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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어 May 03. 2023

너와 나의 10대

 

 놀랐다. 오랜만에 청바지를 사러 옷가게에 들렀는데 죄다 와이드팬츠만 있어서 낯설었다. 일자바지조차 거의 없고 통 넓은 스타일만 옷걸이 가득이다. 어쩔 수 없이 통바지를 하나 골라 입고 거울 앞에 서보니 여간 어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도대체 얼마 만에 입어보는 스타일인가? 핏이 나쁘지 않다며 칭찬하는 점원의 말에 다른 바지를 또 고르는 용기는 내지 않기로 했다. 집에 와서 거울 앞에서 어색한 바지를 입은 내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니 웃음만 나왔다. 아마도 진짜 핑클이 활동하던 밀레니엄시대의 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스타일은 예전으로 돌아갔는데 10대 소녀는 어느새 똥배가 나오고 기미가 잔뜩 낀 푸석한 40대 아줌마가 되어 있다.


 16살 첫째가 4세대 아이돌 누구누구를 아느냐며 테스트를 한다. 에스파 멤버는 누가 있냐? 아이브는 몇 명이냐? 뉴진스 노래는 뭘 아냐? 보이즈플래닛은 봤냐 등등. 그래도 예능프로그램을 간간히 봤던 터라 어느 정도 대답할 수 있었다. 이게 뭐라고 뿌듯한 건지..


넌 핑클멤버 다 아냐? 에쵸티 다섯 명 얘기해 봐. 젝키 히트곡 아는 거 얘기해 봐. ses는 누구누구야? 나의 질문에 당황해서 버벅거리는 녀석을 보며 웃어버렸다.


핑클이 뉴진스로 이어지고, 와이드팬츠가 다시 돌아오고  나와 녀석의 10대 시절도 이어진다. 희한하면서도 기쁠 일이다.









#와이드팬츠#아이돌#핑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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