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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호 Dec 19. 2022

5. 믿었던 후배의 배신

돈 버는 상식

  “김 변호사 나 000야, 급하게 전화 좀 줘~”     

아는 지인분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형님 오랜만입니다.”     

“그래 잘 지냈지”     

“네”     

“무슨 일 있으신가요?”     

보통 변호사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준 지인은 어떤 십중팔구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이다.     

“ 다름 아니라, 내가 동업관계에서 어떤 문제가 있어서 잠시 시간 되나?”     

“네, 말씀하세요”     

“다름 아니라...”     


정리하면,      


000은 대학을 졸업한 후 현재 대기업에 잘 다니고 있었는데, 대학시절 함께 기숙사 룸메이트까지 했던 후배가 서울 강남에서 체인점 레스토랑을 할 것인데, 총 투자금 5억 원을 모으고 있고, 이미 많이 모은 상태였으며, 여기에 투자를 하면 투자금 1억 원 당 매월 세후 수익의 20%를 배당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후배가 현재 얼마를 모았고, 얼마가 부족한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그 “후배를 믿고”(물론 투자 계약서는 작성하였다) 일단 자신이 퇴직금을 받아 가지고 있던 1억 원을 지급하였다. 따라서 000의 퇴직금 1억 원이 이미 후배의 수중에 들어간 상태가 되었다.      


2개월 후 후배는 투자금이 덜 모였다고 하면서 000에게 1억 원을 빌려달라고 하였고, 000은 이미 1억 원이 들어간 상황에서 후배가 돈이 부족하여 오픈을 하지 못하면 큰 일 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적금을 해지’하여 5천만 원을 다시 후배에게 주고 투자 약정서를 1억 원에서 1억 5천만 원으로 고쳐 썼다.     


그리고 1개월 후 후배는 다시 00에게 전화를 걸어 아직 돈이 부족한데, 본사가 재촉을 하고 5천만 원을 못 구하면 사업장 오픈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하면서 추가로 5천만 원을 구할 수 없냐고 하였고, 000은 이미 퇴직금과 적금까지 깬 마당에 돈이 없었지만, 이미 1억 5천만 원이 후배에게 가있고, 오픈을 못한다면 투자금이나, 수익금을 받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친동생에게 5천만 원을 빌려 후배에게 지급하였다.     


결국 000은 후배에게 총 2억 원을 투자하였고, 1억 원은 십 수년간 일을 한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 5천만 원은 적금, 5천만 원은 친동생으로부터 빌린 돈이었다.     


“네~그런데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     


“어~ 일단 강남에 레스토랑은 영업도 안 되고, 본사와도 문제가 생겨 작년에 문을 닫았어, 그래서 투자금 회수 문제로 나머지 투자자들과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그 후배가 나한테 마지막으로 돈을 투자받을 당시 이미 투자금 5억 원은 다 모았던 상태였다는 거야”     


“그럼 이미 투자금을 다 모았는데, 그 이상으로 돈을 더 받은 거네요”     

“그렇지 나한테 투자금 5천이 더 필요하다고 거짓말하고 돈을 받아 간 거 같아”     

“투자금은 얼마나 회수하셨나요?”     


“후배 말고 그 후배가 아는 사람이 법대 나왔다고 하는데, 그 사람이 이것저것 하더니 본사로부터 1억 2천만 원 정도 받은 것 같고 그 돈을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비율대로 나눠준데... 근데 그 사람이 자기가 일을 했다고 하면서 1억 2천에서 20%를 달라고 하네....    


그리고


내가 후배에게 마지막으로 준 5천만 원은 투자금이 아니고 그럼 빌려간 것이니까 다시 달라고 하니 그 후배는 그 돈도 투자금이라고 하고...."              


결론적으로, 후배는 마땅히 투자자들에게 나눠져야 하는 본사로부터 회수한 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결국, 000은 후배를 상대로 민사, 형사 모두 걸어 민사상으로는 2천만 원 정도를 회수하였으나, 형사사건은 고소와 이의신청을 진행하였으며, 후배의 지인이 000을 형사고소하기까지 하였으며, 현재 모두 진행 중이다...           


000은 학창 시절 공부라면 자신이 있었던 분이었다. 그래서 졸업한 대학도 나름 괜찮았고, 직장도 대기업에 다녔다.      


그런데 중년에 이르러 지금까지 모은 퇴직금과, 적금 그리고 친동생의 돈까지 모두 날리게 될 상황에 쳐해져 있다. 민사소송해서 이기면 뭐하나...     


