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1. 사랑이란 무엇인가

by 허병상

아직도 가야할 길 2부 사랑


정신과 의사가 경험을 통해서 알려주는 자녀 훈육에 대해 알아봅니다.

출처: "아직도 가야할 길" 스캇 펙 지음, 최미양 옮김


1.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신비롭다. 사랑은 너무나 크고 깊어서 참으로 이해할 수도, 측량할 수도, 말로 표현할 수도 없다. 그래서 사랑을 정의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정의해 본다:

'사랑은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영적 성장을 도울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이다.

이 정의를 따르면 '사랑은 순환적 과정'이다.

왜냐하면 사랑의 행위는 타인의 성장을 목적으로 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는 진화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똑같이 사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남을 사랑할 수도 없다. 이는 자기 훈육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사람이 자녀에게 자기 훈육이라는 것을 가르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랑은 노력없이는 안된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노력을 통해서만 사랑을 보여주거나 기정사실화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랑은 행위로 표현될 때 사랑이다. 사랑은 의지의 행동이며 의도와 행동이 결합된 결과이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생각할지라도 실제로 사랑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우리가 사랑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

사랑의 신비함 때문에 사랑에 대한 오해가 난무한다. 흔히 말하는 '사랑에 빠지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특별히 성과 관련된 욕망의 경험일 따름이다.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성적으로 자극되었을 때에만 사랑에 빠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 빠지드라도 어느 순간 사랑의 감정에서 깨어난다. 사랑에 빠지는 경험의 특징인 황홀한 사랑의 느낌은 항상 지나가게 마련인 것이다.

'사랑에 빠진다'는 사실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소위 자아경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생아는 첫 몇 개월간 자기가 침대, 방, 부모와는 별개의 개체임을 구별하지 못한다. 아기와 세계는 하나이며. 거기엔 경계도 없고 구분도 없다. 자기라는 정체감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기와 어머니 사이의 상호 작용의 영향이 바로 아기의 정체감을 길러주는 기반이 된다. 배고플 때마다 어머니가 젖을 먹여주지는 않는다. 아기가 놀고 싶을 때마다 어머니도 놀고 싶은 것은 아니다. 아기는 자기의 의지가 어머니의 행동과는 분리된 것임을 체험한다. 비로소 '나'라는 느낌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기는 움직이고 싶을 때 자기 팔은 움직이지만 침대나 천장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 한계가 바로 자신의 영역이며, 바로 자아 경계가 의미하는 것이다.

생후 일 년 무렵에는 내 팔, 내 다리, 내 머리 등은 물론이고, 나아가 내 견해, 내 목소리, 내 배가 아픈 것, 내 느낌까지 알게 된다. 두세 살 무렵은 전형적으로 자기 힘의 한계와 타협하는 때다. 아기는 자기의 소원이 반드시 어머니의 뜻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기는 자기 소원이 어머니의 뜻과 일치해야 한다는 생각과 일치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집착한다. 이러한 생각과 행동 때문에 보통 두살짜리는 폭군이나 독재자처럼 행동한다. 그래서 부모는 이 연령의 아이들을 '미운 두 살'이라고 한다. 세 살이 되면 자신이 상대적으로 무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결과, 전보다 부드러워지고 다루기 쉬워진다. 그러나 자신이 전지전능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너무나 근사한 바람이라서 아이는 그 가능성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청소년기에 이르면 각 개인은 상대적으로 나약하고 무능력한 개체라는 것, 이러한 개체의 집단인 사회 안에서 서로 협동함으로써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집단 안에서 그들은 특별히 다른 사람과 구별되지 않는다. 이러한 경계 뒤에서 인간은 고독을 느낀다.

사랑에 빠지는 행동은 아기였을 때 어머니와 하나가 되었던 기억과 같다. 그러나 점차 일체감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둘 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아니며, 사랑하는 이는 자기와는 욕망과 취향과 편견 그리고 생활 리듬만 고집하려 들며 앞으로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식하게 된다. 하나씩이든 점진적이든 갑작스럽든 자아 경계가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 정도가 되면 그들은 서로 헤어지거나 참사랑을 시작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짐작컨대 짝을 구하고자 하는 유전적으로 결정된 성적 본능의 발로가 아닌가 생각된다.

요약: 장유(長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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