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내가 만든 음식 중 딸이 제일 좋아하는 것 하나는 김밥이다. 감사하게도 내 김밥이 제일 맛있다는 아이의 말이 생각나 김밥 재료를 사 왔다. 김밥은 먹는 사람은 간단하고 편하지만 싸는 사람은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사람마다 싸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나는 우선 계란말이처럼 부친다. 부친 계란을 김발로 꽁꽁 싸매고 그 위에 편편한 도마나 쟁반을 놓고 무거운 물건으로 눌러 놓는다. 계란이 식으면서 단단하게 굳어 김밥에 넣고 싸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다음에는 단무지, 우엉 등 부재료를 준비해 놓는다. 재료가 다 준비되면 따뜻하게 금방 완성된 밥을 커다란 볼에 담는다. 뜨거운 밥에 식초, 설탕, 참기름, 소금, 깨소금 등으로 밥에 약간의 양념을 한 후에 비빈다. 적당히 간이 어우러진 밥으로 싼 김밥을 먹으면서, 딸은 언제나 엄마의 김밥 속 밥맛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싸 놓으면 단 한 줄인 김밥 속에는 밥과 다양한 양념, 속 재료가 어우러져 각자의 맛을 내기도 하지만 함께 어울려 또 다른 맛을 낸다.
우리가 먹는 한식은 대부분 다양한 양념이 함께 어울려 새로운 맛을 내는 것들이 많다. 외국 사람들도 우리 음식을 먹으면서 감탄하는 이유가 ‘따로 또 같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음식처럼 우리도 똑같은 사람은 있을 수 없다. 생김새도 모양도 생각도 다 다르다. 같은 부모에게서 자란 형제들도 모두 다르다. 하물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하나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서로가 조금은 양보하며 이해하도록 노력해야만 하고 성장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나가 되기 가장 힘든 곳인 정치에서 어제는 하나가 되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다. 새벽에 모인 그들은 처음으로 의견일치를 이루었다.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 그리고 절대로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인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처음 본 것 같았다. 우리가 그들을 뽑을 때는 서로 싸우라고 뽑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보는 지점에서 좋은 접점을 찾아 발전하고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뽑아 준 것이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기에 바쁜 그들에게 시선을 주기도 아까웠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제는 처음으로 하나 되는 모습에 감사했다.
지금처럼 다르지만 하나가 될 수 없을까?
우리나라 고유의 한식처럼 각자 다른 색과 맛을 내며 어우러지는 따로 또 같은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밤새 잠을 설치고 오늘의 조용한 일상이 믿기지 않는 날, 계속되는 평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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