아무리 소송에서 이겨도 채무자에게 돈이 없으면 받을 수 없다.     


돈을 찾는다 하더라도 일부분일 것이고, 하도 복잡하고 머리가 아파 생업에 집중할 수 없고, 그렇다고 매번 변호사를 선임하자니 변호사 수임료가 부담된다.     


000이 뭐가 문제였을까?? 학창 시절에는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에 갔고, 직장 생활도 성실히 하였으며, 적금까지 부었다. 누가 봐도 성실하고 착한 분이었다.     


그런데 후반전에 믿었던 후배에게 뒷 통수를 세게 맞았고 지금까지 모은 돈을 거의 날린 것이다.          


000은 일단 그 후배를 너무 믿었다. 그 후배와 같이 밥 먹고, 잠도 자고 술도 한잔 하면서 수많은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설마 네가 나를 사기 칠까...’ ‘네가 나를 사기 치면 같이 알고 있는 동문들도 있다..’      

하는 믿음도 그 후배를 맹목적으로 믿는 것에 대해 한몫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평범한 상태인 사람과이미 사업이 망해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의 사람은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그 후배 역시 좋은 대학을 나왔고, 직장생활을 하였지만, 퇴직 후 무리한 사업을 하다고 이미 부채가 있었고, 그런 상태에서 어떤 사람의 꾐에 넘어가 강남에 있는 레스토랑 사업을 무리하게 시작하게 되었으며, 자기에게 돈이 없으니 친분이 있던 000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투자금을 모금한 것이었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어, 몇 천 정도는 여유가 있었고, 그 여유 자금을 굴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다.     


후배는 분명 믿을 만한 사람이었는데, 그 후배 역시 20년 이상 시간이 흐르면서 믿지 못할 사람이 된 것이다.     

000은 그 후배를 볼 때 옛날 학창 시절 순수했던 룸메이트가 아니라 자기가 살기 위해  남에게 피해를 입혀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사람임을 알아보았어야 했다.     


그리고 ‘투자 약정서’라는 종이 1장을 믿은 것이 잘못이다, 투자와 금전 차용은 엄연히 다른 의미가 있고, 투자는 자신이 투자금을 날릴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강남에 레스토랑을 운영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정보와 사업의 미래가치를 철저히 분석했어야 하는데 000은 그런 수고도 없이 막연하게 한편으로는 편안하게 000에 대한 신뢰 하나로 그런 수고를 퉁 쳤다.      


그래서 000은 많은 돈을 날린 것이다.     


대학도 나오고 연세도 있으신 분이 왜 그랬을까...?     


“중•고등학교나 대학에서 투자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 투자나, 사업운영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1억 원이나 투자를 할 때에는 그 사업성 분석을 하고, 내 투자금이 어디에 쓰이고, 그 투자금을 운용할 사람이 믿을만한지, 과거 성공 경험은 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현재 그 운용자의 경제적인 상황은 어떤지 알아봤어야 했다.     


자금을 운용하는 자의 경제적 상황이 궁핍하다면 십중팔구 공금에 손댄 다고 보면 된다.     


000은 이런 것들 하나도 알아보지 않는 상태에서 그 후배의 잘된다는 말과 월 순 수익의 1억 원당 20% 라는 수익만 보고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000은 투자를 할 때 자기가 강남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과 거의 같은 정도의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고, 그 정도의 주의를 기울일 자신이 없었다면 그 투자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돈을 남에게 투자하고 그 남이 그 투자금을 가지고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을 비유하면     


[남이 내 돈을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쓰면서 사업을 하다가 잘 되면 그 수익은 그 남이 대부분 가져가고, 안되면 돈을 날리는 것은 내가 돼도 좋다.]     


라고 이해하면 된다.     


내 돈을 가지고 알아서 사업체 잘 운영하고, 수익금도 잘 정산해서 주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은 없다     

동업은 

사업이 잘 되면 내 탓이요안 되면 남 탓이다.     


저런 투자 문의가 올 때 제안자가      


①높은 수익률을 약속하거나, 

②원금을 보장해 준다고 하거나, 

③투자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하거나, 

④본인을 믿으라고 하거나 한다면     


돈이 넘쳐나서 그냥 주거나, 투자를 하지 말자.     


그렇다면 투자는 언제 해야 하나??     


투자 시점에 이미 그 사업체가 잘 돌아가고 있거나, 과거에 그런 이력이 있을 때 반드시 지분을 받거나 담보를 받고 투자를 해야 한다. 


이런 요구들을 했을 때 제안자가 불편해하거나, 엉뚱한 소리를 한다면 정중히 거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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