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상식
대학생 김 00은 군대를 제대한 지 2개월이 지났다. 대학은 휴학을 한 상태이고, 몇 달이라도 아르바이트를 하여 등록금을 마련하여 부모님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싶은 착한 아들이다.
집에서 컴퓨터를 하던 김 00은 먼저 전역한 군대 선임으로 부터 페이스북 메신저가 온 것을 확인하였다.
"00아 잘 지내냐? 나 00이다. 너 제대하고 아르바이트한다고 했지?"
"지금 내가 일하는 곳에 일자리가 생겼는데, 한번 해볼래?"
“.... 무슨 일인데”
“어, 인터넷 쇼핑몰 회사야 하는 일은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홍보도 하고, 클레임도 처리하고.. 전화 상담이라고 알면 돼”
“그래?”
“숙식 제공도 하고, 월급은 기본급 250만 원에, 수당도 있어”
“오~~ 수당은 어떻게 주는데?”
“고객님들과 통화해서 클레임 처리하면 건 당 얼마씩 주는 건데, 자세한 내용은 나도 몰라, 나도 얼마 안 되었거든.. 일단 와서 봐 오면 비행기 값은 회사가 내줄 거야”
“어딘데?”
“중국이야”
“중국?? 거기는 좀,,,,”
“아~ 여기는 인터넷 쇼핑몰 회사고.. 주로 인터넷으로 영업하고, 고객 상담도 인터넷이나 전화로 하거든, 그리고 한국은 월세나 물가가 비싸잖아 여기 월세는 한국보다 훨씬 싸 그래서 인터넷 쇼핑몰 회사는 대부분 중국에 있어”
“아, 그래??”
“그런데 여기 사람들이 거의 중국인이거나, 조선족이 있어도 발음이 어색하잖아,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조선족 발음이 나오면 고객들이 보이스 피싱 아니냐고 의심하거든 그래서 한국에서 직원을 채용하고 있어”
“물론 숙식 제공 다 해주고, 급여도 한국 기준으로 주니까 여기 물가 감안 할 때 여기서 그 돈으로 살면 엄청 부자야, 근무 시간 외에는 터치도 없고, 그럼 자유롭게 관광도 하고 좋잖아”
“음......”
마침 군대를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답답했던 김 군은 해외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과, 단순히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일자리도 있으며, 숙식제공에 거기다 군대에서 알던 사람도 있으니 짧게 고민하고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중국 공항에 도착한 김 군은 이미 회사 측에서 직원들이 마중 나온다는 말을 듣고 간 것이라. 그 직원들과 쉽게 만날 수 있었고, 직원들은 어색한 한국말과 웃는 얼굴로 김 군을 맞이한다.
친절하게 케리어도 들어주면 함께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던 도중 창밖을 보며 여기가 중국이구나..라는 생각과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이동한다.
숙소에 도착하고 방을 배정받고, 방 내부 여기저기를 둘러본 후 저녁식사까지 하였다.
식사를 마친 김 군은 배정받은 숙소에 들어와 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건장한 남성 3명이 들어와 연변 사투리로 말을 하면서 김 군의 여권, 휴대전화, 지급을 모두 달라고 한다.
"이건 왜 줘야 하죠"
라고 물었다가는 금세 폭행을 당할 것 같다.
김 군은 그대로 감금당한 것이었고, 다음날 김 군이 안내받은 일은
보이스피싱 사무실이었다.
김 군은 조선족 조폭들의 강압에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책상에 적힌 멘트를 읽을 수밖에 없었고, 그 내용을 보니 보이스피싱 멘트다.
여긴 검찰입니다.. 000님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 대포통장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익숙한 멘트들이고, 누가 이런 멘트에 속겠나.. 생각하면서 전화를 돌렸지만,
의외로 속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성공을 하면 입금액의 7%의 수당까지 준단다...
‘아... 이게 수당이었구나..’
중간에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수백 번씩 들었지만, 수중에 돈도 없었고, 말이 통하지도 않았으며, 여권도 없었다.
그리고 잘못 나갔다가 무연고 외국인임이 발각되면 훨씬 끔찍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서며, 현지 공안이 어디인지도 모른다. 더욱이 공안이 나를 보호해 줄지도 의문이다.
김 군에게는 그곳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있었다.
'비자연장'
범죄 조직이라도 비자 문제는 어쩔 수 없었다.
90일의 중국관광비자의 만료일이 다 돼 가자 조직은 김 군에게 한국에 잠깐 갔다가 다시 들어오라고 한다.
김 군은 다시 들어온다고 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당연히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집에 돌아온 김 군은 안도의 한 숨을 쉬면서, 큰 일어날 뻔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휴~~'
한국에 들어온 지 1개월 후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은 김 군에서 전화를 걸어 다시 들어오라 했지만 김 군은 돌아가지 않았고, 한국에 있는 공장에 아르바이트로 입사를 하였다.
아르바이트로 입사 후 약 6개월이 지났고,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자기에게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을 해던 이 00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기가 지금 경찰서에 있는데, 너도 와서 자백하라고... 그리고 경찰이 전화를 바꿔 받아 00 경찰서 000 수사관인데 지금 보이스 피싱 피의자가 되었으니 나와서 조사를 받으라는 내용이다.
김 군은 멍~~ 때렸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경찰의 전화였고, 몇 개월 전 일이었으며, 좋지 않은 기억이었으나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자기가 한 행동이 범죄라고 하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내가 수사대상이 될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그동안 경찰로 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어 그냥 넘어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경찰은 사무적인 말투로 김 군 자신을 보이스피싱 범행을 한 피의자라고 하면서 서류를 툭 던지더니 김군이 사기를 친 피해자들이라고 한다.
김 군은 경찰이 내민 서류를 보고 숨이 턱 막혔지만, 스스로 큰 잘못은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경찰서에 출석하여 중국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진술하였고, 이는 곧 자백이었다.
검찰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중대한 범죄로 여겨 보이스피싱 범행에 조금이라도 가담하였다고 인정되면, 구형을 일률적으로 무조건 5년 이상 하고 있다.
법원은 김 군과 같이 단순 가담의 경우라도 조금이라도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것으로 인정되면 대부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집행유예는 거의 없다.
모두 자백하고, 전과가 없고, 경찰 수사에 협조를 해도 6개월 정도 감형될 수 있을 뿐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이런 김 군과 같은 젊은이들이 매우 많다. 필자의 친척도 비슷한 방식으로 중국에 갔다가 보이스피싱공범으로 구속되어 징역 2년을 다 채우고 출소했다.
필자가 알기로 절대로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범죄를 저지를 위인이 아니었다.
단지, 같이 살고 있던 아는 형이 같이 중국에 가서 일을 해보자가 해서 그 형을 믿고 중국에 따라갔다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것이었다.
젊은이들이 취업난에 허덕이다가 해외취업이라는 유혹이 빠져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보이스피싱이라는 중범죄의 공범이 되었다가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거의 에누리 없이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정작 잡아야 할 보이스피싱 범죄의 수괴는 잡지도 못하고 있다.
대부분 중국이나 외국에 본부가 있고, 현지 공안들도 거의 협조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한 통속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그리고 그런 수괴들은 위조 여권을 가지고 한국을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한다.
이런 보이스피싱 범인들을 완전히 소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더라도, 나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범죄의 공범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