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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미래 Oct 14. 2024

수줍은 고백

그리웠습니다.

이별한 것도 아닌데 꽤 오랜 시간 이별하고 어렵게 다시 만난 듯 지금 이 시간이 참으로 어색하게 느껴지네요.

그렇게 만든 건 물론 저의 잘못이에요.

사실 당신은 지난 몇 달 동안 저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저에게 알람을 보내주었지요. 

아무도 관심 없는 저에게 왜 글을 쓰지 않느냐고, 

저의 최근 관심사는 무엇이고 저의 일상이 궁금하다면서 꽤 여러번 노크를 했왔죠. 

게다가 1년 전에 발행해 놓은 글을 어디에다 퍼뜨렸는지 조회수가 7천을 넘었다는 소식도 전해주었어요. 그리고 여전히 대한민국 며느리들에게 핫한 시댁 식구 이야기에도 라이킷 개수가 한두 개씩 올라가는 기쁨도 소소하게 맛보게 해 주었죠.

그런 당신의 꾸준한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저는 차마 그에 응하지 못하고 몇 달 동안 노트북 앞에 앉지 못했어요. 곧 다시 돌아가야지 하면서 생각만하고 시간만 흘려보냈어요. 떠올랐던 글감들은 허공에서 맴돌다 구름 위로 숨어버렸나 봐요. 그게 무엇이었는지 그때의 내 감정은 어떤 마음인지 도대체가 찾을 수가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에요.


아마도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날 때에는 뭔가 대단한 각오가 필요하고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는 굳은 결심을 하고 만나는 것처럼 제 내면 속에 왠지 모를 두려움이 있었나 봐요. 처음 손 놓고 한 두 달은 그래, 다시 돌아가면 되지? 쉽게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다시 돌아갔다가 또다시 헤어지게 되면 더 큰 아픔을 겪게 될까 봐 미리 겁먹고 점차 오히려 더 먼 곳으로 숨어버렸나 봐요. 

그래서 너무 멀리 갔는지 다시 되돌아오는 길이 쉽지 않았어요. 그만큼 용기를 내야 했고 새로운 마음도 필요했어요.


그런 와중에 제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저와 같은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했던 글쓰기 동기들이 다시 한번 우리의 열정을 불태워보자고 제안을 해주네요. 예전처럼 혼자였으면 그냥 모른 척했을 텐데 이번만큼은 저도 다시 동참해 보려고요. 이번이 아니면 또다시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요. 

물론 지난 그 시간을 그냥 맹목적으로 흘려보낸 건 아니에요. 나름대로 열심히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필사도 하고 운동도 하고 일도 꾸준히 해왔어요. 그런 일상에서 단지 뭔가 빠진 것 같은 허전함과 찝찝해서 견딜 수 없었던 건 아마도 당신을 향한 그리움의 표현이었을 거예요.


몇 달 동안 기다렸을 당신에게 난 변하지 않았다고, 여전히 당신을 사랑한다고 수줍게 고백합니다.

앞으로는 더 자주 만날 수 있겠죠? 

다시 돌아왔으니 오래도록 함께 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 내어 발행 버튼을 눌러봅니다.


덧붙임) 그동안 구름 위로 숨어버린 글감들은 꿈속을 헤매면서라도 다시 샅샅이 찾아서 당신에게 훌훌 털어놓아 볼 테니 기대해주세요^^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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