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취미 첼로 도전

첼로 배우기를 망설인 까닭

by 정전


언젠가 첼로를 배우고 싶어, 몇 년째 말만 하다가…


2주 전, 퇴근 직후 불현듯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재지 말고 첼로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턱대고 첼로 학원에 전화했다. 예전부터 눈여겨보던 첼로 학원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첼로라는 악기를 아예 배워본 적 없는 성인인데요, 저도 첼로를 배울 수 있을까요?

첼로가 없는 데도 첼로를 배울 수 있나요?

레슨 시간 이외에도 첼로를 연습할 수 있나요?


이런 류의 질문을 전화상에서 쏟아 냈다. 오늘 당장 가서 상담받고 싶다는 보챔에 선생님은 흔쾌히 방문해도 좋다고 하셨다.


그동안 첼로 배우는 것을 망설인 이유가 무엇일까 되돌아봤다.


1. 나의 성격

나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 쉽게 시도하지 않는다. 숙고하고 또 숙고한다. 그런데 성실한 편이어서 시작하기만 하면 꽤 오래 한다. 한 번하면 끝까지 잘해야 한다는 스스로가 만든 압박감 때문일지도. 그런데 해외 살이 이후로 ‘그냥‘ ’가볍게’ 시작하는 것도 꽤 괜찮은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걸 알았음에도 결단하기까지 1년 이상이 걸렸다.


2. 비용 문제

‘예체능을 하면 돈이 많이 든다‘라는 말은 한국 사회에서(비단 한국만은 아니겠지만) 사실이다. 첼로를 시작하면 첼로 레슨비부터 첼로 구입비 등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할 것이라 지레 겁을 먹었다. 악기 값은 비싸면 수천만 원을 넘어 억대를 호가한다고 들었다. 악기 사는 게 끝이 아니다. 활도 현도 주기적으로 갈아 줘야 하고, 유지비, 수리비 등 돈돈돈이다. 비행기를 탈 때에도 첼로는 좌석값 하나를 더 내고 옆에 태워야 한다고 들었다… 지금 당장 목돈을 들여 가며 첼로를 배우는 게 내 인생에서 우선순위가 맞을까? 빠듯한 월급에 무주택자인데 집부터 어떻게든 해결하고 나서 악기니 취미 생활이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외에도 온갖 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산재하고 있었으나 떨리는 마음으로 약 2시간 뒤 학원을 방문했다. 20분 정도의 상담 끝에 그다음 주부터 주 1회 레슨을 시작하기로 했다. 선생님은 물으셨다. 어떤 첼로곡을 좋아하세요? 가장 좋아하는 곡인지는 모르겠지만 직전까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프렐류드를 듣고 왔어요, 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나 하나를 위해 잠시 작은 공연을 해주셨다. 눈물이 핑 돌았다.


남들은 마무리하는 연말, 2025년 12월부터 나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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