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가 7만이 넘었어!"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그러면 얼마나 버는데?!"
비단 브런치 작가뿐만이 아니다. 요즘 직업은 모두 숫자로 설명되는 듯싶다. 누군가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얼마나 보람을 느끼는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다. 긴 설명이 필요한 이런 것들은 모두 연봉을 나타내는 숫자 앞에 무의미해지며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그거 하면 얼마나 버는데?!"
하나도 못 번다. 아니, 최근에는 응원하기라는 시스템으로 수익루트가 생겼지만 어차피 그걸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이전에는 수익을 창출할 길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자동개설되어 있는 네이버블로그조차도 광고를 붙이고 나면 십원 이십 원이 벌리는데 브런치는 정말 순수한 흰 바탕에 까만 글씨, 그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작가들이 하루에도 수백 편씩 글을 쏟아낸다. 이런 퀄리티 좋은 글을 무료로 읽어도 되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 감상한다. 브런치는 도서관 같다. 무료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지만 누구나 이용하지는 않는. 하지만 필요한 것은 모두 구비되어 있고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보물창고. 물론 브런치는 작가가 되기 위한 등용문이라는 힘 있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기라성처럼 모여있는 쟁쟁한 작가들을 제치고 눈에 띄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물론 낭중지추(囊中之錐)이긴 하지만 하나의 송곳이 튀어나가는 동안 나머지 수많은 바늘들은 좌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되기 위해서든 소통하기 위해서든 오로지 내 마음을 위해서든 모두 각자의 이유로 글을 쓰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아마 브런치는 글쓰기 그 자체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 같다. 이것이야말로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는 부모님의 마음이 아닐까? 그저 내 새끼 널리 널리 읽혀다오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세상에 내보내는 마음. 나를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타인을 위한 것. 나는 그게 바로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보상심리 없이 수년간이나 지속해 오는 분들을 보면 경외심마저 든다. 모두 글을 쓰며 돈 이상의 가치를 얻어가고 있음이 틀림없다.
"돈은 하나도 못 벌어!"
"그럼 왜 해?"
내가 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이라도 가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빛들.
아! 세상에 그저 헌신하다 간 수많은 위인들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범인들 속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모든 게 돈으로만 귀결되는 가엾은 중생들아.
'돈보다 중요한 게 있으니까'라고 말하려니 왠지 오글거리고, '그냥, 보람 있어'라고 말해봐도 의아한 눈빛의 연장선이다.
글쎄, 나는 브런치에 글을 왜 쓰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나도 모르겠다. 나처럼 자본주의와 돈을 좋아하는 인간이 돈 한 푼 벌지 못하는 일에 왜 이렇게 성심성의껏 직장과 육아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냥 재밌으니까. 무료인 취미이면서 재미있는 이 글쓰기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쓰는 것도 재미있는데 누가 읽어주기라도 하면 기쁨의 파도가 밀려온다. 댓글이라도 달리면 행복의 도가니다. 그리고 솔직히 작가도 되고 싶다. 연습이라 생각해도 좋고 초고라 생각해도 좋다. 또?
이런 대답은 어떨까.
"너희는 연애할 때 돈 얼마나 벌었니?"
그럼 다들 나를 미친 사람처럼 바라볼 게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하겠지.
"야! 누가 돈 벌려고 연애하니? 그냥 좋으니까 하는 거지."
"바로 그거야."
라고 멋지게 한마디 딱 해줘야겠다. 글쓰기와 사랑에 빠진 거라고 부연설명도 해줄거다. 어차피 계속 미친 사람처럼 바라보고 있을 테니까.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