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집착이 되면

by 허병상

오늘은 '목표'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목표'는 내 평생의 동반자로 따라다녔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목표가 없는 시기는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취직을 앞둔 나는 이 세상에 가장 멋진 직업이 영업사원인줄 알았습니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취직을 못해서 난리라고 하지만, 그 때는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고도성장의 시대', '수출입국의 시대'였지요. 대기업 소속의 무역회사가 아니면 금융회사가 대세였는데, 나는 조건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영업사원이 아니면 그 회사 안 다닌다!"


그렇게 영업사원으로 첫 걸음을 시작해서, 평생을 영업사원으로 살았습니다.

영업사원은 매월 새로 태어납니다. 한 달 마감하고 목표를 달성했으면 '한 잔', 그렇찮으면 꼭 하자고 '또 한 잔', 그리고 이튿날 새로운 "1일"을 시작합니다. 수백 번 넘게 마감을 하고,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술 안마시는 영업사원도 많습니다. 오해 마세요.)


퇴직을 하고 20년이 흘렀지만, 목표를 세우는 버릇은 여전합니다.

요즘은 1주일에 한 번씩 마감을 합니다. 혈당, 운동량, 독서량이 새로운 목표가 되었습니다. 다만, 술은 평생 마실 양을 넘긴 터라 남은 게 없습니다.

이렇게 목표에 대한 집착이 내 평생을 감싸고 있습니다. 목표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불로초 같습니다.


여기서 부처님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부처님께서는 '집착'을 버리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매달 한 번씩 '집착'을 재충전한 나는 지옥행 티켓을 확실히 장만한 것일까요? 술마신 날 아내에게 물어보지만 마세요. 부처님이야 그러실리 있겠습니까?


불교는 목표를 버리라고 하지 않습니다.

다만 목표를 ‘나의 존재 가치’로 삼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문제가 아닙니다. 성공을 통해 '내가 증명되어야 한다’면 바로 집착의 뿌리가 됩니다. 목표가 ‘나’를 떠받치는 기둥이 되어, 실패하면 내가 무너져서는 안됩니다. 다시 말해 목표를 향해 몰입하는 것은 문제가 안됩니다. 그 목표가 '내가 되는 순간'부터 괴로움 제조 라인이 돌아갑니다.

“내가 옳아야 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가 굳어 있으면 목표는 곧 집착이 됩니다. 즉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것은 갈 수 있는 길이지만, 거기에 “그것 아니면 못산다”가 붙는 순간 집착이 됩니다.


불교가 버리라고 하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 집착입니다.

목표는 뗏목이고, 집착은 뗏목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 것입니다. 강을 건너려면 뗏목이 필요하지만, 건넌 뒤에도 놓지 못하면 도구가 짐이 되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깨달음을 얻고자 모진 고생을 하였고, 80세에 가시기까지 사람들에게 행복의 길을 전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였습니다.

법구경의 구절을 옮깁니다.


“마음이 모든 것에 앞서고,

마음이 모든 것을 이끌며,

모든 것은 마음으로 만들어진다.

흐린 마음으로 말하고 행동하면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

고통이 그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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