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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노키오 Nov 11. 2022

(시) 엄니와 잡놈

사소한 일에도

삐짐 잘 타는 엄니는

사소한 일에도 삐짐 잘 타는

나를 낳았다

엄니나 나나 어떤 때는

마음자리가 간장 종지다

다투기도 잘한다

천하에 게으른 나는

엄니가 시킨 일을

대체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밭을 매거나 두렁을 깎거나

진딧물 방제하는 일 같은 거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다

속 터져 삐진 엄니가

앓느니 죽는다며 대신한다

말할 것도 없이 불효 막장이지만

늙은 엄니와 대거리하며

친구처럼 투덕거리는 게 나는 좋다

엄니는 썩 좋아하지 않는다

일을 마친 엄니는

뭐 해 처먹고 살 거냐고

수십 년 버리지 못한 입버릇을

쏟아붓는다

아니 삼십 년 넘게 머슴살이하느라

안 아픈 뼈마디가 없구먼

뭘 또 해 처먹어야 되나

나는 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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