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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희 Mar 26. 2023

[책] 내 작은 방 (박노해)

My Dear Little Room - Photo essay

  My Dear Little Room. 우리에게 내 작은 방은 어떤 의미일까. 지방에서 상경해 서울에서 산 지 어느새 5년째. 내 작고도 작은 방은 나에게 이 넓은 서울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안식처였다. 사람들이 가득하다 못해 넘쳐나는 이 곳에서,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은 딱 내 방 하나였다. 그렇게 내 방은 내 안식처이자 다시 내일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을 주는 매일의 출발점이었다. 때론 내 방이 너무나 작고 하찮아보일 때도 있었다. 아무도 없는 이 공간이 주는 허무함이 너무나 싫기도 했다. 그런데 점점 내 방엔 내 이야기가 쌓였고 그렇게 난 내 방을 사랑하게 됐다.


  그런 ‘내 작은 방’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사진 에세이는 사람들의 ‘방’을 담고 있다. 그 방은 정말로 방이기도 하고 공간이기도 하고 꿈이기도 했다. 생김새가 다르더라도 그건 모두 사람들의 방이고, 안식처였다. 각자의 방엔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사람이 있었고, 사랑이 있었다. 그 방엔 누군가의 애정이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그 모든 이야기가 좋았다. 한 장 한 장 사람들의 방을 읽어내며 한 번도 보지 못한 이들과 가까워지는 기분을 받았다.


 
나에게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주어져도
 내 마음의 방에 빛이 없고
 거기 진정한 내가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너를 만나고
 무슨 힘으로 나아가겠는가.
 이 밤, 사랑의 불로 내 마음의 방을 밝히네.

p. 119.



p. 9.

광대한 우주의 별들 사이를 전속력으로 돌아나가는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이 격변하는 세계의 숨 가쁨 속에서 깊은 숨을 쉴 나만의 안식처인 내 작은 방. 여기가 나의 시작, 나의 출발이다.


p. 14.

어쩌면 내 작은 방이 나를 큰 세상으로 이끌어낸 것만 같다. ‘작은 방에 안주하지 마라. 큰 집에 집착하지 마라. 걸어서 나아가라. 세상의 모든 길과 온 대지를 누비고 계절의 향기와 고귀한 것들을 누려라.’ 그렇게 나는 다양한 문명과 생생한 삶들과 숨은 빛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 사는 세상의 큰 고뇌와 큰 울음을 품고 거대한 적에 맞서 투쟁하고 노동하고 사랑하며 살 수 있었다.


p. 36.

미소는 인간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힘이니 서로에게 다정한 눈빛 한번, 해맑은 미소 한번, 새롭게 시작하는 하루가 눈부시다.


p. 48.

젊고 건강할 때 많이 배우고 익히렴.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더 많이 도와주렴. 젊을 때 젊음을 아낌없이 써야만 사람도 꽃으로 피어난단다.


p. 90.

우리 모두의 첫 번째 방은 엄마의 등.


p. 113.

언젠가 어느 날인가 죽음 앞에 세워질 때, 나는 무얼 하다 죽고 싶었는가. 나는 누구 곁에 죽고 싶었는가. 내가 죽고 싶은 자리가 진정 살고 싶은 자리이니, 나 지금 죽고 싶은 그곳에서 살고 싶은 생을 살고 있는가. 이름 없는 수선화 꽃 무덤이 물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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