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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위로를 전하는 초콜릿

쇼콜라티에 -고영주-

“Interview Question”


1. 쇼콜라티에 영주 시스터는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계세요?

2001년부터 쇼콜라티에라는 직업으로 일해 온 수제 초콜릿 기술자 고영주입니다. 고급 초콜릿 원료를 가공하여 다양한 맛과 형태의 수제 초콜릿과 음료를 만들어 판매하는 초콜릿 전문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초콜릿 기술을 가르치는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외부 강의도 함께하고 있고, 타 업체의 초콜릿 제품 개발에 함께 하기도 합니다. 처음 이 일을 하게 된 것은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될까?’를 고민하며 방황하던 시기였어요. 이때 벨기에의 먹는 보석이라고 불리는 수제 초콜릿 프랄린 숍 진열장 앞을 지나다 초콜릿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감동하여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벨기에에서 거주하는 7년 동안 프랄린이 비싼 이유와 문화적 의미를 자연스럽게 감동하고 이해하며 무작정 보석 세공 같은 초콜릿 기술을 배웠습니다. 미래에 ‘초콜릿을 만들며 그 문화를 알리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직진하다 보니 어느덧 20년이 넘었네요.



2. 영주 시스터에게 쇼콜라티에는 어떤 매력을 가진 직업인가요?

이 직업의 매력은 좋은 향기와 맛에 둘러싸여 작업한다는 것과 우리들의 기술로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위로와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초콜릿은 최고의 위로 식품이거든요. 손님들이 매장에 들어오시자마자 초콜릿 향기를 느끼며 표정이 환해지고, 눈으로 감상하며 설레는 모습을 보는 모든 순간이 감동입니다. 어떤 직업이 이렇게 첫 향기부터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나 생각하면 초콜릿의 세계는 신기합니다. 행복을 전하는 직업이지만 기술을 펼치고 판매하는 업장의 현실에서는 힘들고 화나고 실망하고 슬픈 순간들 또한 너무 자주 일어납니다. 하지만 초콜릿이 본질적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힘이 있어서인지 힘든 점을 안고 묵묵히 나아가게 만드네요.



3. 달콤한 이면에 분명 힘든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언제가 가장 힘드세요?

초콜릿은 예전부터 사랑의 전령사 역할을 해왔습니다. 발렌타인데이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받는 초콜릿 디자인과 만들기에 집중합니다. 1년중 가장 많은 초콜릿을 만들어 판매하는 시기라 정신적,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이때의 성과가 쇼콜라티에의 능력의 증명이기도 하고, 이 시기를 겪으며 역량이 한층 높아질 수 있기에 직원들도 긴장하고 노력합니다. 유럽은 부활절이 그런데 아직 한국에서는 발렌타인데이가 가장 큰 대목이에요.



4. 초콜릿 향기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의 매개체라면, 영주 시스터에게는 초콜릿 향기가 어떻게 작용할까요?

제가 운영하는 수제 초콜릿 샵 카카오봄에서 사용하는 재료에는 일절 인공 향, 색소, 경화유지 등이 들어가면 안 됩니다. 카카오 자체의 향이 아주 중요하죠. 향과 맛이 훌륭한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 원료(커버춰)는 재료 순도와 가격이 매우 높지만 보석처럼 가공하는 수제 초콜릿의 원료로 쓰일 가치가 있죠. 이렇게 늘 자연스럽고 좋은 향기에 둘러싸여 일할 때는 너무 익숙해서 잘 모르다가 퇴근하면 내 몸에서 초콜릿 향기가 나요. 초콜릿 냄새가 밴 손으로 코를 감싸고 두 눈을 감고 잠시 휴식하면 위로 받는 기분이 들어요. 내 힘들고 지루한 반복 노동이 향기롭다는 걸 확인하는 기분이랄까요? 그래도 가장 행복한 시간은 출근해서 일하기 전 초콜릿과 커피를 함께할 때예요. 같은 땅에서 자란 좋은 커피와 카카오의 향기가 만날 때 행복은 증폭되거든요.


5. 향기를 다루는 쇼콜라티에이기에 영주 시스터가 자주 사용하는 향기 제품이 더 궁금해요.

일할 때는 직업의식 때문에 향수 핸드크림 화장 등을 일절 하지 않아요. 퇴근 후 집에서 천연 오일을 커튼이나 침대 프레임 등에 바르고 향기를 무척 즐겨요. 이것저것 써봤는데 저는 ‘도테라’ 브랜드 오일이 거부감 없이 좋아요. 잠이 잘 안 오는 날에는 라벤더 오일을 쓰는데요. 따듯한 남프랑스 들판의 끝없는 라벤더를 상상하게 해서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돼요. 쉬는 날에는 로즈 오일 좋아해요. 이렇게 침대방에 20여 가지 오일을 놓고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다른 오일을 씁니다. 일 년에 한두 번 긴 휴가 때에는 유일하게 사용하는 향수도 있어요. 바로 ‘코코 샤넬 마드모아젤’입니다. 제가 향기에 민감해서 호불호가 강하고 인공 향은 속이 거북해지거나 머리가 아파요. 그런데 이 향수는 그런 것 없이 향기 지속력도 좋아서 사용합니다.


6. 초콜릿으로 사랑을 전하는 영주 시스터는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늦게 시작한 직업이라 23년 만에 벌써 나이가 꽤 들었네요. 사업적인 목표는 거창하지 않아요. 그저 이 기술을 이어받아 저처럼 독립적이고 만족하며 살아갈 누군가가 카카오봄을 이어가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어요. 그것도 안 되면 할 수 없고요. 꿈은 공유할 수 없는 자신만의 방향이니까요. 저는 힘닿는 데까지 그러나 적절히 이 일을 하며 내가 살고 싶은 방향으로 가고 싶어요. 그 방향은 내가 알 테니, 나를 믿고 나에게 귀를 기울이고 존중하며 걸어가려고요. 행복을 위한 삶은 잘 모르겠어요. 좋은 향기는 순정한 본질을 품고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엔 아픔도 고통도 즐거움도 다 들어 있을 테니, 행복하기만 한 삶에 대한 환상은 접은 지 오래예요. 그저 나의 길 위에서 낱알 줍기처럼 행복한 순간도 부지런히 주워야죠.



영주 시스터의 프랄린 숍처럼
나에게도 인생이 바뀐 장면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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