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삽시다

by 이상역

고향이란 태어나서 자란 곳이다. 그곳에는 유년의 꿈과 자신을 성장시킨 바람과 부모님의 품성과 소망이 배어 있다.


고향을 등지고 사는 사람이나 먼 타국에 가서 사는 사람이나 자신을 성장시킨 고향을 찾아가 부모를 만나면 누구나 한아름의 눈물을 뿌린다.


요즈음 유튜브에서 "같이 삽시다"란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이전에 "러브인 아시아"란 프로그램을 제목만 바꾸어 방송하는 것 같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이유는 외국에서 시집온 아내가 자기 고향을 찾아가 부모의 품에 안겨 진하고 순수한 눈물을 흘리는 모습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모 곁을 떠나도 삶의 방식에서 오는 차이로 시집살이를 하는데 외국에서 부모 곁을 떠나 한국으로 시집온 새색시의 시집살이는 언어와 문화 차이로 고되고 힘들 수밖에 없다.


물론 방송에 나오는 모습이 모두는 아닐 테지만 외국에서 시집온 새색시가 자기 부모를 찾아가려면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으로 자주 수는 없다.


그런 사정과 어려움을 알고 방송국에서 경비의 일부를 지원해 주고 외국에 사는 부모를 찾아가서 부모의 안부와 사위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같이 삽시다"란 프로그램의 취지인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을 보노라면 우리나 동남아나 모두 시집보낸 부모의 심정은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딸이 시집가서 가족과 행복하게 잘 살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또 다른 이유는 시집간 딸이 방문했을 때 형제자매와 친척과 마을 사람 모두가 찾아와서 함께 기뻐해주고 반겨주는 모습 때문이다.


우리도 한 때는 그런 문화와 풍습이 존재했는데 언제부턴가 사라지고 말았다. 고향에 살던 시절 마을에서 시집간 딸이 부모에게 인사하러 오는 날이면 그 집 형제자매와 친인척이 모여 인사도 나누고 사위와 술 한잔 기울이며 놀곤 했다.


그런 문화와 풍습이 고향의 젊은 사람들이 하나둘 도시로 떠나면서 사라져 버렸다. 농업 중심의 대가족 제도 몰락과 도시화가 가져온 결과물이다.


"같이 삽시다"란 프로그램은 농업 중심의 대가족 제도와 사람 간의 인정과 인심을 고스란히 느끼게 되어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눈물을 자주 흩뿌린다.


내가 살아온 70~80년대 정서를 공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아련한 환상에 젖어들고 생생하게 환생하여 화면으로 만날 수 있어서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이면 "같이 삽시다"란 프로그램을 보면 같은 마음이고 같은 인정에서 아릿한 향수를 느낄 것이다.


비록 지금은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지만 외국인 며느리가 자기 부모를 찾아가서 어머니 품에 안겨 흐느끼는 모습을 바라보며 같이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대리 만족하는 것은 아닐까.


게다가 자신과 함께 사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가족이 사는 형편과 살아온 과정을 소개하는 것은 아주 잘하는 일이다.


방송이 개입하여 통역으로 양가 가정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설명해 주는 의사소통은 시어머니와 외국인 며느리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줄여주고 이해라는 사다리를 제공한다.


아울러 백년손님인 사위가 장인과 장모를 위해 생활에 불편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냉장고나 세탁기나 발전기를 사드리고 집수리나 생업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모습은 바라볼수록 기슴이 뭉클해진다.


"같이 삽시다"란 프로그램의 목적은 외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며느리 댁이나 며느리가 사는 외국의 부모님 댁 모두가 행복하게 같이 잘 사는 모습을 바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과 외국에 사는 양가의 생활을 그대로 드러내어 어떻게 하면 행복이란 출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같이 삽시다"란 프로그램은 일종의 성장드라마란 생각이 든다. 비슷한 프로그램도 있겠지만 방송국에서 앞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인정과 인심이 솔솔 풍겨 나는 그런 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하여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방송을 많이 방영해 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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