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 번째 수업이다. 1학년 귀여운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길. 운동화와 슬랙스 밑단이 다 젖을 만큼 폭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지만 아이들 만날 생각에 설렜다. 출석부를 챙기고 교실에 들어서니 오늘은 또 무슨 글을 쓸 거냐며 @@이가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 제 자리에 앉기 전엔 안 알려줄 거야~"
아이들과 밀당하며 자기 자리에 앉도록 유도한다.
우리 반 규칙을 다 같이 읽고 오늘의 주제와 예시글을 ppt화면으로 보여준다. 1학년 아이들과의 40분 수업에서 ppt가 없다면 너무나 힘들 것이다. 특히나 글을 쓰는 수업은 집중도와 실력이 아이들마다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더 그렇다. 글 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생각조차도 하기를 싫어한다. 좋아하는 것을 물어도 좋아하는 게 하나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처럼 글을 싫어하는 아이가, 예시글을 변형해서라도 한 줄이라도 쓰게 하는 게 나의 목표다. 지금은 한 줄이지만 차츰 나아가 두 줄을 꽉 채울 수 있도록 이 아이가 흥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
몇 분만에 '다 썼어요' 라며 활동지를 끝내는 아이들에게 조금만 더 써보자, 다른 표현도 써보자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그에 대한 보상의 의미로 단어퀴즈를 한 장 더 만들어간다. 숨은 단어 @개 이상 찾으면 단어박사라는 타이틀을 붙여준다. 글쓰기에 대한 보상으로 이만한 게 없다. 글 쓸 때는 죽어가던 눈빛이 이 시간에는 활활 타오른다. 머리를 쥐어짜 내 만든 나의 활동지를 아이들이 붙잡고 씨름하며 작성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 다음 시간엔 더 즐겁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집에 돌아와 곧바로 노트북을 켜고 만들어 놓은 수업자료에 새로운 내용을 보충한다.
희한하게 아이디어가 또 떠오른다. 더 나올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더 나오는 게 있다. 이런 과정들이 흥분되고 재밌다.
드디어 찾았다.
재밌어서 하는 일
#글쓰기#초등학교#늘봄#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