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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뛰뛰빵빵 Oct 22. 2023

나는 미국에도 고향이 있다.

오랫만에 찾아본 그 곳.


지난 몇년간은 집도 절도 없이 떠 돌아다니며 생활했다. 아마도 몇년은 더 할 듯하다.


이달 초에 샌프란시스코 살던 아들이 이스트베이쪽으로 이사를 했다. 그래서 이사도 도와줄 겸 해서 오레곤에서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으로 왔다.


그리고 잠시 가을 단풍구경갔다가 온 것을 제외하곤 벌써 20여일째 베이지역에 머문다. 역마살이 끼었는지 좁은 집안에 있으면 온 몸이 쑤시는 듯하다.


바트라도 타고 샌프란시스코에 나가 좀 걷다 오고자 집을 나섰다. 바트는 bart라고 쓰는데 Bay Area Rapid Transit의 약자다. 한국의 지하철같은 공중교통수단이다. 아들이 사는 곳에서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까지는 왕복 13달러, 한화로 하면 1600원정도 할 듯하다. 대중 교통을 많이 사용하는 건 아니라 이게 싼건지 비싼건지도 잘 모르겠다.



아침에 작은 백팩에 물,과자,겉옷들을 주섬주섬 주워담고 집을 나섰다. 바트역까지 10여분 걸어가니 벌써 등뒤로 땀이 흐른다. 점점 저질 체력이 되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운동을 더 하던지...


오랜만에 오른 바트의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가을이 왔는데도 아직 푸르다. 오클랜드를 지나니 바다 밑으로 바트가 들어가면서 속도를 내어 쌕쌕거린다. 이제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이다.


요즘 여기저기서 샌프란시스코가 망한다고 하던데 눈앞에 보이는 샌프란시스코는 건재하기만 하다. 예전처럼 관광객이 길가에 넘쳐나는 건 아니지만, 한여름 성수기를 지난 계절 탓도 있을것 같다.



파월 스테이션으로 나오니 케이블카의 턴어라운드가 나온다. 한참을 서서 예전의 기억과 섞어가며 바라본다. 곧게 뻗은 케이블카의 선로를 따라 유니온 스퀘어에 오른다. 오늘도 뭔가 행사를 준비하느라 부산하다. 하긴 샌프란시스코의 웬만한 행사는 모두 여기에서 하니..


유니온 스퀘어를 지나 차이나타운을 가로 지른다. 관광객이 적은 계절이라 그런지 가게마다 종업원들이 나와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다. 빈 가게에 덩그라니 앉아있기는 싫은가보다.



캘리포니아 스트릿을 오르 내리는 케이블카가 손님도 거의 없이 거리를 오간다. 단체 관광객을 태웠는지 제법 손님을 채운 케이블카도 보인다. 캘리포니아 스트릿을.따라 고층 빌딩 숲속을 지나 마켓 스트릿까지 내려와 바다쪽으로 향한다.


역사가 깃든 페리 빌딩은 이제는 페리선착장의 기능보다 인근 빌딩 샐러리맨들의 점심식당으로서의 기능을 하는거 같다. 바다의 만을 따라 길을 걸어가면서 따뜻한 햇빛끽한다.


피어 39에 도착하니 예전 미국에 처음 왔던 1996년의 기억이 더욱 솟아오른다. 그 때 미국와서 처음 일자리를 잡은데가 여기 피셔맨스워프였었다. 시간당 5불 50전의 최저 임금을 받으며 비오는 길가에 서서 기념품을 팔던 기억. 웬지 그때의 기억이 조금은 슬픈 느낌이다.


피어 39을 시끄럽게 하던 바다사자 놈들도 다들 어디갔는지 몇마리 밖에 자리를 지키지 않는다. 여기까지 오면 샌프란시스코의 사워도(sourdough)빵에 담긴 조개죽(clam chowder)를 맛보고 가야겠지.


길가 자리를 하나 잡고 앉아 먹은 클램챠우더는 젊음이라는 양념이 덜 들어간 듯하다. 간단히 배를 채우고 다시 다운타운의 기차역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다. 누가 찾는 것도 아니고 할일이 밀려 있는것도 아닌데 제 어디를 걸으면 괜한 조바심에 빚받으러 가는 사람처럼 부지런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바트에 앉아 생각해보니 난 역시 역마살이 끼었나보다. 집에 앉아있는 하루보다 힘이 들어도 밖으로 도는게 좋으니.. 미국에 첫 발을 내딛었 곳, 샌프란시스코는 마음속에서 나의 고향이다. 미국에 있는 또 하나의 고향말이다.


https://youtube.com/shorts/Jz0p7CGTv30?si=Cw2os3ExYaH7qpJmhttps://youtube.com/shorts/Wunm-B86dyg?si=8clbWCOzhjRWPy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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