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고3이라는 고달픈 시기를 받아들이면서 틱이 시작되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고3 생활, 이전부터 선배들에게 누누이 듣긴 했지만, 막상 그 시기가 되니 스스로 마음의 짐을 아무리 숨겨 보려 해도 몸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저는 ‘아이의 부담감이 오죽하면 틱으로 나올까?’ 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아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혹여나 엄마가 말을 하게 되면 틱을 의식하게 되고 그러면 아이가 고스란히 부담감을 느껴 공부에 지장을 줄까 조심스러웠습니다.
어릴 때도 가끔 틱이 있긴 했지만 짧으면 2주, 길면 한 달 이내에 자연스럽게 없어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고3은 확실히 다른가 봅니다. 학교에서는 야속하게도 수행과 지필 시험으로 연달아 휘몰아쳤고, 매달 치러지는 모의고사로 아이의 틱 또한 쉼 없는 연장선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눈 깜빡임’으로 시작된 틱이 이제는 ‘코 찡긋거리기’, ‘고개 까딱거리기’ 등 여러 개의 틱으로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하니 저도 당혹스러운데 당사자의 마음은 얼마나 더 힘이 들까요. 가라앉지 않는 현상을 이대로 두고 봐야 할지 아니면 당장이라도 아이를 데리고 신경과에 가봐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하루는 마주 앉아 식사하면서 아이에게 넌지시 말을 꺼냈습니다.
“고개를 까딱하는 것이 꽤 오래가는 것 같아. 너는 알고 있니?”
“응. 틱인 거 같아. 내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냐”
“힘들지는 않니?”
“어깨가 많이 결리고 아파”
“시간을 내어 병원에 가볼까?”
“아니, 버틸 수 있어”
“그럼, 조금만 더 있어 보고 네가 정 힘들면 엄마에게 꼭 이야기 해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근육에 힘을 주었다가 뺐다가를 반복한다는 것은 너무 피곤하고 힘든 일일 것입니다. 그렇게 학교에서 긴장과 완화로 에너지를 다 쓰고 오니 집에 돌아오면 녹다운이 될 수밖에요. 그러다보니 2시간을 내리 자야 겨우 리셋이 되어 다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저는 2시간을 줄여 공부를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죽하면..’ 하는 마음으로 바꾸어 그 시간을 통해 아이가 온전히 ‘쉼’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혹자는 ‘안쓰럽게만 생각하고 왜 아이를 위해 병원에 가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고3 부모가 되어보니 그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주중에는 5시 이후에 학교에서 돌아와 병원 진료는 불가능하고, 주말에는 주중에 못 한 공부를 채워야 하니 토요일 반나절 이상의 시간을 병원 진료에 쓰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아이가 ‘버틸 수 있다’는 말에 내심 안도하면서도 아이의 건강이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몰라 걱정스럽고 불안합니다.
대학의 기준을 정한다는 전국 6월 모의고사를 코앞에 두고 열심히 대비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느 것이 최선의 길인지 오늘도 선택하지 못하고 좌고우면하는 저 자신을 자책합니다. 어느 순간 부모가 아닌 학부모가 된 것은 아닌지... 아이를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묵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훗날 아이가 오늘을 떠올리며 ‘자신을 설득해서라도 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느냐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고….’ 라며 부모를 원망할지. 아니면 이해할지요.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상처를 덜 받길 바라봅니다.
과연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