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덕여 Jul 01. 2023

2023년 6월을 처음 살고 있는 30대 남자의 단상

6월 마지막 주

1.

 청첩장. 10년도 전 나와 뜨거운 관계였던 그녀가 결혼 한단 소식을 들었다. 아주 우연하게. 그녀의 모바일 청첩장을 보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조금은 멋쩍으면서도 행복한 모습이 보기에도 좋아보였다.

 

 10년도 더 지난 '일'들이었기에 그때의 감정이 남아있진 않지만, 딱히 만족스럽지 않은 지금의 내 모습과 비교해보니 자연스레 지금에 내가 처량해 보였다. 


 

2.

 결혼. 결혼을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몇번의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꽤나 구체적으로 이야기 했었던 진지한 관계의 여성도 있었으며, 내가 망하지 않았다면 선뜻 결혼에 대해 이야기 했었을 여성도 있었다. 세상이 잘 못된 건지 내가 잘못 된 것인지 조금은 혼란스럽지만 모두 그렇게 되지 못했고 결론적으로 지금 나는 혼자다. 


 만약 당시 내가 그녀들(?)과 결혼을 했었더라면, 지금의 모습은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놀랍게도 지금보다 만족스럽지 못했을 것 같다. 결국 나는 글러먹은 놈인 것이다.



3.

 할머니. 6월의 마지막날, 2023년 2분기의 마지막날, 2023년 반기의 마지막날인 6월 30일 금요일 별다를것 없이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였다. 금요일임에도 딱히 약속도 없었기에 늘 그렇듯 런닝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던 중 배가 고파 근처 식당에서 제육볶음과 소주 한병을 시켜 먹었다. 온 몸에 있는 땀을 다 빼서 였을까 정신이 혼미했고, 그 와중에 뜬금없이 과거 할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어디가서 애비없단 소리 듣지 않으려면 똑바로 해야 된다."


 나는 편부모 가정에서 자랐고 주 양육자는 외조부모님이었다. 지금에서야 사랑하는 딸에 대한 안타까움과 거지같은 이 사회에서 손자를 강인하게 키우기 위한 교육 방식이란 생각이 들지만, 당시에 저 말은 상처가 되었었다.


 여하튼 그런 교육 아래 지금의 내가 되었고, 설사 그때의 교육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시간을 돌릴 순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의도가 무엇이었건간에 지금도 할머니를 사랑한다. 


 할머니의 말 뜻을, 무슨 의도였었는지 지금도 오롯이 이해 간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덕분에 '애비'가 되지 않은채 남한테 피해주지않고 만족하려 살고 있는 듯 하다. 


 그나저나 금주라곤 죽어도 말 못하고 절주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2023년 5월을 처음 살고 있는 30대 남자의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