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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주의자 앨리스 Nov 18. 2023

두 번째 에세이 책 내기

# 과제 5- 마리 앙또와네트의 결혼식과 같은 입회식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역사를 모르지만 마리 앙또와네트의 일화는 몇 가지 알고 있다

국경선에서 오스트리아의 복식을 모두 버리고 프랑스식 예복으로 갈아입고 결혼식에 향했다는 일화는 내 입회식과 같았다. 

입회식이 시작되기 전 부모님은 성당에 들어가 앉아 있고 나는 별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지원자의 복장이었는데 흔히 보는 수녀들의 복장과는 많이 다르다. 

머리가 길다면 단정이 내려 묻고 머리망으로 머리카락을 감춘다. 짧다면 별다른 조치는 없다. 브래지어는 말기라고 하는 전통 젓가리개로 바꾼다. 말기는 입체감을 줄여 가슴의 볼륨을 없애고 평면으로 만들어준다. 내복에 레이스가 없는 게 좋다. 간혹 소매 끝이나 목둘레가 레이스로 된 내의가 있는데 그런 내의를 준비했다면 바로 바꿔준다. 하얀 블라우스에 소매가 없는 A라인 검정 원피스가 주어진다. 허리에는 얇은 허리띠를 맨다.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치마 너머로 회색이나 검은색 양말을 신는다. 단화는 얌전해야 한다.

입회식이 시작되면 입회자는 성당의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다. 

성가도 부르고 초도 봉헌하고 수도원장 수녀님 앞에서 선서 비슷한 것도 한다. 그 모든 게 끝나면 내 이름이 적힌 초를 부모님께 드리게 된다. 이것으로 부모님과 이별이다. 이후 수련기가 끝나고 유기서약자가 되어 휴가를 가지 전에 부모님을 만나지 못한다. 전화 통화나 편지 왕래는 물론 없다.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하다. 부모님과 입회식 이후 아무런 인사도 없이 헤어진다는 게. 몰랐다. 그렇게 부모님을 쓸쓸하게 돌아서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입회식에 혼자 왔을 것이다. 나중에 들었는데 집에 돌아와 빈 내 방에 들어가서 어머니는 울었다고 했다. 

입회식 이후 지원소의 숙소에 들어가서 짐을 정리했다. 짐이라고는 해도 뭐 별로 없다. 지금 계절에 필요한 옷가지를 남기고 모든 짐은 창고로 옮기는데 청원자의 도움을 받았다. 수도회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이럴 때만 사용이 허락되었다. 

수련 과정은 지원기 2년, 청원기 2년, 수련기 2년, 유기서약기 4년이고 지원자와 청원자는 지원소에서 같이 수련을 받는다. 수도원의 성당, 식당을 제외하고 봉쇄구역으로 허락을 받지 않으면 지원자는 다른 공간에 들어갈 수 없다. 입회식 같은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입회식 날 저녁에 축하식이 벌어졌다. 수련 수녀와 수련장 수녀가 지원소에 초대되어 왔다. 수련 수녀들의 축하 공연(성가합창), 청원자들의 공연(역시 성가합창), 간식, 지원장 수녀의 말씀, 청원장 수녀의 말씀, 수련장 수녀의 말씀이 끝나고 끝기도로 마쳤다.

이제 모든 게 변할 것이다. 익숙한 모든 게 잘못된 게 될 것이다. 생각도 판단도 감정도 지금껏 내가 했던 모든 당연함이 당연함이 되지 않는다. 자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변화하지만 지원소는 겨울만 계속될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고 입어도 입어도 추운 한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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