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우어 Sep 27. 2023

택시 모는 락저씨, 잘 지내시죠?


몇 년 전에 서울에서 카카오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온 적이 있었다. 뒷좌석에서 본 기사는 흰머리가 듬성듬성 보이는 내추럴한 곱슬머리를 반듯하게 묶은 아저씨였다. 어색한 공기를 깨고자 헤어스타일이 멋지다는 말을 던졌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은 젊을 때 음악을 하면서 기르기 시작했는데 60이 넘은 지금까지 그냥 자연스럽게 기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화가 필요했던 것일까?


아마추어 밴드를 만들어서 남양주의 어느 버려진 폐가에 모여서 합주를 했던 젊은 시절 이야기가 시작됐다. 열악했지만 열정이 있었고 계속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메탈리카, acdc부터 모르는 메탈밴드 이름까지 끝없이 열거하고, 한국 락 밴드까지 쉬지 않고 그의 입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통에 나의 혼은 쏙 빠졌다. 원조 락저씨에 비해 내가 아는 밴드는 브릿팝에 한정적이기에 서로 간의 대화보단 경청이 나의 몫이었다.

그나마 조용필과 부활, 시나위, 송골매, 백두산, 산울림 같이 익숙한 그룹을 이야기할 때는 감사한 기분도 들었다. 어느 락덕후의 방대하고 소중한 머릿속 아카이브를 공유하는 시간이 집에 가는 택시 속에서 이뤄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젊을 때 꿈꿨던 삶을 살진 못하지만 그 열정 그대로 가슴에 품고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는 그는 멋있는 사람이었다. 남들은 알아주지 못할지라도 내게 그는 이미 락스타처럼 보였다.

 Tv를 보다가 불꽃밴드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아마 락저씨는 이미 시청하고 있겠지? 언젠가 한번 다시 그의 택시를 탈 수 있다면 좋겠다. 이번엔 내가 애정하는 밴드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그날까지

계속

락저씨도 나도


 Rock and roll!!











#택시#일상#rock#락저씨#불꽃밴드

작가의 이전글 호신용품을 찾아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