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가 태어난 지 이십여 개월이 되어간다. 아직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의사소통은 어느 정도 가능한 상태다.
며칠 전 손주를 데리고 공원에 가서 놀다가 그만 놀고 다른 곳에 가서 놀자고 했더니 손주가 "아니야!"라고서 소리를 쳐서 깜짝 놀랐다.
손주가 평소 '아니야'란 말을 자주 사용했지만 그날은 강하게 큰 소리로 거부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손주가 말을 하는 것도 단계별로 진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엄마'나 '아빠'나 '맘마', '할무니'나 '할부지'에 이어 '아 진짜'란 말을 사용하더니 지금은 툭하면 '아니야'란 거부의 말을 사용한다.
물론 누나는 '누나'로 딸기는 '이야'로 치즈는 '찌찌야'로 전기버스는 '징징'으로 바나나는 '나나' 등으로 사용하는데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
아기가 어떤 경로를 통해 말을 배우고 사용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배운 것은 없다. 아기도 나름 자기만의 언어와 몸짓으로 부모나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 같다.
한동안 손주가 '아 진짜'란 말을 사용해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웃겨주더니 이제는 '아니야'란 말을 자주 사용하면서 나날이 놀라고 있다.
어제는 손주와 놀이방에 갔다 오는데 손주가 마트에 진열된 딸기를 보더니 "이야 이야"하며 사달라고 손짓하는 듯했다. 손주에게 "딸기 사줄까"하고 물어보자 손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응응"하길래 한 팩을 사서 손주에게 건네주었다.
마트에서 손주를 안고 나오면서 손주에게 "누가 '이야'를 사주었나."하고 묻자 손주는 "할무니"라고 대답한다. 아마도 마트에서 아주머니가 계산한 것을 보고 할머니가 사준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손주에게 딸기를 들고 가라고 했더니 마트에서 딸네집까지 오는 내내 두 손에 꼭 움켜쥐고 왔다. 손주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딸기를 달라고 하더니 나보다 더 많은 양을 먹었다.
아기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야 잘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은 잘 모르겠다. 그저 내 눈에 보이는 사람이나 나무나 식물이나 자동차 등에 대하여 설명하고 알려줄 뿐이다.
요즈음 손주가 '아니야'란 말을 나름 응용해서 사용하는 것을 볼 때마다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이 지나가면 "할무니"라고 부르다가 젊게 보이면 "할무니 아니야 누나"라고 고쳐서 부른다.
그리고 젊은 여성이 지나가면 "엄마 아니야 누나"라고 부르고, 남자가 지나가면 무조건 "할부지"라고 손으로 가리키며 부른다.
젊은 남자가 지나가면 내가 "할부지 아니야 삼촌이나 형아"라고 부르라고 해도 남자는 나이 불문하고 모두 "할부지"라고 부른다.
손주와 언제쯤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손주는 입에서 웅얼거리며 다양한 말이 나올 듯하다가 멈추곤 한다.
손주가 말이 곧 트일 것 같은데 좀처럼 트이지 않는다. 지금보다 더 성장하면 나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말을 사용할 것이다. 그런 손주의 모습을 보는 날이 언제일까 그날이 마냥 기다려진다.