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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호 Dec 26. 2022

10. 등기부를 믿었는데...

돈 버는 상식

부동산 거래를 할 때 등기부는 필수적으로 검토를 해야 한다. 


부동산등기부에는 해당 부동산의 주소와 면적 등 현황, 소유자, 가압류, 가처분, 근저당 등이 나와 있고, 이전에 얼마에 거래되었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보통 이런 등기부의 기재내용은 확실한 것이 대부분이나, 등기부의 기재도 허위인 경우가 종종 있다.  


 “제가 보증금을 못 받게 될 상황입니다. 임대인은 지금 연락도 안 돼요”     

  “경매신청 해야겠네요”     

  “이미 은행이 담보로 잡고 있어서, 은행이 빼가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합니다.”     

  “ 등기부 안 보셨나요?”     

  “당연히 봤죠, 매매가격도 봤고요, 근데 경매법원에서 감정을 해 보니 등기부에 적힌 매매가격 보다 2억 원이나 적게 나왔습니다.”     


A 씨는 분명히 집의 등기부를 보았고, 은행이 선순위 근저당권을 잡고 있었지만, 등기부에는 매매가격이 6억 원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매매가격에서 선순위 근저당권의 설정최고액을 빼더라도, 자기의 전세금 보다 많이 남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A 씨는 전세금을 떼이게 된 상황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A 씨 부부는 신혼부부였다.     

신혼살림을 위해 서울 00구 소재 아파트를 전세로 알아보던 중 최근 분양 한 신축아파트가 눈의 띄었다.     


인근 부동산에 들러 그 00 아파트 전세를 알아보니 분양가는 10억 원인데, 전세금이 6억 원이고 한다. 임대인이 빨리 전세를 빼고 싶은 마음도 있고,  선순위 근저당이 있어서라고 한다. 


등기부를 보니 근저당권자 00 은행, 채권최고액 3억 원이라고 적혀 있다. 선순위 근저당권이 있어도 채권최고액이 3억 원밖에 안 하기 때문에 10억 원에서 3억 원을 빼면 7억 원이나 남는다. 따라서 전세금 6억 원을 떼일 염려가 없다고 판단된다.


무엇보다 임대인의 인상이 좋았다. 


A 씨 부부는 신축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들어가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돈과, 전세금 대출을 받아 전세금 6억 원을 임대인에게 납부하고 입주하였다.     


입주 후 3개월이 지난 시점...     


법원에서 우편물이 오고,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더니 우리 집이 경매에 부쳐졌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일이지??”     


곧바로 중개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중개사는 자기도 무슨 일인지 모른단다.      

중개사는 중개하면 끝인가??     


답답해 미칠 것 같은 A 씨는 경매신청을 한 채권자 은행에 전화를 했다. 몇 번 통화를 돌리다가 간신히 연결된 담당자는 채무자인 임대인이 이자를 내지 않아서 경매신청을 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임대인이 선순위 근저당권에 대한 이자를 3개월 미납하였다는 것이었다.     


A 씨는 곧바로 임대차 계약서에 있는 임대인의 전화로 전화를 걸었는데, 임대인은 자기도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아파트는 경매로 팔릴 것이니 배당을 받아가라고 한다.     


A 씨는 인터넷 폭풍 검색 후 생각한다.     


[경매] [경매 시 임차인 보증금]....     


“그래도 아파트가 10억 원이고, 선순위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이 3억 원이니까, 10억 원에서 3억 원 빼면 7억 원이 남고, 우리 보증금은 6억이니까 보증금을 떼이진 않겠구나....” 


안도의 한숨을 쉰다.          


 A 씨는 불안했다. 여기저기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 검색도 했다. 자기 전 재산인 보증금을 날릴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법원에서 우편물만 와도 심장이 덜컥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다.     


혹시 법원 등기를 받지 못해 우체부가 문 앞에 스티커를 붙여 놓기라도 하면 그다음 날까지 잠을 설친다.. 


미치겠다...          


A 씨는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세입자도 경매사건의 이해관계인이므로, 경매사건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A 씨는 다음날 월차를 내고 법원에 들러 열람복사 신청을 하고 경매기록을 살펴봤다.     


뭐가 뭔지....


분명 한글인대 채권자니 채무자나 배당요구니 감정이니... 어렴풋이 알 것 같지만 정확한 뜯을 몰라 답답하다.      

그래도 감정평가라는 것이 뭔지는 알기 때문에 아파트가 얼마에 감정평가 되었는지 보게 되었다.     

당연히 10억 정도 하겠지?  


감정평가서를 보니 아파트의 현재 시세가 6억 원이란다......     


