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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고 사라지는 것들

by 이방인 Mar 13. 2025

이사는 언제나 삶의 일부였고, 다른 곳으로의 이동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안정을 원하는지 익숙한 곳으로 돌아오게 된다.


서울로 돌아온 후 예전부터 외가가 살던 동네 근처로 와서 자취를 시작했으나, 정작 가족들은 생각보다 자주 보지는 않았고, 그 근방에서 내 영역을 만들어갔다.


하루는 단 것이 먹고 싶어 지도 어플에 주장해 둔 마들렌과 휘낭시에를 파는 가게를 향해 걸어갔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자취방 근처와는 달리 인적이 드물고 오래된 벽돌로 된 차분한 건물들이 늘어선 골목이 들어섰다.


골목 초입에 있던 교회를 지나 언덕을 올라가는 길이 익숙했다. 이사를 가기 전 외할머니 댁이 있는 동네였다.


예전에는 없던 디저트 가게를 들러 마들렌과 휘낭시에 하나씩 구매하고 정말 내가 아는 동네가 맞는지 확인하려고 언덕을 마저 올랐다.


어릴 때는 차로 올라가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졌던 언덕인데 이제 보니 걸어서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정도의 경사였다. 도로를 재정비해서인지 어릴 때 세상이 커 보여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언덕 위에는 어릴 때 한참 건설 중이던 아파트가 있었다. 어릴 때는 그 아파트가 주변 주택단지에 비해 너무 커 보였지만 이제는 이곳도 그 주위랑 하나로 어우러질 만큼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다.


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계단을 내려가면 예전 외갓집이 있다. 분명 위로 집이 두 채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 있던 거대하고 삐뚤삐뚤했던 콘크리트 계단 대신 새로 놓인 반듯한 계단 위로 어떤 할아버지가 화분을 이리저리 옮기다가 우리 할머니 댁이었던 곳으로 들어간다. 긴가민가 해서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며 흘긋 대문을 쳐다보니 같은 집이 맞다.


겨울이라 초록빛 하나 없는 앙상한 식물들을 하나씩 담고 있는 화분들이 집 밖까지 이어졌다. 예전에는 어땠는지 이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후 더 이상 그 동네에는 볼일이 없어 지도 어플을 켜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와서 먹은 디저트는 달콤했다. 인터넷으로 디저트 가게를 찾아보는데 이번 달까지만 영업한다고 한다. 예전에 내가 알던 동네에는 없던 새로운 가게마저 없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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