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길을 가고 있는 걸까?
이직 후 바로 운영 PL에 투입되었다. PL이었기에 빨리 업무를 파악해야 했었고, 입사 후 부터 지금까지 칼퇴? 7시 전에 집에 가보는게 소원이 되었다. 왜 운영인데 제 시간에 못가느냐고?
나도 그 이유가 궁금했다. 전임자가 나에게 인수인계를 해주고 떠난 후 나는 깨달았다. 왜 매일 야근할 수 밖에 없는지.
우리 PM은 작은 것 하나라도 보고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내 메일함은 하루에 최소 150개, 많게는 250개가 읽지 않은 채로 쌓여 있다. 하나 하나 다 봐야하고 회신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가 메일 쓰다 끝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일의 주 내용은 보고다.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처리한 내역, 진행 중인 사항들을 실시간으로 보고하다 보니 손가락이 저릿하다.
작은 보고 라도 하지 않으면 소위말해 잡도리가 시작된다. 많게는 10번 넘게 불려가서 혼난다. 이제 한 달 조금 넘었는데... 내가 있는 곳은 그런 것이 없다. 그냥 무조건 해야한다.
" 자두님 진짜 잘하고 계세요. 문제는 PM이지. "
객관적으로 나도 문제가 있다. 빠르지 못한 적응력. 연차도 있는데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이 초라해질 때가 많다. 그래도 예전 처럼 기죽지 않는다. '다시 하면 되지', '금방 수정하니까 괜찮아. 차분히 진행하자.' 이런 마인드를 장착하고 있다. 사실 속은 타들어간다. 그래도 이 마인드가 없다면 더 실수한다.
같은 팀원들은 말한다. 들어오고나서 적응 잘하고 있다고. PM의 잔소리도 투덜거림도 다 잘 받아준다고. 그래서 걱정이 된다고 했다. 언젠가 터질까봐...
사실 스트레스는 받는다. 매일 매일이 혼남의 연속인데, 그래도 버티고는 있다. 수습기간이 3개월이니,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한다. 잘리면 안되니까요.
난 원래 멀티가 안되는 사람이다. 하나 처리하고 그 다음을 처리해야 일이 그나마 온전하게 돌아가는 사람이다. 근데 우리 PM은 이 운영은 그런 환경이 아니라며 멀티를 원했다. 당연히 나는 삐걱거렸고, 적어 놓고 잊어버리고.. 막막했다.
근데 이젠 조금 익숙해진 것 같다. 어차피 하나 씩 해지워야 할 문제들이다. 진짜 멀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게 가능한 사람들이라면 솔직히 부럽다.
멀티가 된다는 PM을 자세히 관찰해보았다. 어떻게 멀티가 가능할까?
똑같다. 그도 나처럼 하나 처리하고 다음 요건 처리하는 것. 그걸 순차적으로 잘 하니까 멀티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도 그와 똑같이 하는데 왜 멀티가 안되냐고?
난 그보다 속도가 느릴뿐 처리 방식은 동일했다.
내가 이 곳에 온 이후 벌써 3명이 퇴사 의사를 밝혔고, 곧 퇴사 예정이다. 사유는 내가 아닌 PM. 이 사람의 스타일을 견디지 못해 올해만 6명이 퇴사 혹은 본사 복귀를 요청했다. 앞으로 더 나올 것 같긴한데.. 그 중에 한명이 내가 될 수도 있다.
하필 PM과 같이 오래 일했던 직원이 PM의 업무 방식과 태도에 지쳐 백기를 들었다. 문제는 이 사람이 알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내가 많이 물어보았는데... 가지마오 팀원이여. (한 달만 더 있다 가면 안될까?)
오랜만에 나의 업무 근황을 써 보았다. 난 잘살고 있다. 다만, 일이 끊이지 않아 주말도 일로 보내고 있다. 업무 공부 없이는 내 스스로가 버티기 힘들어 일부러 시간내어 공부를 하고 있다. 내가 개발자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나에게 개발과 관련된 고객 요건까지 넘겨서 개발 공부도 해야한다.
끝으로,
주말에 일때문에 기획자가 개발공부 까지 딥하게 하고 있는 이 상황. 정상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