내가 낸 보증금이 6억 원....


6억 원에서 선순위 3억 원을 빼면??  3억 원.... 그것도 고가에 낙찰되었을 때...          


왜 그럴 까??          


이제 임대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보자..


50대 전업주부 B 씨는 남편으로부터 집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을 듣고, 드디어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더욱이 B 씨의 가족은 최근까지 옥탑방에 살기도 하였다.


남편은 자기 신용이 좋지 않으니, B 씨의 명의로 집을 사자고 하였고, 싸고 좋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산 후 2년 후 어떻게 해서든 전세금을 구해 전세금을 돌려주고 우리 가족이 들어가 살자고 한다.


B 씨는 남편의 제안을 승낙하였고, 00 아파트 분양사무실에 들렀다. 분양사무실에서 000 부장, 000 전무를 만나 인사를 나눈 후 집을 둘러보았는데, 신축 아파트라 당연히 깔끔하고 너무 마음에 들었으며, 그동안 자기 가족들이 살았던 집에 비하면 호텔이나 다름없었다.


분양사무실에 들어온 B 씨가 계약을 하겠다고 하자 000 부장, 000 전무는 그 아파트가 원래는 10억 원이었지만, 지금은 할인분양이 되고 있다고 하면서 6억 원에 분양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매매계약서에는 정상자격인 10억 원을 기재하여야 하고, 그렇게 해야만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한다.


당연히 B 씨가 그 이유를 묻자 000 부장은 제 가격을 다 주고 분양받은 살마들이 이미 입주를 해 살고 있다고 하면서 그 사람들이 6억 원에 분양받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도 있고, 


또, 그렇게 해야 대출도 많이 받을 수 있으며, 실제 대금보다 부풀려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이쪽 업계의 관행이고 나중에 B 씨에게 손해가 가는 것은 전혀 없다고 하였다.


B 씨는 뭔가 복잡해 보이고,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집을 싸게 살 수 있고, 관행이라는 생각이 000 부장의 말 대로 하기로 하였다.


결국, B 씨는 00 아파트를 6억 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돈을 내기는커녕 오히려 2천만 원의 돈을 받았다!!! (000 부장은 이 돈을 페이백이라고 하였다)


나중에 B 씨는 씨와 전세계약을 할 때 자신도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부잣집 사모님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B 씨가 “업계약서”를 통한 전세사기의 공범이 되는 순간이다.


업계약서란 시세보다 더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실제 돈은 낮은 가격으로 준 것이다.     


이 사건에서 임대인은 10억 원에 매수하였다고 했고, 그 실거래가가 등기부에도 있었는데, 이는 업계약이고 실제 매수한 금액은 6억 원이었다.     


임대인은 자기돈 한 푼 안 들이고 아파트를 구매한 것이었고, 오히려 용돈도 받았다. 


이 사건은 분양사와 분양대행사, 은행직원까지..... 복잡한 이해관계로 연결된 사건이었고, 대부분 실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A 씨는 보증금 대부분을 날리게 되었고, 아파트에 살다가 하루아침에 월세집에 가게 되었다.     

꼼꼼하게 등기부까지 직접 살펴본  A 씨에 왜 이런 불행이 찾아왔을까??     


시세보다 싼 것은 그 이유가 있다. 임대인이 착해서?? 싸게 내놓는 경우는 없다. 싼 것은 더 큰 것을 위한 미끼이거나, 하자가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아파트 시세에 대해 너무 쉽게 중개사나 임대인의 말을 믿었다. 아파트 시세는 네이버 부동산 등을 검색해 보거나 인근 부동산 몇 군대만 가도 쉽게 알 수 있었는데 A 씨는 그런 확인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선순위 근저당권이 있는 아파트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요즘 같은 시대에 대출 없는 아파트는 보기 힘들기 때문에 선순위 대출이 있는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야 할 경우 최소한 3군데 이상의 사이트나, 중개사 사무실에 들러 해당 아파트의 현재 시세를 알아보고 그 시세에서 선순위 근저당의 채권최고액과 내 보증금을 감당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낯선 동네일 경우 아파트나 그 지역에는 중개사들이 알고 있는 스토리가 있다. 그런 스토리도 들을 겸 자기를 도와주는 중개사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물어볼 것을 추천드린다. 


신축이거나 분양된 지 알마 안된 집은 피해야 한다. 신축들은 시세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다. 따라서 가격을 가지고 장난치는 경우가 많고, 이 사례처럼 분양대행사 등이 계약에 낀 다면 무조건 피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싼 것에는 무조건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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