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 인천대공원 방문기
죽을거 같았습니다.
눈앞으로 솟구치는 계단들을 보니 잠시 멈칫했습니다.
계단이 끝이 안보이게 이어져 있더라구요.
계단 오르는 걸 유독 힘들어하는 저로선 가슴이 답답해져옵니다.
“과연 저길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해봐야겠지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디뎠습니다.
몇 사람이 앞지르기는 했지만, 몇번을 쉬면서 오르니 결국은 나도 정상에 도달하더라구요.
정상 표지판엔 “1330계단”이라 적혀 있더군요.
“수명도 늘었다”는 문구가 붙어 있어서 웃음이 났습니다.
고작 160m 높이의 산이지만, 계단이 워낙 많아서 체감상 훨씬 높게 느껴졌습니다.
정상에는 작은 팔각정 쉼터가 있고,
부평 쪽 시가지와 멀리 계양산이 시원하게 보입니다.
가을 하늘은 푸르고, 공기는 맑았습니다.
인천대공원 기본 정보
위치 : 인천광역시 남동구 장수동 산78
대중교통
지하철 : 인천지하철 2호선 인천대공원역 3번 출구
버스 : 인천대공원역 하차 → 15, 22, 538, 순환54
인천대공원 정문 하차 → 47, 14-1, 103-1, 16-1
주차 : 정문·동문 유료주차장 (1일 3,000원)
개방시간 : 오전 5시 ~ 오후 10시
입장료 : 무료
지옥 같던 여름 더위가 물러나고,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쌀쌀해졌습니다.
가을 코스모스를 보러 다녀온 계양꽃마루가 아직 기억에 남는데, 단풍도 억새도 아직 만나지 못한 채 가을이 멀어지는 것 같아 조급한 마음으로 인천대공원을 찾았습니다.
일요일 오전, 인천대공원 남문 앞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남녀노소 모두 밝은 얼굴로 걷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도심 속에 이런 넓은 공원이 우리들의 마음에 행복을 가져다주나 봅니다.
남문을 지나 걷다 보니 어린이동물원이 나옵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겠죠. 공원내 길은 경사가 완만해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도 무리가 없겠더라구요.
길가에 늘어선 나무가 모두 벚나무라, 봄에는 벚꽃길이 장관일 듯합니다.
들꽃정원에 이르자 곳곳에 텐트를 치고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들이 보였습니다. 멀리 가지 않고도 가을의 여유를 만끽하는 그네들이 부럽습니다.
저는 여기서부터 무장애길을 따라 메타세쿼이아 숲길로 향했습니다.
하늘을 향해 곧게 솟은 메타세쿼이아 숲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늘 아래 벤치마다 사람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 풍경만으로도 “치유의 숲”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렸습니다.
치유의 숲길을 지나면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고,
곧 상아산 정상(151m) 에 닿습니다.
급경사는 아니어서 천천히 오르기 좋았습니다.
정상에서는 인천종주길과 만납니다.
표지판을 보니 종주길은 소래산 방향으로 이어지더군요.
상아산 정상은 나무에 둘러싸여 조망은 없지만,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잠시 쉬기 좋았습니다.
상아산을 내려와 관모산으로 향하는 길,
다시 한참을 내려와 관모산으로 오릅니다,
근데 거기서 계단을 만난겁니다.
계단길을 싫어하다보니 꽤 난감하지만 그래도 돌아가는 길이 없으니 그냥 올라갔습니다.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경치는 시원스러웠고, 몇개의 벤치에는 쉬면서 가져온 음식을 나누는 이들이 많습니다.
휘 둘러보고 이번에는 백범광장으로 내려왔습니다.
거의 백범광장에 다다를 때까지 계단이었습니다.
내리막이라도 무릎이 약한 분들에겐 꽤 부담스러울 수 있겠더라구요.
백범광장을 돌아 벛나무길까지 내려오다보니,
한강라면, 오뎅국, 떡복이, 커피등을 파는 매점휴게소가 있더라구요.
점심때도 되었기에 한강라면 한그릇하고 오뎅, 떡볶이, 김밥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했습니다.
음식 괜찮냐고 물으실거죠? ㅎㅎ
아무것도 안한 한강라면(4000원)이 제일 맛있더라는 얘기로 답을 대신합니다.
아메리카노는 제가 이름 하나 만들어 주었습니다.
인천대공원 "커피차"라고... 커피아닌 커피차..ㅎㅎ
점심 후에는 호수정원과 조각공원, 그리고 어울큰마당을 거쳐 어울정원으로 향했습니다.
가을날의 주말답게 자전거 타는 사람, 산책하는 가족, 텐트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어요.
어울정원에는 아직도 코스모스와 백일홍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만난 화사한 색감이 눈을 즐겁게 해줬습니다.
호수정원의 호숫가 데크를 구경하고 장수천을 따라 억새원방향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들이 햇살에 반짝이며
‘가을이 아직 여기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억새밭이 크지 않은 규모지만, 충분히 가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공원 전체가 따뜻한 빛으로 물들었고,
이제 집으로 향합니다.
늦지 않게 가을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아직 인천까지 단풍이 내려오진 않았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공원 곳곳이 붉게 물들 것 같네요.
다음 주엔 본격적인 단풍길을 찾아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도 오늘처럼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를 만나길 바라며, 인천대공원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