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다시 귀를 기울이면

by 노란고구마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다. 열어놓은 창문 너머로 이른 아침부터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여러 마리의 새가 대화를 나누듯 부지런히 노래한다. 지난밤에는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이곳에선 자연의 소리가 선명하게 살아 숨 쉰다.


여기에 머물며 이어폰을 꽂지 않은지도 꽤 되었다. 도시에서는 습관적으로 이어폰을 꽂곤 했다. 길을 걸을 때는 자동차 소음을 견뎌야 했고, 마트에서는 원치 않는 광고 소리를 들어야 했다. 온종일 기계음과 소음에 시달리다 보니 주위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이어폰을 꽂는다. 도시에서 나의 귀는 늘 피곤에 지쳐있었다.


길을 걷다가 처음에는 바람소리가 자동차소리인 줄 알고 뒤로 돌아보곤 했다. 현대문명에 길들여진 서글픈 습관이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에는 이런 착각을 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문명이 만들어낸 소리는 대부분 위험을 경고하는 신호다. 어디서 올지 모르는 위험으로부터 늘 청각을 곤두세우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이곳의 소리들은 편안함을 준다. 바닥에 떨어지는 빗소리, 잎사귀를 흔드는 바람 소리, 도랑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 그 모든 소리가 마치 음악처럼 들린다. 인류가 대를 이어 들어온 소리라 그런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도 전혀 낯설지 않다.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중문해수욕장에 앉아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들었다. 북적이던 관광객들이 사라지고 잔잔한 파도 소리만 남았다. 눈을 감고 들으니 파도 소리가 바람 소리를 닮았다. 자연의 소리는 서로 닮아서 아무리 들어도 지루하지 않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듣기 싫어서 귀를 막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꼭 들어야 할 말조차 거부하고 싶었던 건, 아마 소음 속에 살며 지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귀를 열다 보니 다시 사람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간간이 들려오는 목소리가 이제는 정답게 들린다.


모래를 밟는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소음에 발소리가 지워졌던 도시에서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빠르게 걷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여기서는 내가 내는 소리에 귀 기울여 듣고 걷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때로는 마음이 내는 소리에 집중하며 어떤 소음이 나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는지 헤아려 본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도로를 확장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포클레인 굉음에 새들의 노래가 묻혀버렸다. 관광지가 많아질수록 소음도 함께 늘어난다. 무거워진 마음으로 주머니에 든 이어폰을 만지작거린다. 이곳에도 이어폰을 꽂아야 할 곳들이 늘어간다. 부디 제주만큼은 내일 아침에도 새들의 정다운 노래에 깨어나는 나날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한다.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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