서 먹으니 싱싱한 것 같아, 그 자리에서 몇 개 더 사 먹고 그냥 말았다. 조개와 성개를 맛봤는데 아직도 그 맛이 생생하다.
다시 차를 타고 테리베르카 중심부로 왔다.
이곳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식당이라고 한다. 가이드 일행이 없었다면 들어가서 먹어봤을 것 같다. 내부 인테리어도 너무 멋있었고, 바렌츠 해 바다뷰가 시원하게 보이는 게 한 번쯤 들어가서 여유롭게 앉아있어보고 싶었다.
가이드 아저씨는 식당 바로 옆의 고래뼈, 원주민 천막을 재현해 놓은 걸 구경시켜 주었다.
그리고 조금 이동해 그네 타는 곳으로 가봤다. 그냥 그네가 아니라 바다가 한 몸에 안기는듯한, 그런 뷰를 느낄 수 있는 그네였다. 사샤 아저씨가 등을 밀어줬는데 하늘로 슝- 올라가니 바렌츠 해가 더 드넓게 보였다. 바다가 깊고 넓어 보여서 인지, 맑은 눈과 어우러져서인지 내 마음도 괜스레 편안해졌다.
다음은 테리베리카의 가장 유명한 관광 코스 중 하나, 배의 묘지에 갔다.
어느덧 낮 3시가 넘어가 배도 고프고 지쳐가서, 내리지 말까 하다가 내려본 곳.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곳이라 한다.
테리베르카 주민들은 바다가 있다 보니 예로부터 주로 어업활동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배를 매우 중시했고 배에도 쏘울이 있다 생각해 이대로 두었다 한다. 1950년대 버려진 배인데 그대로 뒀다고 한다. 골조만 남은 이 배에서 테리베르카 사람들이 배를 생각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오후 4시가 되었다. 배가 고파서 차에서 과자와 젤리로 연명(?) 중이었는데, 사샤 아저씨는 드디어 우리 밥을 먹여주었다. 오래 기다린 만큼 훌륭한 식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간 식당의 유리창 인테리어도 너무 예뻤고, 바렌츠 해에서 잡은 생선으로 만들었다는 수프와 생선 스테이크의 맛이 일품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테리베르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귀가할 무렵. 석양이 진다. 더 북쪽 일 수록 하늘나라와 가까운 건가? 하늘빛이 너무 아름다웠다.
마지막 코스!
테리베르카에서 약 2시간을 달려 무르만스크 시내에 왔다. 사샤 아저씨가 공동 영업한다는 해산물 집이 마지막 코스였다. 관광객들 대상 필수 코스로 넣어버린 것이다. 근데 뭐 나쁘지 않았다.
왜냐? 저기서 산 새우를 집에 가져와 끓여 먹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직접 담가서 가져온 김치, 그리고 무르만스크의 새우로 채워진 야식 밥상, 친구들과의 수다. 완벽 그 자체였다.
참으로 훌륭한 무르만스크에서의 2일 차 끝! (?)
+> 요 내용은 유튜브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