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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기와거울 Apr 17. 2024

<글 소개>

  <언어라이브드>는 자신의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손세진이라는 기득권 사회 초년생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은 그가 도착점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고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주인공은 아직 커밍아웃하지 않은 게이이고 본인의 홈그라운드인 서울에서 자신이 갈망하는 사랑을 꽃피우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소수자같지 않은 이미지의 소수자이다. 


  하지만 단순 LGBT 소설로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묘사하기보다는 해외 생활에 익숙한 그가 대한민국 사회에 대해 느끼는 염증을 좀 더 다루고 싶었다. 그 소재거리 중 하나가 패션으로 표현되는 소비문화이다. 획일적이고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2000년대 초반의 편협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주인공은 런던이란 자유공간을 향해 탈출작전을 펼친다. 그곳에서 추구할 수 있는 동성과의 사랑과 섹스는 어떻게 보면 부차적인 것일 수도 있다.


  주인공과 많은 주변인물들은 특권의식이 베어있는 엘리트들이다. 일반적인 대학생들이 지원을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외국계 전략 컨설팅 회사, 국제 투자은행 등이 이 소설의 배경이며, 고액연봉으로 명품 패션 브랜드를 쉽게 사들이고, 그 사이에서도 희귀함을 경쟁하며 우월감을 느끼는 집단이 등장한다. 집필 내내 고민은 ‘재수 수위’를 얼마나 조절하느냐였다. 이 스토리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 자체로 특수성을 지녔다고 판단하여 진실성에 초점을 맞췄다. 


  돈과 권력에 대한 야망, 그것을 추구하다가 부딪치는 모럴리티에 관한 딜레마, 한국에도 외국에도 속하지 못하는 주인공, 성적 소수자이기에 드러나는 갈등과 단조롭지 않은 로맨스 등을 <언어라이브드>는 담고 있다. 재벌의 승계 암투, 개룡남의 성공신화, 권선징악을 전제로 한 스토리텔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손세진은 지금까지의 한국 소설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주인공 타입일 수 있다. 외향은 한국인이지만 내면은 미국 교포들의 그것과는 또 다른, 유럽인의 베이스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인들의 명품 사랑을 비판하지만 본인 또한 명품브랜드를 찬양하며, 그 차이는 단지 좀 더 일찍 고급문화를 접했냐 아니냐의 차이 정도인데 그것을 교양의 수준이라고 착각한다. 그는 본인의 욕망에 매우 솔직하며, 돈과 권력에 대한 집착을 원색적으로 드러내는 순수성을 가지고 있다. 한편, 185센티미터의 키와 작은 얼굴, 뛰어난 용모로 다수의 외국인 남성들을 꼬시며 국위선양하는 건 그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유창한 영어에 비해 어색한 한국말, 화려하고 냉소적으로 보이지만 코믹하고 어설프며, 재수가 좀 없지만 따뜻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손세진을 통해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 사회 초년생의 기록되지 않았던 한 조각을 드러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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