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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Lewis
93. 이유
그날은 하필 내세울 게
세월 밖에 없었다거나
뜻대로 짓밟을 것이 없어
눈에 밟힌 미래의 궤적만
근근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거나
삐뚤게 행동하지 않으려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술잔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거나
기댈 곳 없어
처음으로 기도라는 걸 해봤다거나
요행과 노력으로 얻은 복이
더 이상 귀하지 않게 여겨졌다거나
사랑을 포기하니
증오 역시 포기하게 되었다거나
무언가 확신하게 되었다거나 하는 그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