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여행 끝에 남은 여운
다낭에서의 둘째 날,
오늘은 호이안을 가기로 했다.
그전에 야심 차게 준비한(?) 코스,
바로바로바로바로! 베트남 현지 화장을 받기 위해 그랩을 탔다.
요즘 다낭에 가면 베트남 현지 화장을 받는 게 유행이라 하여,
출장 메이크업샵을 찾아 예약했다.
아이돌 화장과 소프트 화장 중 고를 수 있었고, 우리는 부담스럽지 않은 소프트 화장을 골랐다.
도착하니 5명 정도의 메이크업 선생님들이 있었고 이미 우리 옆에서 한 사람이 화장을 받고 있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미리 보고 온 레퍼런스가 있냐고 해서 출국 전 찾아본 레퍼런스를 보여주었다.
바로 OK를 하시고 주저 없이 시작하는 화장.
평소에 거의 생얼로 다녀 진한 화장이 어색한 나에게는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베이스, 파운데이션, 속눈썹.. 하나하나 쌓여가는데 엥..? 이게 맞아? 할 정도로 과해졌다.
옆에서 받고 있는 사촌동생도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우리는 침묵 속에 화장을 마쳤다.
머리는 분명 물결펌으로 해달라고 했는데 무슨 폭탄 맞은 머리인 마냥 뽀글뽀글해져 있었고
거울 속에 비친 나는 ,, 당혹감 그 자체였다.
일단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밖으로 나온 우리는 서로를 보며 빵 터졌다.
“언니 ㅋㅋ 이거 맞아?”
너무 진한 부분은 손으로 지워도 보고 뽀글뽀글한 머리도 빗어보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우선 호이안으로 갈 계획이었어서 그랩을 잡고 차에 올랐다.
‘오늘 하루 종일 이 모습으로 어떻게 다니지.’
심란한 상태로 다시 카메라를 켜 얼굴을 확인했는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 또 나름의 매력이 있어 보였다.
사촌동생과 나는 서로 예쁘다고 위로(?) 해주며 호이안까지 1시간을 달렸다.
그렇게 도착한 호이안.
다낭 시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다행히 우리가 갔을 때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골목 사이에서 사진도 많이 찍고
한국인들이 많이 간다는 호이안 맛집 투어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더위였다.
말도 안 되는 더위와 습도. 돌아다니려고 했던 계획을 다 취소하고 당장 카페를 찾았다.
망고빙수가 유명한 곳이 있다길래 찾아갔는데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2만 원~3만 원 정도 할 것 같은 비주얼의 망고빙수가 만 원도 하지 않았고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주문했다.
와.
처음 먹자마자 내뱉은 탄식.
진짜 맛있다.
심지어 망고 아래에는 코코넛 베이스의 얼음이 들어있어, 달달함이 2배가 되었다.
양도 어찌나 많은지. 3분의 2를 먹고 나니 도저히 배가 차서 먹을 수 없었다.
호이안에 온 가장 큰 목적은 소원배를 타고 등을 띄우기 위함이었으므로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저녁이 되어 거뭇거뭇해지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소원배를 타기 위해 간 거리에는 정말 사람들로 가득했고, 그중에 한국인이 절반 이상은 돼 보였다.
다낭에서 가장 예뻤던 곳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난 주저함 없이 호이안의 야경이라고 할 것이다.
카메라에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이었다.
깜깜한 중에 빛나는 조명들, 떠다니는 배.
아, 내가 진짜 다낭에 왔구나.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소원배를 타고 등을 띄우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다.
숙소로 돌아오기 전 대형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과일을 구입하고 숙소로 돌아와 야식을 먹었다.
“언니, 이번 여행 어땠어?”
사촌동생의 물음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즉흥으로 시작해 한편에 걱정도 있었던,
어떻게 보면 조금 무모하기도 했던 다낭 여행.
하지만 순간의 결정이라기엔 너무나도 많은 여운을 남겨주었다.
일상을 살아가며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주어진다면, 앞으로도 힘껏. 여행할 생각이다.
계획이든. 즉흥이든.
뭐든 좋다.
뭐든 좋을 것이다.
다음엔 또 어디를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