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by Jimeal

연인과 5년간 동거하던 남자를 알게 되었다.

2년 차 때 연인이 바람을 피운 후 그들의 관계는 다시 정의되었다고 한다.

친구이자, 동료이자, 집을 공유하는 사이이자, 아직은 연인인,, 그런 상태로

연인이지만 궁금한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도 괜찮다고 합의했다고 했다.

하나의 사랑을 해야 하고 사랑이라는 약속을 한 후에는 그 사람과의 신뢰를 깨지 않는 행동을 유지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진 나로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해도 되지 않고 이해도 하고 싶지 않고 공감은 더더욱 안 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도

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날 설득시켜 주길 바랐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밉지 않은 것, 함께하고 싶은 것, 이해해보고 싶은 것

그 사람이 말하길 사랑은 여러 종류가 있다고 했다.

에로틱한 사랑, 플라토닉의 사랑, 애증, 증오, 동경, 존경,,, 기타 등등

사랑을 정의한다는 건, 관계를 정의한다는 건 틀에 스스로를 가두는 인생을 사는 거라는 듯이

웃긴 건 전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미친 소리라고 생각하고 상대도 하지 않았다.

근데 이런 미친 이야기를 미쳤다고 생각하면서 새벽 2시가 넘어가도록 듣고 있다니 ,,,

이게 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또 말이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한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도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네고 싶었다.

단 한 번도 그런 안부인사를 한 적이 없지만 그날은 자기 전에 잘 자라는 인사를 했다.

보내기가 무섭게 그 사람도 잘 자라는 인사를 했다.

아무렇지 않게 그다음 날 아침 일을 하다 문득 생각이 나서 잘 들어갔는지, 출근은 했는지 등

잡다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 미친 소리를 나누었다고 하루아침에 관계를 정리하기엔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았나

아님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건가,,, 모르겠지만 일단 그러고 싶었다.

아직 난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고 판단하지 않았고 이 관계는 보류라고

선택권이 나에게 주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내가 느끼는 기분은 그렇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선택권은 없었다.

그저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떠오르는 감정이, 생각이 이 관계를 정의해 주겠지라고 생각하고

흘러가는 이 시간 속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만나자고 하고 싶다가도 영원히 멀어지고 싶은 기분이 반복되었다.

심란할 때는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자 만남의 약속을 잡는 행위를 접고

그와 봤던 영화를 돌려봤다.

집중이 잘 되지 않고 지루하다고 느껴졌던 그날의 영화가 내 안에 들어왔다.

이게 이런 영화였구나 새삼 실감한다.

그날 난 왜 이렇게 그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을까

전날 잠을 자지 못한 이유도 있었고 그날 무더운 날씨에 산책을 너무 해 땀을 많이 흘린 탓이었을까 ,,

무척이나 졸리고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공부도 해보고 운동도 해봤다.

무엇도 나를 가득 채우진 못했다.

덜 채워진 기분도 나쁘지 않다.

완전한 정상적인 사랑을 하고 싶은 나였는데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것에 걸려 넘어지는 걸까

사실 완전한 사랑이라는 게 참 어려운 거였다는 걸

지고지순하고 순수하고 같은 모양의 사랑을 꿈꾼다는 건 매우 작은 확률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난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을 거다.

그냥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내게 오길 기다릴 거다.


무튼 내가 느낀 사랑의 감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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