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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Jan 07. 2024

압구정 (세들어) 살아요 3

압구정 이사기

시험관을 했다. 입원을 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사를 했다. 만두 온기와 시림이 공존한 계약이 끝나고 현대기술에 의해 아이를 갖게 되었다.


 생명을 지켜내는것은 하느님이 주신 마지막 미션 같았다. 하나님과 의느님이 콜라보해 잉태하게 되었으니 어떻게든 지켜야한다. 지난번 심정지를 경험했기에 임신 전 간절함이, 불안으로 변형되었다. 자연스러운 과다 집착과 정신병이었다. 비루한 몸에서 오줌처럼 질질 새어나오는 부정출혈로 피폐함은 더해져갔다. 기도와 심장소리 초음파만이 동앗줄 이었다. 6인실은 단연 소리한번 낼 수 없고 마스크페이스에 해가 들지 않았지만 의느님곁만이 안심되었다.


 원격 이사를 강행했다. 출장이라는 말로 친정에 손을 내밀고 병실에서 새생명을 위한 기도만 하고 있었다.


후일담 속 이사는 그야말로 모세의 기적이었다. 물 건너온 이사짐센터 직원들은 불밭에서 홍수를 냈다.

액자만한 50년된 창문으론 어떤 가구나 가전도 들어올 수 없었단다.각도를 잘못 잡아여는순간 간유리가 깨지거나 나무틀이 바스라졌고 내돈내산 샷시각 이었다.


그럼 여보, 뭘어떻게한건데?  뭘 어째, 무조건 다 집안에 들여넣으라 했지.. 창문은 일단 뜯어내고 그림처럼 얹어 놨어.. 환기한답시고 창문 열 생각 말어. 옷방에 장롱이 안들어가길래 한쪽 합판을 떼어 옆없는 장농을 만들었지. 흠집은 상관없으니 넣지않음 퇴근도없고 이 나라에서 불법노동도 없을꺼라얘기했지.


 그날 떨어져나간건 장롱 합판뿐이 아니었다. 침대프레임은 헤드가 없어졌고 전자레인지 버튼에는 캐스퍼가 딸려왔나 수시로 아무때나 아무거나 눌렸다. 세탁기 문짝도 추후조립을 요하며 세탁기 위에 올려져있었다. 식세기는 배수관이 연결되지않았다. 그렇게 거실 커튼을 달때쯤에는 외노자 이사팀은 담배한대 피러갔다 돌아오지않았다고 한다.


우당탕탕 이사 두어달 후 압구정 임시 거주처에 와보니 역사의 현장처럼 이삿날의 흔적들이 그대로 놓여져계셨다. 남편은 지난 60여일 성북동 비둘기처럼 온기만 느끼고 살아낸것일까.


입성의 날부터 삐그덕 삐그덕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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