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에도
삐짐 잘 타는 엄니는
사소한 일에도 삐짐 잘 타는
나를 낳았다
엄니나 나나 어떤 때는
마음자리가 간장 종지다
다투기도 잘한다
천하에 게으른 나는
엄니가 시킨 일을
대체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밭을 매거나 두렁을 깎거나
진딧물 방제하는 일 같은 거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다
속 터져 삐진 엄니가
앓느니 죽는다며 대신한다
말할 것도 없이 불효 막장이지만
늙은 엄니와 대거리하며
친구처럼 투덕거리는 게 나는 좋다
엄니는 썩 좋아하지 않는다
일을 마친 엄니는
뭐 해 처먹고 살 거냐고
수십 년 버리지 못한 입버릇을
쏟아붓는다
아니 삼십 년 넘게 머슴살이하느라
안 아픈 뼈마디가 없구먼
뭘 또 해 처먹어야 되나
나는 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