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끝자락 연말막걸리회동
우리는 또 만났습니다. 연말이라는 핑계로. 사실은 어떻게 해서든 만날 핑계를 만들어 근황도 묻고 막걸리도 마시고 수다도 떨며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또 막걸리를 마시러 갔습니다. (이 글을 연말이 지나기 전에 올리고 싶었는데 뭐 그렇게 바쁜지 이제야 쓰는 나 자신... 반성합니다ㅠㅠ)
우리가 좋아하는 느린 마을의 가을 막걸리. 만날 때마다 하는 짠 샷이지만 그래도 매번 새로운 것은 왜 때문일까요. 다사다난했던 2022년을 이 막걸리에 실어 털어버리고, 새로운 2023년을 맞이해보자 다짐했어요. 2023년은 조금 더 과감하게 자주 떠나야겠지요.
날씨가 매우 추운 날 만났기 때문에 안주는 어묵탕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사실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는데(저는 일본 간사이 어묵 좋아하거든요.) 추워서 그런지 잘 먹었던 것 같아요.
안주가 하나로는 부족하니까 두부김치와 수육도 주문했습니다. 두부김치는 맛있었는데 수육이 느끼했다는... 그래도 뭐 다들 그렇게 까칠한 사람들이 아니고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들도 아니라서 잘 먹고 마셨던 것 같아요. 술맛에는 까다롭지만 안주맛에 별로 까다롭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막걸리만 마시고 헤어지려 했는데 그러기엔 너무 아쉽잖아요? 그래서 작은 케이크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새롭게 맞이하는 2023년이 모두에게 소소한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해가 되기를, 또 우리의 여행이 꼭 특별하지 않아도 무탈하게 지속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에요!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우리 기억 속에 추억들은 마디로 기억된다고요. 어떤 순간들을 우리는 마디마디로 기억하는 것이죠. 모든 시간을 기억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더 자주 만나고, 여행을 떠나면 우리가 함께하는 추억이라는 마디가 늘어날 것이라 생각되었어요. 이번 연말 모임도 이런 추억의 마디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된 것이죠.
지금사진 작가님의 추천으로 마신 플랫화이트, 그리고 케이크와 함께 우리의 모임은 소소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사실 우리 모임은 특별히 별 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요. 의식의 흐름대로 주제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죠. 물론 잠시 6월에 떠날 아일랜드 여행 계획을 아주 조금 세우기도 했습니다.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자주 만나고 대화하며 웃을 수 있는 건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배려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내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말이에요. 인생에 힘든 일이 없는 사람이 없고, 가슴에 안고 사는 무거운 돌덩이 하나 없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럼에도 그것들을 뾰족한 가시로 만들어 다른 사람을 찌르지 않고, 몽글한 돌로 만들어 서로를 품어내고 이해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 또 떠납니다. 이번엔 부산과 통영으로 가기로 했어요. 이분들과의 여행이 설레고 기다려지는 것을 보니 제대로 편안해지고 있는 것 같아 좋네요. 이렇게 연말과 연초를 함께 하는 사이가 된 것도 참 좋아요. 이번 여행에서도 재밌는 이야기들이, 소소한 행복들이 많이 우리에게 찾아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