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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프 Apr 10. 2023

그럴 수밖에 없었다거나

93. 이유


그날은 하필 내세울 게 

세월 밖에 없었다거나


뜻대로 짓밟을 것이 없어

눈에 밟힌 미래의 궤적만

근근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거나

 

삐뚤게 행동하지 않으려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술잔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거나


기댈 곳 없어

처음으로 기도라는 걸 해봤다거나


요행과 노력으로 얻은 복이

더 이상 귀하지 않게 여겨졌다거나 


사랑을 포기하니

증오 역시 포기하게 되었다거나


무언가 확신하게 되었다거나 하는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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