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어렸을 적 나의 꿈 2
나의 꿈은 홍익대학교 미술과
중3이었을 때, 나는 실업계를 가려고 했었다.
20여 년 전에는 실업계는 취업을 위해 가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학교였다.
하지만 나는 공부를 곧잘 해서 선생님도 부모님도 많이 반대하셨다.
난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래야만 했다.
아빠가 아프셔서 점점 가세는 기울어져가고, 부업만 하시던 엄마는 직장을 구해 일터에 나가시면서 가정을 돌보랴 일을 하시느라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공부가 아닌 취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어렸을 적 가정 형편 때문에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엄마는 몸져누우시면서 결사반대를 외치셨다.
"내가 달러 빚을 내서라도 학비를 대 줄 테니 꼭 인문계에 들어가서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
엄마는 자신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 세상에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 생각했기에 내가 공부를 해서 대학에 들어갔으면 하셨다.
엄마 말을 거스를 수가 없었다.
엄마는 우리 집 가장이었고, 나는 착한 딸이었으니까
집 근처 고등학교로 입학을 한 나는 이 학교에 입학한 것을 너무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 이유는 1학년 담임 선생님이 너무 멋있었다.
미술선생님이었는데, 이보다 멋질 수가 없었다.
그렇게 또 나는 미술선생님을 따라 미술부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중학생 때의 실력은 죽지 않았다.
크로키, 정물화, 인물화, 풍경화 등 못 하는 것이 없었다.
재능이 있었던 나는 미술이 점점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미술 선생님이 아니라 이제는 정말 미술이 좋았다.
또 그렇게 미술학도를 꿈꾸기 시작했다.
하루는 진로의 문제로 담임선생님께서 엄마를 학교로 부르셨다.
미술에 재능이 있고, 미술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고 하는데 엄마의 의견을 묻기 위해서였다.
그날 저녁 엄마는 조용히 나를 불렀다.
"엄마가 할 말이 있는데.. 미술을 하고 싶다고 했다면서, 선생님께서 우리 하린이는 재능도 있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 그런데......"
나는 짐작했다.
엄마의 다음 이야기를...
"엄마가 정말 너의 꿈을 지지해주고 싶고, 뒷바라지해주고 싶은데 힘들 것 같아. 학원비가 한 달에 50만 원이라고 하는데 엄마가 그걸 대줄 능력이 되지 않아. 아빠도 아직 편찮으시고...."
그랬다. 아빠는 수술을 하시고 계속 무엇인가 해보려고 노력하셨지만 몸이 안 좋으셨다.
그때는 보험도 제대로 들지 않아서 병원비를 고스란히 있는 돈으로 충당해야 했다.
"그래서 정말 미안한데... 우리 다른 진로를 생각해 보자. 하린아 미안해...."
"...... 네."
예상했었다.
곧 오빠도 대학을 가야 했고, 엄마 혼자 돈을 버는 외벌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지출은 안 됐다.
그래서 이해했다.
나는 그렇게 빨리 철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또 두 번째 꿈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