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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미래 Jan 23. 2024

추워도 걷는 것을 멈추지 않을게요

이제는 걷는 것도 제 일입니다.



어제부터 이른 아침에 방안을 맴도는 차가운 공기로 시린 코가 먼저 움직여 잠에서 깼다.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상태다.

순간 오늘은 과연 밖으로 나가 걸을 있을까? 어제보다 더 춥다는 데?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어제부터 한파로 인하여 대한민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그동안은 따뜻했던 겨울이었다. 이제야 겨울다운 날씨다.

영하 18도.



오늘도 하루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이불속에서

이 추운 날, 하루쯤은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  이불 밖은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또 하고 말았다.


사실 요즘 분량 읽기(3주 동안 챕터별로 나눠서 읽는 책) 하는 책 중에서

아침에 하는 첫 생각을 바꾸라는 내용을 연필로 줄 치고 다시 한번 형광펜으로 덧칠하고 필사까지 했었다.

'오늘 나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를 선명하게 상상하며 하루를 시작하라는 말을 잊지 않기로 다짐한 지 딱 일주일이 지났다.

(사실 그다음 날 바로 까먹은 거 같다)


어제에 이어 추운 날씨가 며칠 동안 계속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추우니까 걷기 힘들 거야, 혹시라도 감기에 걸리면 고생이지, 엄마가 아프면 큰 일이지.

어제 아침에 들었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오늘까지 이어졌다.

(책은 왜 읽은 거니? 그러니까 사람은 계속 반복 독서를 해야 하고 필사한 내용도 복습을 해야 한다)


하루의 시작을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을 상상하면 기분이 고양되고 즐거워진다는데 괜스레 추운 날씨를 핑계 삼아 스멀스멀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먼저 떠올렸다.

그나마 그러한 감정들을 이겨낼 방법은 역시나 걷는 사람으로서 걷는 방법밖에 없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걸으면서 떨쳐내야 그나마 내 기분은 고양이 된다.


<오늘 걷기 인증>

어제 아는 지인(애친구 엄마)을 오전에 만났다. 아이들 롤러타는 시간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계속 앉아 있으니 몸이 찌뿌둥하다고 이따가 아이 피아노 학원 보내면 그때 좀 걸어야겠다고 스쳐 지나가는 말로 얘기를 했었다.

내 얘기를 듣고 그분은 본인 친정엄마도 1년 365일 만 오천보 내외를 걷는다는 얘기를 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걷는다고. 

그분의 친정엄마를 몇 번 적이 있다. 피아노를 전공하신 분이다. 차분하시고 기품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겉모습은 살짝 여리해보이는 할머니였지만 할머니로 보이지 않았던 강인함이 느껴졌다. 비결이 어쩌면 그동안 매일 걸었던 힘이 아닐까? 감히 짐작해 본다.


오늘 집 밖을 나서기 전, 이번 겨울 처음으로 평소 가볍게 입고 다니던 롱패딩보다 살짝 더 무릎 밑으로 내려오는 이불패딩(?)을 꺼내보았다. 웬만해서는 잘 꺼내지 않은 옷 중에 하나지만 절대 버릴 수는 없는 옷이다.

이런 날에만 입을 수 있는 이불패딩이 드디어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그리고 핫팩 하나를 양쪽 손안에 번갈아가면서 꼭 쥐고 집을 나섰다.

혹독한 추위 속에 매서운 칼바람도 두렵지 않았다.

혼자 걷고 있었지만 혼자가 아니다는 생각을 되뇌며 어디선가 걷고 있을 누군가를 떠올려보았다.

오늘은 (겨울에는)추워서,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때로는 비가 온다고, 눈이 온다고, 약속이 있다고, 피곤하다고 각종 핑계를 대면 걸을 수 있는 날은 거의 없다. 이제는 핑계를 대고 싶은 날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생겼다.

주위에 걷는 사람으로 본받고 싶은 사람이 생겼으니 이 얼마나 기쁘지 아니한가? 그것도 몇 번 마주친 사람이라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으니 그저 좋을 수밖에.



어떤 이는 할 일이 없어서 매일 걷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일정한 양을 채워서 걷는 일이 내가 매일 반드시 해야 할 일 중에 하나라고.

단지 난 내 일을 할 뿐이라고 말이다.

묵묵히 나만의 길을 걸을 수 있는 한 계속 걷고 싶을 뿐이다.

(얼마 전 사실 뛰어보고 싶다는 고백도 했기 때문에 공원 운동장을 코스로 정하는 날에는 반바퀴 정도 뛰기 시작했다)


 내일 아침에도 찬 공기가 맴돌아 코가 먼저 잠에서 깨어 내 신경을 건드리는 즉시 '오늘은 만보인증을 성공하는 멋진 하루가 될 거야, 나는 걷는 사람이야! 이 정도 추위는 이겨낼 수 있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머릿속에 꽉 채워 부정적인 마음은 오늘로써 끊어낼 것이다. 내일부터는 내가 원하는 나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선명하게 그리면서 힘차게 이불을 걷어차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그러면 내일모레도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이어지겠지?


내일이여! 어서 오라! 겁먹지 않고 오늘보다 더 당당하게 걸어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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