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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상 Apr 21. 2023

4만원짜리 금목걸이

소중한 마음 간직하기



화장대 서랍을 열어 묵직한 봉투하나를 꺼냈다. 은행에서 미리 바꿔둔 천원짜리 지폐가 가득한 돈 봉투에서 6천원을 꺼내 두 아이에게 나눠 건넨다.


매주 일요일은 아이들 용돈 주는 날이다.


일주일 용돈 고작 3천원이라니.

귀여운 금액이라 혹시 미취학 어린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초등 4, 5학년 언니들이다. 조금 더 일찍 용돈을 통한 경제교육을 했으면 좋았으련만 무지했던 엄마는 1-2년 전쯤부터 용돈주기를 시작했고, 아이들은 주기적으로 받는 용돈이 생긴 것만으로도 아직까지 좋아한다. 


대신 가끔씩 받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쏠쏠한 용돈은 모른 척해주기로 했다. 설에 받는 세뱃돈은 10프로쯤 떼어주고, 돈이 필요한 상황에는 용돈을 조금 더 얹어주기도 한다.


어느 날에는 학교 근처 꼬치집 닭강정, 라면, 피카추 모양 꼬치까지 500원씩 가격이 올랐다고 하소연을 하더니 앞으로는 차라리 편의점을 이용하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물가상승을 몸소 체험하고 거래처를 바꾸는 과정 속에서도 아직 용돈 올려달라는 소리 한 번이 없다. 그저 3천원을 두 손으로 받으며 “고맙습니다.”를 해맑게 외칠뿐이다.


그렇게 모든 용돈은 보통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서 스티커사진을 찍거나, 마라탕을 먹으며 쓴다. 엄마는 잘 사주지 않는 불량식품이나 슬라임을 사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잔소리가 입 밖으로 튕겨져 나오려는 걸 애써 참는다. 아이의 용돈은 어떻게 사용하던지 절대 터치하지 않는 것이 나의 룰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충분한 대화를 나눈다.)


“이 돈을 쓸 자유는 너에게 있어.”라고 말하지만 그 돈에 대한 책임은 본인 몫이다.


아이는 가끔 즐겨 먹던 불량식품을 사는 것 대신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피규어를 사기도 하고, 친구들과 우정 아이템을 구입하기도 했다.

본인의 우선순위에 따라 고민하고, 선택하며 주도적인 경제생활하는 모습이 그저 기특했다.  




어느 날, 아이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엄마, 내가 준비한 선물이야.” 라며 하트모양의 금색목걸이를 건넸다.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 선물이었다.


“근데 엄마 이거 얼마짜리인 줄 알아?”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감동을 2박 3일 꼬박 표현해도 부족할 타이밍에 아이의 질문이 쉴 새 없이 날아와 꽂힌다.

 

자그마치 4만원짜리 목걸이였다. 첫 질문이 ‘이거 얼마짜리’ 인걸 보면 본인 생각에도 어마어마한 지출임이 분명했다.
4천원짜리 물건을 살 때도 고민하다 내려놓는 아이가 4만 원을 한 번에 지출했다고? 아이가 평소 지출하는 금액의 몇 배를 뛰어넘는 가격이라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지던 찰나였다. 기대감에 가득 차 엄마의 반응만 멀뚱히 보고 있는 아이의 눈과 마주치고는 놀란 입을 겨우 다물었다.

"너무 예쁘다. 고마워. 근데 이렇게 비싼 물건 사면서 부담되지는 않았어?"라고 물으니 아이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응! 엄마 꼭 사주고 싶었어.”


엄마가 어떤 선물을 받아야 좋아할지 많이 생각하고 구입한 거라고 했다. 엄마의 금속알레르기까지 용케 기억하고 있던 아이는 걱정 말라며 말을 덧붙였다. “점원분께서 겉은 금이고, 안은 은으로 만들어진 목걸이라고 말씀해 주셨어.” 원래는 4만 2천 원인데 현금으로 계산했더니 2천원을 할인받았다고 좋아하는 모습이 그렇게 순수해 보일 수가 없다.


사실 난 도금목걸이를 껴본 적이 없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속으로 ' 돈을 이렇게 낭비했지? 잘 얘기하고 환불해야 하나?'라고 잠시라도 고민했던 나는 아이의 마음보다 경제교육을 먼저 떠올린 속물 엄마는 아니었을까.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 세상에 돈 보다 소중한 건 너무도 많다는 걸 가끔씩 잊고 산다.  




차곡차곡 모은 용돈을 쓰며 그저 엄마가 기뻐할 생각 하나만 했을 너.

엄마에게 뭐든 다 해주고 싶었을 너의 마음을 생각하니 벅차오르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너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되새겨본다.


너는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그런 존재. 그런 의미야.


딸의 인형뽑기 한방에 두 개가 올라온건 운명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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